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우리은하 중심에 있고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초대질량 블랙홀로 알려진 궁수자리 A 블랙홀(Sgr A)의 구조가 원형으로 드러났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 연구팀이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VLBI 관측망(EAVN)의 7mm와 13mm 파장대 관측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궁수자리 A 블랙홀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초대질량 블랙홀이다. 블랙홀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연구하는 데 최적의 대상이다. 해당 블랙홀의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지구상 여러 전파망원경을 연결하는 VLBI(초장거리 전파간섭계) 기술을 사용해 망원경 사이의 거리만큼 큰 구경을 가진 가상의 망원경을 만들었다.
궁수자리 A 블랙홀 관측의 또 다른 난관은 우리은하 중심 주변의 가스 구름에 의한 빛의 산란이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신의 산란 모델 연구 결과를 동아시아 VLBI 관측망 결과에 적용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궁수자리 A 블랙홀의 구조가 거의 원형임을 확인했다.
동아시아 VLBI 관측망은 KVN 3기를 포함해 총 21개의 전파망원경으로 구성됐다. 이번 연구에는 1.3cm 파장대 관측에 10기, 7mm 파장의 관측에 8기의 전파망원경이 참여했다. KVN 3기는 두 파장 관측에 모두 참여했다.
궁수자리 A 블랙홀이 원 모양으로 관측된 것은 블랙홀이 주변 기체들을 중력으로 끌어들이며 형성되는 부착흐름의 회전축이 우리 태양계 쪽을 가리키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번에 관측된 블랙홀의 크기는 블랙홀 주변의 부착흐름이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된 전자와 자기장을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블랙홀은 근처의 기체들을 중력으로 끌어들이는 부착으로 빛을 낸다. 조금이라도 회전하고 있는 기체들은 부착되면서 회전이 빨라져서 부착원반을 형성한다.
궁수자리 A 블랙홀의 전파 방출 기원에 대해서는 부착흐름과 제트 중 어느 쪽인지에 대한 오랜 논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번 연구는 부착흐름 모델 예측을 개선했는데도 여전히 제트 기원설도 배제할 수 없다.
연구팀은 보다 확실한 전파 방출 기원의 규명을 위해 사건지평선망원경과 같은 더 짧은 파장을 이용하는 지구 크기 VLBI 망원경, 위성 전파망원경을 이용한 우주 VLBI, 다파장 수신기를 이용한 장기 모니터링 관측 연구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이번 연구 논문의 제1저자인 조일제 박사(안달루시아 천체물리학 연구소)는 “궁수자리 A 블랙홀은 사상 최초로 관측한 M87 블랙홀보다 거리가 훨씬 가까이 있는데 산란을 일으키는 가스구름에 둘러싸여 있어 관측이 더 힘든 천체”라며 “동아시아 VLBI 관측망 관측을 통해 산란 효과를 교정해 우리에게 가까운 블랙홀의 본 모습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해당 관측 프로그램의 한국 과제책임자인 손봉원 천문연 박사는 "천문연의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이 주축으로 참여하는 동아시아 VLBI 관측망(EAVN)의 향상된 감도로 궁수자리 A 블랙홀 주변의 미약한 신호도 효과적으로 감지할 수 있었다”며 “이 결과는 궁수자리 A 블랙홀 사건지평선의 첫 동영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건지평선망원경(EHT) 관측 자료 분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논문명: The Intrinsic Structure of Sagittarius A* at 1.3cm and 7mm)는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 2월 22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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