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재용 기자] #. 한 손해보험사 보상팀에서 근무하는 직원 A씨는 임금피크 연령에 진입해 급여를 삭감했다. 하지만 급여 삭감 조건으로 이뤄졌어야 할 근로 시간 단축, 업무 강도 경감 등의 조치는 없었다. A씨는 임금피크제 이전처럼 현장에 나가 합의 업무를 보고 있다.
노사가 합의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더라도 동일노동을 했다면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그간 임금피크제를 적극 활용해온 금융권도 후폭풍을 피할 수 없게 됐다.
31일 전국사무금융노조는 이날 오전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판결과 관련한 대응방안 설명회를 열었다. 노조연맹 간부들에게 대법원 판례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6일 퇴직 연구원 B씨가 재직했던 국내 C연구원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고령자고용법의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의 기준을 제시했다. 노사가 합의했어도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와 적정성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임금피크제 관련 합법성 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요건을 제시한 만큼 이를 중심으로 노사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주요 쟁점 사안으로 꼽힌다. 노조와 사측의 주장이 두드러지게 엇갈리는 지점이라서다.
금융사 측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준수했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금피크제에 진입하면 즉시 업무를 재배정한다"면서 "해당 직원의 노동 강도가 줄어들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 노조에서는 임금피크제 진입에도 동일업무를 한 경우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 시중은행 노조 관계자는 "창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경우 임금피크제에 진입해 급여가 깎였음에도 동일한 업무·결재라인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며 "업무 변화 없이 임금만 삭감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 보험사 노조 관계자도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한 근로시간 단축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업무강도 또한 부서마다 부문마다 강도가 다르다고 주장하는데 임크피크제 대상자를 위한 직무가 별도로 있거나 하진 않는다"고 전했다.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관련 줄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노조는 사안을 취합해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은행권 노조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서는 임금피크제 진입에도 동일업무를 한 직원들을 모아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은행권 노조인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에서는 이날 설명회를 열고 금융사 직원 차별 관련 시정조치와 기존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삭감 보상안을 두고 논의를 벌였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을 그동안 부당하게 빼앗긴 노동자의 권리가 원상회복되는 시금석으로 삼을 것"이라며 "법률소송·특별교섭요구 등 그동안 빼앗겼던 노동자의 권리를 원상회복하기 위한 만반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용 기자(j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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