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21일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첫 비행에 나섰다. 1, 2, 3단 분리가 정확한 시간에 잘 작동했다. 위성 모사체도 잘 분리됐다.
다만 마지막 관문인 3단이 분리된 이후 초속 7.5km(시속 2만7천km)의 속도에 도달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위성 모사체가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이유다. 3단 엔진이 예상했던 것보다 일찍 꺼졌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이번 누리호 첫 발사를 두고 ‘절반의 성공’ ‘미완의 성공’ 등으로 평가한다. 누리호는 내년 5월에 2차 발사한다. 이때는 위성 모사체가 아닌 실제 탑재체를 싣는다. 1단에 75톤 엔진 4개, 2단에 75톤 엔진 1개, 3단에 7톤 엔진 1개가 장착된 누리호가 자유롭게 비상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실패 분석력’이 필요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거꾸로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가 될 수도 있다. 누리호 첫 발사를 두고 ‘이쯤이면 성공했다’는 쪽에 무게를 두면서 샴페인을 일찍 터트리면 ‘실패의 어머니’로 독이 돼 돌아올 수 있다. 실패했다는 생각으로 ‘분석력’을 총동원할 때이다.
‘이 정도면 대단한 것 아니냐’라는 자화자찬은 아직 이르다. 샴페인을 터트리기에는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법의학계에서는 ‘시체는 죽어서 말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시체에서 여러 정황과 그동안의 역사를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원한과 억울한 죽음이었다면 시체를 통해 철저하게 분석하고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성모사체가 제 궤도에 올라서지 못한 이유로 누리호의 3단 엔진 ‘조기 멈춤’이 일단 확인됐다. 이제 ‘왜?’라는 원인 파악에 나서야 할 때이다. 누리호 비행데이터를 철저하게 분석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한 전문가는 “로켓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해 문제를 일으킨 부품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다음 발사체에 개선해 반영한 것이 성공의 열쇠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첫 발사가 실패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실패를 통해 배운 경험으로 마침내 성공을 거두게 되는 분야가 우주이고 우주는 오랜 기다림의 철학이 필요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실패 분석력을 총동원하면 성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선물이다.
누리호 첫 발사로 우리나라에 우주개발의 새로운 시스템 마련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철저한 ‘실패 분석력’과 함께 PPP(Private-Public Partnership, 민관 파트너십)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누리호 활용과 앞으로 전략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우리나라는 정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민간업체의 ‘PPP’ 연결고리가 약한 게 현실이다. 우주개발은 어떤 특정 집단이 중심이 돼 나아갈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추진해야 하는 ‘뉴스페이스’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정부의 정책과 민간의 기술 경쟁력이 결합할 때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누리호 1차 발사 현장 동영상(https://youtu.be/zY84Om0zJMc)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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