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심지혜 기자] "10년 안에 디지털이 완벽히 진행된 융합 세상이 올 것이란 게 ICT 업계 CEO들의 고민이다. SK는 핸드셋은 없지만 핵심 요소인 반도체와 관련 서비스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전부를 할 수 없지만 양단에서 세상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될 것이다."
박정호 SK스퀘어・SK하이닉스 부회장은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2'에서 진행한 'SK ICT 연합' 출범식에서 이같이 밝혔다.
SK ICT 연합은 SK스퀘어, SK텔레콤, SK하이닉스가 ICT 융합기술을 공동 개발, 투자하고 글로벌 진출까지 도모하기 위해 마련했다. 독립적인 영역이었던 반도체, 5G, AI 산업이 서로 융합하며 발전하는 시대가 도래함으로써 SK ICT 3사 시너지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SK스퀘어의 혁신투자 ▲SK텔레콤의 5G·AI 기술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미래 혁신 기술을 지렛대 삼아 지속적으로 공동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박 부회장은 "앞으로의 10년을 내다보는 관점에서, 반도체는 ICT 전반적으로 융합되고 있고 다양한 파트너로부터 이런 요구가 굉장히 많다"며 "SK텔레콤 분할로 투자회사와 통신회사로 나뉘었다. 반도체 회사와도 시너지 협의체를 만들어 운영하기로 했는데 이는 아주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SK스퀘어, SK텔레콤, SK하이닉스는 박 부회장의 주도하에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참여하는 ‘3사 시너지협의체’를 운영한다. 국내외 반도체, ICT 분야 R&D(연구개발) 협력, 공동투자 등을 논의하고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 3사 협업 첫 성과 AI반도체 '사피온'…글로벌 공략 본격화
SK ICT 3사 시너지의 첫 결과물은 국내 최초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사피온(SAPEON)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3사 공동 투자를 통해 미국법인 ‘SAPEON Inc.’를 설립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
SK텔레콤은 5G, AI 분야에서 축적한 연구개발(R&D) 역량과 서비스 경험을 기반으로 사피온 기술 개발을 주도하한다. 중장기적으로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전용 사피온 모델 라인업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기술과 AI 반도체의 시너지를 도모하며, SK스퀘어는 SK텔레콤과 함께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를 공동으로 유치할 예정이다.
투자 규모는 500억원 수준이다. 류수정 SK텔레콤 AI엑셀러레이터 담당은 "500억원 투자 규모로 시작한다"며 "SK텔레콤이 62.5%, SK하이닉스가 약 25%, 나머지를 SK스퀘어가 맡는다"고 설명했다.
사피온 미국 법인은 주로 미국에 거점을 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주요 고객사로 삼아 AI 반도체 사업을 확장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맡는다. 미국 내 풍부한 반도체 개발 인력을 확보하고 외부 투자를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사피온 코리아는 미국 법인 자회사로 한국과 아시아 지역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이 사장은 사피온 투자에 대해 "메모리 회사이지만 표준화된 상품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지능화된 메모리를 하려면 사피온 같은 액셀러레이터(가속기) 협업을 통해 전체 성능을 올리면서 전력소비를 줄이는 등 혁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긴밀한 협업이 중요하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사피온 생산 파운드리는 SK하이닉스가 아닌 대만의 TSMC가 계속 맡는다. 류 담당은 "X220에 이어 차기 제품인 X330도 TSMC가 한다"고 밝혔다.
◆ 1조 이상 ICT투자자본 '공동 조성' 추진
SK ICT 3사는 올해 해외 투자를 위한 거점을 마련하고 해외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총 1조원 이상의 글로벌 ICT 투자자본을 조성하고 운영할 예정이다. 현재 해외 유수 투자자들과 세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다.
이렇게 조성된 글로벌 ICT 투자자본의 투자처는 AI, 메타버스, 블록체인, 반도체 분야에서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될 전망이다.
특히 SK스퀘어는 혁신 투자를 통해 SK ICT 3사의 시너지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SK하이닉스의 글로벌 확장, 신기술 개발 확대 움직임에 발맞춰 반도체 생태계 공동 투자에 앞장서는 한편 메타버스, 블록체인과 같이 미래 혁신을 이끌 넥스트 플랫폼(Next Platform)에 투자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최근 투자한 가상자산거래소 코빗과 연계해 글로벌 블록체인 신사업에 진출하고, SK텔레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 블록체인 기반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박 부회장은 "SK스퀘어가 투자전문회사로서 핵심성과지표(KPI)를 따지고 바로 투자수익률(ROI)을 만들어 내는 것도 당연하지만 실제로 ICT 발전을 위한 생태계 구축 역할도 크다"며 "일례로 진행 중인 코인 거래소 투자 역시 우리 서비스 역량을 가지고 코인 경제에 대한 생태계를 구성해 주는 역할을 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에 있어서도 수 많은 벤처가 AI반도체를 하고 있는데, 그들과 우리가 같이 시장에 진입해 더 좋은 효과를 주기 위한 투자를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윤풍영 SK스퀘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ES에서 미팅이 있었는데 만난 업체들과는 서로 투자 타입과 철학을 공유하면서 '공동투자'하는 방법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 퀄컴과 회동…5G·AI 초협력 논의
박 부회장은 CES 2022에서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사장 겸 CEO와도 만남을 가졌다.
SK하이닉스는 무선 기술 혁신 기업인 퀄컴과 데이터센터용 애플리케이션, PC에 탑재할 수 있는 고속 메모리 공동 개발 방안을 모색했다. SK텔레콤은 메타버스, 스마트팩토리 사업 등 5G 관련 기업고객간거래(B2C)・기업간거래(B2B) 사업 분야에서의 협력과 투자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박 부회장은 "차량이나 오큘러스 같은 새로운 단말에 칩이 들어가는 것과 관련해 시장 생태계 개척을 같이 하자고 했다"며 "AI칩에선 실제 퀄컴도 AI가속기를 하고 있고 이 부분도 서로 함께할 수 있다고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윤 CIO는 "퀄컴이나 SK스퀘어 모두 별도의 내부 투자조직이 있는데, 양사가 그룹대 그룹으로 공동 투자에 대한 철학을 공유했다"며 "이에 대한 합의점이 있어 구체화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박 부회장은 "SK ICT 연합이 서로 힘을 모아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도약하고 혁신하는 한 해를 만들 것"이라며 "글로벌 반도체·ICT 산업을 이끈다는 자부심을 갖고 대한민국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심지혜 기자(sj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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