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우리나라가 만든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용 분광기가 첫 관측에 성공했다. 오리온성운 심장부의 별 탄생 지역을 포착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은 일본국립천문대(NAOJ)와 공동으로 세계 최대 전파간섭계 망원경 ALMA(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용 분광기 개발에 성공했다. 한일 공동연구팀은 해당 분광기의 첫 관측(First Light)으로 오리온성운 심장부의 별 탄생 지역에서 나오는 강력한 전파원을 포착했다.
연구팀은 지난 2월 해발 5천m 고지에 있는 칠레 아타카마 ALMA 관측소에 분광기를 설치했다. 오리온성운의 심장부에 위치한 ‘KL’지역을 관측했다. 연구팀은 KL 지역에서 방출되는 전파를 ALMA 망원경을 이용해 수신했다. 분광기를 통해 일산화규소(SiO) 분자가 내는 86GHz 메이저 스펙트럼을 얻는 데 성공했다.
무거운 별이 탄생하는 지역에서 형성된 일산화규소는 강한 전파인 메이저선을 방출한다. 이를 관측하면 별 주변의 물리적 환경과 물질 방출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그에 따른 별의 탄생과 진화 과정을 연구할 수 있다.
분광기는 망원경이 수신한 전파 정보를 주파수에 따른 전파의 강도로 표현된 스펙트럼으로 변환하는 장치이다. 이번에 개발한 분광기는 그래픽 처리와 비디오 게임에 널리 사용되는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이용해 개발됐다.
GPU를 이용해 ACA(Atacama Compact Array)의 12m급 안테나 4대로부터 오는 128Gb/s의 방대한 자료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GPU 분광기’라는 명칭이 붙었다. GPU 분광기는 32비트 실수 연산을 수행하기 때문에 4비트나 16비트 정수 연산을 수행하는 기존 장비에 비해 데이터 처리 속도와 처리량이 향상되어 더 정밀한 스펙트럼을 얻을 수 있다.
천문연과 일본국립천문대는 2015년부터 공동으로 GPU 분광기를 개발해왔다. 천문연은 분광기 개발 프로젝트 전반을 관리하며 소프트웨어 초기 버전 개발 등을 전담했다. 일본국립천문대는 분광기의 제어 소프트웨어 개발, 분광기 실험실 구축 등을 맡았다.
연구팀은 올해 추가 시험 관측을 수행해 GPU 분광기의 성능을 자세히 검증할 예정이다. 분광기는 2023년 10월부터 본격 과학 관측에 사용한다.
연구 책임자인 김종수 천문연 박사는 “GPU 분광기 개발은 천문연과 일본국립천문대의 수년에 걸친 노력의 결실이자 성공적인 협력 사례”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전파망원경인 ALMA 사업에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이바지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