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초신성은 천문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천체이다. 별의 생성과 죽음을 알 수 있는 비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초신성 폭발을 빠르게 포착하는 것이 어렵다는 데 있다.
초신성이 폭발한 이후 몇 시간이 지난 뒤 포착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연구팀이 최근 초신성 폭발이후 1시간 내 ‘어린 빛’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초신성 폭발 직후 빨리 찍기 올림픽’이 있다면 단연 금메달감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 Korea Microlensing Telescope Network)이 초신성 폭발 후 1시간 내 빛을 포착해 Ia형 초신성이 어떻게 폭발하는지를 설명하는 관측 증거를 제시했다.
Ia형 초신성은 폭발할 때 최대 밝기가 매우 일정해 우주의 거리를 재는 표준광원으로 이용된다. 철과 같은 무거운 원소의 기원과 별의 죽음을 연구하는 데 필수 천체이다. Ia형 초신성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폭발하는지 이제껏 밝혀지지 않았다.
천문연이 캐나다 토론토대학과 공동으로 참여 중인 KMTNet 초신성 탐사 관측 연구팀은 KMTNet을 이용해 폭발 후 1시간밖에 되지 않은 초신성 ‘SN 2018aoz’ 관측에 성공했다. Ia형 초신성 관측 역사상 가장 어린 시기의 빛을 포착한 것이다.
이번 관측을 통해 연구팀은 폭발 후 1∼12시간 사이 초신성의 색이 붉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러한 색 변화는 철 성분이 초신성 가장자리에 더 많이 분포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초신성 폭발 직후의 빛을 더 빨리 포착하고자 하는 경쟁은 천문학계의 기록 단축 올림픽과 비슷하다. 폭발 직후의 빛을 더 빨리 관측할수록 별의 크기와 별 내부의 원소 측정이 더 쉽기 때문이다.
2011년 ‘SN 2011fe’ 초신성은 폭발 뒤 11시간 후 관측이 진행됐다. 2017년 ‘SN 2017cbv’는 폭발 뒤 7시간, 2019년 ‘SN 2018oh’는 폭발 후 3.6시간 만에 관측이 이뤄졌다. Ia형 초신성에서 폭발 후 1시간 만의 빛을 관측한 이번 연구는 기록 면에서 혁신적 결과이다.
연구팀이 폭발 1시간 내 초신성 빛을 빠르게 포착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24시간 관측이 가능한 KMTNet 망원경 운영에 있었다. 연구팀은 남반구에 위치한 3기의 망원경을 이용해 초기 초신성 발견에 최적화된 관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 연구에서 한두 개의 필터를 사용했던 것과 달리, 모든 관측에 세 개의 필터를 사용함으로써 초신성의 색을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다.
초신성 탐사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김상철 천문연 광학천문본부장은 “이번 연구는 Ia형 초신성에서 어떻게 폭발이 일어나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낸 첫 연구”라며 “KMTNet의 24시간 관측 수행 능력이 가져온 쾌거”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후속으로 더 이른 시기의 초신성 관측과 다른 종류의 폭발을 일으키는 특이 초신성에 대한 연구도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천문연 외에 캐나다 토론토대학, 미국 카네기연구소,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아리조나 대학, 캘리포니아주립대, 라스 쿰브레스 천문대(Las Cumbres Observatory), 미 항공우주국(NASA) 등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논문명: Infant-phase reddening by surface Fe-peak elements in a normal Type Ia Supernova)는 천문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아스트로노미(Nature Astronomy) 2월 17일자에 실렸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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