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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도 감당 안된다"…이서현·신동원, 잇따라 보유 주식 공탁, 왜?


천문학적 상속세 폭탄에 부담 커…"과세율 낮추고 주식 할증평가 폐지해야"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일가가 자신들이 보유한 주요 계열사 주식을 잇따라 법원에 공탁하고 있다. 최대 수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왼쪽부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고 이건희 삼성 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진=삼성]
(왼쪽부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고 이건희 삼성 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진=삼성]

1일 재계에 따르면 이서현 이사장은 고(故)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받은 유산에 부과 받은 상속세를 내기 위해 최근 삼성전자 주식 2만6천40만 주(0.44%)를 법원에 공탁했다. 이 이사장이 지난달 14일 서울서부지방법원과 체결한 공탁 계약 규모는 전일 종가(7만7천700원) 기준 2조513억원으로, 공탁은 해지될 때까지 유효하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까진 삼성전자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고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전자 지분을 상속 받으면서 주식으로 받은 전체 지분 0.93% 중 0.44%를 법원에 공탁하게 됐다.

또 이 이사장은 지난 5월 삼성물산 지분 2.73%, 삼성SDS 지분 3.12%도 공탁했다. 이 중 삼성SDS 주식에 대한 공탁 계약은 지난달 16일 변경했다. 이에 따라 공탁된 삼성SDS 주식 수는 241만4천859주(3.12%)에서 82만9천779주(1.07%)로 줄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지난 5월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S 등 주요 계열사 보유 주식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공탁했다. 삼성전자 주식 4천202만 주(0.7%), 삼성물산 지분17.49%, 삼성SDS 지분 9.2% 등이다. 삼성물산 지분은 이 부회장이 보유한 전체 지분(17.97%·3천388만주)의 대부분이며, 삼성SDS 주식(711만6천555주)은 주식 상속 이전부터 이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물량이다.

이 부회장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도 서울서부지법에 삼성전자 지분 0.4%(2천412만3천124주)를 공탁했다. 이부진 사장 역시 삼성물산 지분 2.82%와 삼성SDS 지분 3.9%를 각각 공탁했다.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도 지난달 23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농심홀딩스 주식 57만9천20주를 공탁했다. 당일 종가 기준 436억5천800만원 규모다.

신 회장뿐 아니라 다른 오너일가도 법원에 주식을 공탁했다. 지난 3월 타계한 고 신춘호 회장의 삼남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2만4천 주), 장녀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4만6천470주), 신동익 부회장 장남 신승렬 씨(5만 주)도 지난달 24일 보유한 농심 주식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각각 공탁했다. 당일 종가 기준 각각 69억4천800만원, 134억5천300만원, 144억7천500만원 규모다.

농심 신동원 회장 [사진=농심]
농심 신동원 회장 [사진=농심]

이처럼 삼성 일가와 농심 일가가 잇따라 보유 주식을 법원에 공탁하는 이유는 상속세 재원 마련 때문이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다른 나라보다 워낙 높은 탓에 재계 총수들 역시 감당하기 어려워 보유 주식을 담보로 공탁하는 것도 모자라 자금 대출까지 받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고 이 회장 작고 이후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삼성SDS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상속 받은 삼성가 유족들은 지난 4월 총 12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5년간 6회에 걸쳐 분납하는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오는 2026년까지 납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주식을 담보로 공탁하는 것 외에 홍라희 전 관장과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 등은 주식을 담보로 수조원을 빌렸다.

홍 전 관장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한국증권금융, 메리츠증권 등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약 1조원 가량을, 이부진 사장은 삼성물산 지분을 담보로 하나은행과 한국증권금융에서 3천330억원을 대출 받았다. 이서현 이사장은 물산 지분을 담보로 3천400억원을, 삼성SDS 주식으로도 471억원을 각각 빌렸다. 이 부회장도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시중 은행 두 곳에서 각각 2천억원씩 총 4천억원을 대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말 종가 기준 1천201억원가량의 고 신춘호 회장 소유 주식을 상속받은 농심 일가도 약 600억원의 상속세를 연부연납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주식을 법원에 공탁한 가족들 외에 신동원 회장의 장남 신상렬 농심 경영기획팀 부장의 경우 최근 100억원가량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조은수 기자]
[그래픽=조은수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적극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월 별세한 고 신격호 명예회장으로부터 계열사 지분과 토지 등을 상속받은 신 회장 등 유족이 내야할 상속세는 약 4천500억원이다. 롯데일가도 상속세 부담이 커 결국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했다.

지난해 공시에 따르면 신 회장은 2020년 7월 말 남대문 세무서에 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쇼핑 지분을 담보로 맡겼다. 당시 주가로 환산하면 총 260억원 규모다. 계약기간은 2025년 7월 말까지로 일부는 현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5년 분할 납부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전 이사장의 경우 롯데물산의 유상감자를 통해 재원을 마련했다. 또 신 전 이사장 역시 신 회장과 마찬가지로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했다. 신동주 회장은 지분 매각을 통해 마련한 조 단위 현금이 있는 만큼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최근 자신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 전체를 롯데지주에 매각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했다. 롯데지주는 지난 5월 27일 신 회장이 가진 롯데케미칼 주식 9만705주(0.26%)를 시간 외 대량 매매 방식으로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매입 금액은 주당 27만7천500원으로 총 251억7천만원이다. 이로써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 지분 25.59%를 갖게 됐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 지분 42.62%를 갖고 있다.

또 지난 7월에는 보유하고 있는 롯데지주 지분의 53% 가량을 담보로 한국증권금융과 1년짜리 주식담보계약을 맺고 1천841억원을 대출 받았다. 상속세 연부연납을 위해 지난해 7월 담보로 맡겼던 롯데칠성과 제과, 쇼핑 지분을 회수하고 대신 지주 지분을 담보로 맡긴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거액의 상속세 부담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방해받고 있다"며 "이미 생전에 소득세 등으로 과세한 재산에 대해 또 다시 상속세로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보는 시각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왼쪽부터)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현행법에 따르면 상속 재산이 30억원을 넘을 경우 상속세 최고세율이 50%가 적용된다. 주식은 고인이 대기업 최대 주주이거나 최대 주주의 가족 등 특수관계인이면 세율이 60%로 높아진다.

이에 만약 1조원의 기업 가치를 지닌 회사를 운영했던 창업자가 한국에서 기업을 물려줄 경우 자녀가 갖게 되는 기업 가치는 4천억 원으로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오너 3세가 물려 받게 되면 1천600억원으로 쪼그라든다. 결국 두 번의 상속 과정을 거치면 1조원 중 84%가 정부의 몫이 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과도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직계비속 기업승계 시 상속세 부담이 있는 OECD 18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 평균값이 2020년 기준 26.5%란 점을 고려하면 크게 높다. 또 OECD 36개국 중 상속세제가 없는 국가는 13개국이고, 상속세제를 운용하는 23개국 중 17개국은 직계비속에게 기업을 물려줄 때 세율인하 등을 통해 원활한 기업승계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비교된다.

최고 세율로 단순 비교할 경우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벨기에(80%), 프랑스(60%), 일본(55%) 다음 네번째다. 하지만 벨기에, 프랑스 등은 가족에게 상속할 경우 각각 30%, 45%를 우리나라보다 낮은 세율로 적용한다. 결국 명목상 최고 세율은 일본에 이어 2위다.

다만 일본 역시 지난 2018년 사업승계세제 특례조치를 통해 비상장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세부담이 실질적으로 영(0)이 되도록 상속세를 납부유예 또는 면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보다 세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평가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가업상속공제 요건이 여전히 엄격해 제도 활용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나라의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많은 기업들에 충분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대기업까지 확대하는 한편, 공제상한(현행 최대 500억원) 폐지, 승계 전·후 의무 경영기간 축소, 고용 유지요건 완화, 업종 변경 제한 요건 폐지 등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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