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기억력 감퇴 원인으로 뇌 속 반응성 별세포의 ‘요소회로’가 새롭게 지목됐다.
22일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의 이창준 단장·주연하 박사 연구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 연구소 류훈 단장 연구팀과 함께 별세포 내 요소회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활성화된 요소회로가 치매를 촉진함을 규명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에 발표했다.(논문제목 : Astrocytic urea cycle detoxifies Aβ-derived ammonia while impairing memory in Alzheimer's Disease)
요소회로(urea cycle)는 간세포가 암모니아를 요소로 변환하는 대사경로다. 별세포(성상교세포, astrocyte)는 뇌세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비신경세포다. 알츠하이머나 염증 등 주변 환경에 의해 별세포의 수와 크기가 증가한 ‘반응성 별세포’는 주변 신경세포에 여러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알츠하이머 환경의 별세포에서는 아밀로이드 플라크로 인해 증가한 암모니아를 독성이 낮은 요소로 바꾸기 위해 주로 간에서 일어나는 요소회로가 활성화된다는 사실과, 이러한 요소회로가 알츠하이머 치매를 촉진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더 나아가 치매치료제 개발을 위한 표적 효소를 제시했다.
이창준-류훈 단장 연구팀은 그동안 주로 아밀로이드 베타에 치중된 치매연구 경향에서 벗어나 별세포를 치매 유발 원인으로 지목하고 지속적으로 관련 연구결과를 발표해 왔다.
2년 전에는 '중증 반응성 별세포에서 과도하게 생성되는 과산화수소와 마오비(MAO-B, 모노아민 산화효소 B) 효소의 활성 증가가 치매 발병의 원인'이라는 연구결과를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한 바 있다. 반응성 별세포가 MAO-B 효소를 발현해 푸트레신(putrescine)으로부터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를 생성해 기억력 감퇴를 일으킨다는 연구였다. 하지만 반응성 별세포에서 푸트레신이 증가되는 메커니즘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반응성 별세포에 존재하는 요소회로를 확인하고, 활성화된 요소회로가 푸트레신 및 가바생성을 유도해 치매를 유발하는 과정을 규명했다.
연구진은 독성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처리한 별세포에서 요소회로를 이루는 효소인 OTC, ARG1, ODC1 등의 활성과 발현량이 증가하고, 합성된 요소의 양도 증가함을 확인함으로써 별세포 내 요소회로의 존재를 증명했다.
이러한 요소회로의 활성화는 실제 알츠하이머 환자에서도 발견됐다. 이 때 별세포의 ODC1 효소를 억제시키자, 요소회로를 통해 생성되는 푸트레신과 가바가 감소함은 물론 알츠하이머 모델 생쥐의 기억력이 회복됐다. 요소회로 활성을 억제해 치매를 일으키는 푸트레신과 가바를 감소시킴으로써 기억력을 회복할 수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한 것이다.
연구진은 "뇌 속 별세포의 요소회로가 아밀로이드 배타에서 발생한 독성 물질인 암모니아를 해독하는 유익한 기능을 하는 동시에 치매원인 물질도 증가시키는 양면성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됐다. 연구를 통해 이 양면성의 연결고리를 ODC1 효소가 하고 있음을 확인했으며, 이를 끊으면 유익한 기능은 남기고 유해한 기능은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별세포의 요소회로 효소들을 표적으로 한 새로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지금까지 치매의 주원인은 아밀로이드 베타로 여겨졌다. 그러나 임상실험에서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해도 중증 치매가 지속돼 치매 치료제 개발이 실패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진은 “새로운 억제제 선도물질로서 요소회로 효소 ODC1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전임상 시험을 통해 ODC1 효능과 독성 등을 확인하고 신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반응성 별세포의 양면성을 규명함으로써 각종 뇌질환에서의 반응성 별세포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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