[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지난해 LG그룹과의 계열분리 후 인수 합병(M&A)을 통한 덩치 키우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그룹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한편, 성장 동력을 구축해 그룹 덩치를 키워나가는 모습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LX그룹은 지난해 5월 3일 지주사인 LX홀딩스의 창립과 함께 공식 출범했다.
LG그룹에서 5개 계열사를 이끌고 출발한 LX그룹은 현재 LX인터내셔널과 자회사 LX판토스,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 MMA 등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재계 순위 50위권에서 출발했지만, 구 회장 특유의 '승부사' 기질 덕분에 덩치를 빠르게 키워 창립 1년 만에 자산이 10조원을 돌파했고, 계열사 영업이익은 1조원을 넘겼다. LX그룹의 자산 규모는 2020년 말 8조930억원(별도 기준)에서 지난해 말 10조374억원으로 24.0% 늘었다. 자산 총액 기준 국내 재계 40위권이다.
LX그룹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적극적인 M&A 덕분이다. 지난해 LX하우시스가 한샘 인수전에 실패했지만, LX인터내셔널이 지난 3월 판유리·코팅유리 업체 한국유리공업을 5천92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으며 첫 M&A를 성사시켰다. 이어 올해 4월에는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운영하는 포승그린파워를 950억원에 인수한 후 지난 19일 관련 절차를 최종 완료하고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 외에 올해 2월에는 친환경물류센터 개발·운영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자회사 에코앤로지스부산도 설립했다. 자회사를 통해 부산에 축구장 30개 규모의 친환경 복합 물류센터 건립할 예정으로, 총 3천5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포스코홀딩스, 화유 등과 'LG컨소시엄'을 구성해 인도네시아의 니켈 등 배터리 제작에 사용되는 광물 원석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나섰다.
LX인터내셔널 자회사인 LX판토스는 지난 4월 북미 지역 물류회사 트래픽스에 311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에 나섰다. 이를 계기로 LX판토스가 북미 시장에서 물류 사업을 확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LX세미콘은 지난해 일본 방열소재 업체 FJ 컴퍼짓 머터리얼즈의 지분 29.98%을 LG화학으로부터 70억원에 인수했다. 방열소재는 전자부품 등의 내구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데 쓰이는데, 미래 성장 동력인 차세대 전력반도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지난해 12월에는 LG이노텍의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 소자 설비와 특허 자산도 인수했다. 탄화규소 기반의 SiC 전력반도체는 기존 규소(Si) 전력반도체보다 전압 10배와 수백도 고열을 견딜 수 있어 전기차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
또 LX세미콘은 지난해 일본 법인을 설립해 현지 영업 강화에도 나섰다. 소니 및 파나소닉, 샤프 등에 부가가치가 높은 OLED용 디스플레이 구동 집적회로(DDI) 판매를 늘리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여기에 올해 5월에는 차량용 전력 반도체 업체 텔레칩스(Telechips)의 지분 10.93%를 267억원을 투자해 인수했을 뿐 아니라 매그나칩반도체 인수전에도 뛰어 들었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일찍부터 OLED DDI 시장에 뛰어든 선두주자로, LX세미콘이 매그나칩반도체를 인수하게 되면 OLED 기술력 확보는 물론 고객사 확대에도 유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매그나칩 인수가 성사되면 LX세미콘이 종합반도체 기업(IDM)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며 "LG그룹에서 계열 분리 후 구 회장이 LX세미콘을 그룹의 주축으로 키우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만큼,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를 중심으로 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의 일환으로 LX세미콘은 코스피 이전 상장에도 나섰다. LX세미콘이 코스피로 옮기면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 확대 등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신규 편입되면 추가 주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LX세미콘은 향후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차입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LX세미콘은 현금성자산이 총차입금보다 많은 무차입 경영 상태다. 부채비율도 46.8%로 매우 낮고, 재무상태가 우량하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피 이전 상장 후 실적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될 경우 LX세미콘은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M&A 등에 쓸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LX세미콘이 적극적으로 자본시장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구 회장이 각 계열사별로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LG그룹에 대한 의존도를 빨리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계열 분리 전인 2020년 말 기준으로 전체 매출액 가운데 LG그룹 비중은 LX세미콘이 75%, LX판토스 66%, LX MMA가 30% 수준이다. LX는 계열분리가 이뤄진 뒤에도 향후 3년간 LG와의 거래 내역을 제출해야 한다. 만약 이 기간에 부당 거래가 발생하면 공정위가 계열분리를 취소할 수 있다.
이에 재계에선 구 회장이 양적, 질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싶어하는 의지가 강한 만큼, LX가 당분간 M&A에 더 적극 나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는 구 회장의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감지된다.
당시 구 회장은 "신사업은 기업의 미래 성장에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라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속도감 있게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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