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코로나19 백신접종 뒤에도 돌파감염 사례가 잇따르면서(중앙방역대책본부 설명을 보면 3차 접종 후 돌파감염 추정사례는 4명중 1명 수준) 백신효과에 대한 의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백신을 접종했다면 감염이 되지 않아야 하는 게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파악한 결과 백신접종을 한 이후 만들어진 기억 T세포가 강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는 돌파감염이 되더라도 기억 T세포가 감염세포를 제거하면서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는다는 설명이다.
백신 접종으로 생성된 기억 T세포가 코로나19 초기형 바이러스(초기 유행한 코로나19 우한주)는 물론 오미크론 변이주에 대해 강한 면역반응을 보인다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결과는 백신 접종 후 돌파감염이 되더라도 중증으로 진행되지 않는 면역 원리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바이러스 면역 연구센터 신의철 센터장(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mRNA 백신을 접종한 의료종사자들과 코로나19 감염 이후 백신 접종자의 말초혈액을 비교분석한 결과, 기억 T세포가 오미크론 변이주에 상당한 면역반응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코로나19 백신은 초기 바이러스에 기반을 둬 개발됐는데 오미크론에 대한 기억 T세포 반응은 초기형에 비해 80~90% 이상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가지 이상의 사이토카인(면역세포가 분비하는 면역물질)을 한꺼번에 분비하는 다기능성 기억 T세포의 작용 역시 초기형과 오미크론 변이주 사이에 차이가 거의 없음을 확인했다.
다기능성 T세포는 한 가지 면역물질을 분비하는 단일 기능 T세포에 비해 항바이러스 기능이 뛰어나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이러스 감염이나 백신 접종으로 유발되는 적응면역에는 중화항체와 기억 T세포 면역반응이 있다. 중화항체는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과정 자체를 막는다. 반면 기억 T세포는 감염을 차단하지는 못하는데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한다. 감염자가 경증에 머물러 빨리 회복하는데 이바지한다.
2021년 11월에 처음 보고된 오미크론 변이주는 이전 변이주들과 비교했을 때 돌연변이가 훨씬 많고 전파력도 강하다. 코로나 백신 접종자에게 오미크론 돌파감염이 자주 있는 이유는 접종 후 생성된 중화항체가 오미크론을 효과적으로 방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미크론에 의한 돌파감염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연구팀은 mRNA 백신접종에 의한 기억 T세포 면역반응에 주목했다. 오미크론에 대한 백신효능 연구는 대부분 중화항체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기억 T세포 관련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mRNA 백신(화이자-바이오엔텍 백신)을 2회 또는 3회 접종받은 의료종사자(각 20명)과 코로나19 회복 후에 백신을 2회 접종받은 대상자(20명)의 말초혈액에서 면역세포를 분리한 후, 기억 T세포가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자극받아 분비하는 여러 면역물질(인터페론-감마, TNF(종양괴사인자), 인터루킨-2 등)을 비교분석했다.
연구팀은 기억 T세포 중 CD4 도움 T세포와 CD8 살상 T세포가 코로나19 초기형 바이러스와 오미크론 변이주에 보이는 면역반응의 차이를 비교한 결과, 대부분 실험대상자들에서 초기형뿐 아니라 오미크론 변이주에 대해 비슷한 수준으로 항바이러스 작용이 일어남을 관찰했다.
예컨대 2~3회 백신 접종자의 CD4 도움 T세포 중 인테페론-감마를 분비하는 비율은 변이주가 초기형에 비해 80~88%, 종양괴사인자를 분비하는 비율은 86~94% 수준에 달했다. 연구팀은 또 개인별 면역반응 분석에서도 초기형과 오미크론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으며 이러한 실험결과는 오미크론에 대한 백신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입증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이후 mRNA 백신을 접종받으면 기억 T세포 면역반응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데이터도 확인했다. 두 가지 이상의 면역물질을 동시에 분비하는 다기능성 기억 T세포 반응이 오미크론 변이 주에 대해서도 차이 없이 작동함을 알아냈다.
연구를 주도한 정민경 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바이러스 면역 연구센터 박사는 “신규 확진자수 관리보다 중증환자 중심의 대책이 중요한 상황에서, 중화항체만이 아니라 기억 T세포 영역까지 오미크론에 대한 면역반응 분석을 확장한 데 의의가 있다”며 “코로나19 감염을 겪은 뒤에도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근거를 제시하는 연구결과”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개인별 면역반응의 차이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고려대 송준영, 노지윤 교수 연구팀, 충북대 정혜원 교수 연구팀, 카이스트 박수형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행했다. 연구결과(논문명: BNT162b2-induced memory T cells respond to the Omicron variant with preserved polyfunctionality)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Nature Microbiology) 5월 17일자에 실렸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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