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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최대위기 봉착…공정위 제재에 세무조사까지


편법 승계 논란 속 직장 내 괴롭힘까지…연이은 '악재'

[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제재를 한 달에 두 차례나 받은 데 이어 조직 내부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호소까지 터져 나왔다. 준법·윤리경영을 강조해온 하림그룹과 김홍국 회장의 경영철학이 얼룩진 모습이다. 또한 최근에는 국세청으로부터 특별 세무조사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주 올품 본사 등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벌였다. 올품은 하림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회사로, 사실상 하림의 지주회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계열사를 통한 부당 지원으로 하림과 올품 등을 제재한 데 이어 국세청까지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모습 [사진=하림그룹]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모습 [사진=하림그룹]

◆ 세무조사도 공정위 제재와 연관?…"지배구조와 지분 승계 들여다본다"

국세청이 올품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건 하림의 지배구조·지분 승계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림그룹은 김 회장의 장남 김준영 씨가 최대 주주인 올품이 지주사인 하림지주를 지배하고 있다. 하림지주는 김 회장이 지분 22.95%를 보유해 개인 최대 주주지만, 올품(4.36%)과 올품의 100% 자회사 한국인베스트먼트(20.25%) 지분을 합치면 준영 씨 지분이 24.61%로 더 많다.

공정위는 준영 씨가 하림지주 최대 주주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편법 승계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2012년 김 회장이 장남에게 올품(당시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물려준 덕분에 준영 씨가 하림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오를 수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동물용 의약품과 사료첨가제 물량을 올품에 몰아주고, 올품은 높은 판매마진을 챙겼다. 팜스코 등 하림그룹 계열 농업회사법인의 올품 약품 사용 비중을 살펴보면 2012년 12.9%에서 2016년 26.1%로 2배 이상 상승했다.

하림그룹은 2010년부터 경영 승계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하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입수한 '회장님 보고자료, 한국썸벧(올품의 전신) 및 지분이동'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보면 "아들(子)에 증여하는 방식은 (향후 子가 증여받을) 법인을 경유하는 것이 유리"하며 "K소유 법인(한국썸벧)에 증여하는 것이 미성년자인 아들(子)에 증여하는 것보다 과세 당국의 관심을 덜 유발시킬 수 있음(특히, 명의신탁 관련 의혹 일부 해소)"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보고서에 나온 K는 김 회장, 아들(子)은 준영씨다.

◆ 하림 공정위에 총 6차례 제재…바람잘날 없는 '하림그룹'

하림의 논란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하림은 공정위로부터 199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총 6차례 제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심결법위반사실조회서에 따르면, 하림은 ▲육계위탁사육계약서상 불공정 약관조항에 대한 건(1997년) ▲기업결합신고 규정 위반행위에 대한 건(2002년) ▲특수관계인의 기업결합신고 규정 위반행위에 대한 건(2002년)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건(2018년) 등으로 과태료와 과징금을 물었다.

이어 이번 10월 연이어 두 차례 제재를 받으면서 논란을 이어갔다. 지난달 27일 공정위는 하림그룹에 대해 계열사들이 올품(전 한국썸벧)을 부당하게 지원해 부당이익을 제공한 혐의로 시정명령과 총 48억8천800만원의 과징금 등을 담은 제재안을 발표했다.

하림 CI [사진=하림]
하림 CI [사진=하림]

이전에 하림은 공정위로부터 담합 혐의로 수백억원의 과징금과 함께 검찰 고발도 당한 상태였다. 공정위는 지난 10월 6일 하림과 올품에 삼계탕용 닭고기 담합 혐의로 검찰 고발 및 과징금 130억원을 부과했다. 위 두 건의 과징금만 179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한 기업이 연이어 공정위 철퇴를 맞는 건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하림은 2017년부터 공정위의 타깃이 됐고 지속적인 조사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했으며, 첫 대기업집단 직권조사 대상으로 하림을 지목했다. 당시에도 하림은 팜스코 등 하림그룹 계열사 8곳이 김 회장의 장남 회사인 올품에 부당 지원 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은 바 있다.

◆ 하림 익산공장서 직장 내 괴롭힘 '논란'도…내부적으로도 '잡음'

하림 그룹 내부에서도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났다. 이달 초 하림의 전·현직 직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한 것이다. 하림 익산공장 육가공 부서에 근무했거나, 근무하고 있는 전·현직 직원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거나 다른 직원이 당하는 모습을 봤다고 주장했다.

하림 신노조 측은 노동부에 진정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 측은 "하림은 재계 30위권 대기업인데도 이직률이 높고 그 원인 중 하나가 직장 내 괴롭힘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하림은 책임감을 느껴 경직되고 수직적 문화를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림은 2019년 피해 주장이 접수돼 조사를 벌인 적은 있으나 직장 내 괴롭힘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하림 전·현직 직원들은 회사가 피해 호소를 외면했다는 주장이다. 하림 신노조가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할 방침인데다, 앞서 하림의 노조 탄압 주장도 제기된 바 있는 만큼 하림 내부의 뒤숭숭한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하림의 승계 작업은 당분간 멈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림은 이번 제재로 아들 준영 씨에게 지배력을 이양하는 구도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업계에서는 준영 씨가 무리하게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보다는 속도 조절을 하며 경영 경험을 쌓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준영 씨는 하림지주 경영기획실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며 경영수업을 받다가 최근 사모펀드 운용사인 JKL파트너스에 입사했다. 현재 투자 및 포트폴리오 관리 업무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림그룹과 JKL파트너스는 2015년 컨소시엄을 구성해 1조500억원을 들여 팬오션을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 제재를 앞두고 준영 씨가 회사를 옮긴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공정위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준영 씨의 임원 승진 등을 추진하는 것은 김 회장에게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점에서다.

하림식품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신노조 측이 노동부에 진정서를 낸다고 했지만 실제로 냈는지도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림그룹은 앞서 "계열사가 올품을 지원한 바가 없고, 경영효율을 높이는 일이었다고 공정위에 소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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