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과학] 세상에서 가장 작은 반도체, 국내 연구팀이 구조 밝혔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수십 년 동안 베일에 싸였던 세상에서 가장 작은 반도체 구조가 규명됐다. 27개 원자로 구성된 가장 작은 반도체 나노클러스터 결정 구조가 밝혀졌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광촉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기초연구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현택환 나노입자 연구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 연구팀은 27개의 원자로 구성된 세상에서 가장 작은 반도체 구조를 규명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에 들어가는 반도체 나노입자인 양자점은 크기·모양에 따라 광학, 전기적 특성이 달라진다. 최근 나노과학 분야에서는 반도체 나노입자를 원하는 크기, 모양, 조성으로 합성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현재까지 가장 정밀한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원자 수준에서 균일한 나노입자를 합성하기 힘들었다.

반도체 나노입자는 반도체 나노클러스터라는 핵으로부터 시작해 안정된 성장을 거쳐 만들어진다. ‘나노클러스터’란 여러 원자가 뭉쳐 원자 1개와 유사한 성질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반도체 나노클러스터는 기존 나노입자보다 작으면서도 정확한 개수의 원자로 구성돼 원하는 물성을 구현하기 쉽다. 반도체 나노입자 성장을 이해하고 정밀하게 만들려면, 핵 역할을 하는 반도체 나노클러스터 구조를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도체 나노클러스터는 각기 다른 성장 과정을 거쳐 다른 나노입자로 성장한다. 균일한 나노입자를 생산하려면 한 종류의 나노클러스터로만 성장시켜야한다. 이 때문에 수십억 개의 작은 반도체 클러스터들을 균일하게 생성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특이하게도 0.5~3nm 사이에서는 똑같은 사이즈로 만들 수 있다. 해당 크기를 가진 입자들을 ‘매직-사이즈 나노클러스터’라 한다. 매직-사이즈 나노클러스터 중 카드뮴-셀레나이드 나노클러스터에 대한 연구가 많았다.

수십 개의 원자로 이뤄진 아주 작은 나노클러스터에 대한 연구도 있었는데 생성하기도 힘들고 구조를 밝히는데 번번이 실패했다. 특히 이러한 아주 작은 반도체 나노클러스터는 반응 중에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많아 구조 분석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카드뮴 원자 14개와 셀레늄 원자 13개로 이뤄진 현재까지 규명된 가장 작은 반도체 클러스터 ‘Cd14Se13’을 단일 사이즈로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다. 연구팀은 기존 반도체 나노클러스터를 둘러싼 리간드(중심 금속 원자에 결합해 화합물을 형성하는 이온 또는 분자)에 주목했다.

이전까지의 실험과 달리, 이번 연구에서는 단일 사이즈 클러스터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반도체 클러스터의 단일 자리 리간드(중심 금속 원자 하나와 결합할 수 있는 리간드)를 삼차 이중 자리 리간드로 대체했다. 3명이서 손을 마주 잡고 있을 때 견고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합성된 단일 클러스터 수십억 개를 규칙적으로 연결해 단결정을 만들었다. 기존 반도체 클러스터는 단일 자리 리간드로 인한 상호작용으로 조절이 불가능하고 불안정한 뭉침이 일어났는데 연구팀이 합성한 단일 사이즈의 반도체 나노클러스터는 무작위의 뭉침이 발생하지 않아서 안정적으로 단결정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

연구팀은 단결정 X-ray 회절법(관찰대상에 X선을 발사해 X산란되는 상태를 분석해 구조를 알아보는 방법)을 통해 성장한 단결정의 독특한 구조를 분석했다. 지금까지 규명된 일반적인 반도체 나노클러스터들이 초사면체 구조인 것과 달리 이번에 합성한 반도체 나노클러스터는 셀레늄(Se)을 중심으로 카드뮴 셀레나이드(Cd14Se13)가 감싸고 있는 코어-케이지 구조를 이루고 있다.

현택환 단장은 “수십 년간 베일에 싸여있던 반도체 나노클러스터의 구조를 밝혔고 이런 특이한 구조를 가진 나노클러스터는 앞으로 색다른 특성을 가진 나노입자들을 제조하는데 사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Structure of a subnanometer-sized semiconductor Cd14Se13 cluster)는 화학분야 국제학술지 셀 자매지인 켐(Chem)에 7월 26일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