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거머쥔 한국 양궁 뒤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혁신 기술뒷받침이 있었다.
2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도쿄대회 석권'을 목표로 추진된 기술지원 프로젝트는 정의선 회장(대한양궁협회 회장)의 주도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 브라질 리우대회 직후부터 양궁협회와 함께 다양한 기술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양궁선수들이 평소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내용을 청취하고 그룹이 가진 R&D 기술로 지원할 수 있는 분야를 집중 검토했다.
도움이 될 수 있다면 AI(인공지능), 비전 인식, 3D 프린팅 등 첨단 신기술을 도입하는데도 주저하지 않았음. 이를 통해 ▲고정밀 슈팅머신 ▲점수 자동 기록 장치 ▲비전 기반 심박수 탐지 ▲딥러닝 비전 인공지능 코치 ▲선수 맞춤형 그립 등 5대 분야에서 기술을 지원했다.
고정밀 슈팅머신은 최상 품질의 화살을 선별하는 장비다. 선수들은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자신에게 맞는 화살을 선별하기 위해 직접 활시위를 당기며 테스트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데 이를 자동화한 기기가 '슈팅머신'이다. 국가대표 선수단도 슈팅머신의 성능에 매우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양궁 국가대표 선수단의 기량 향상을 위해 지원한 또다른 기술은 점수 자동 기록 장치다. 정밀 센서 기반의 전자 과녁을 적용해 점수를 자동으로 판독하고 저장하는 기술이다. 특히 점수와 탄착 위치 데이터는 훈련 데이터 센터에 자동으로 저장되는 시스템을 갖춰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는 선수 얼굴의 미세한 색상 변화를 감지해 맥파를 검출, 심박수를 측정하는 장비다. 경기나 훈련 중 접촉식 생체신호 측정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첨단 비전 컴퓨팅 기술을 활용했다. 양궁 국가대표 코칭 스태프는 훈련 과정에서 축적된 심박수 정보와 점수 데이터를 연계해 선수의 심리적 불안 요인을 제거하는데 적극 활용했다.
딥러닝 비전 인공지능 코치는 현대차그룹 인공지능 전문 조직 에어스 컴퍼니가 보유한 AI 딥러닝 비전 기술을 활용한다. 선수들의 훈련 영상을 실전을 위한 분석에 용이하도록 자동 편집해 주는 기술이다. 선수와 코치는 최적화된 편집 영상을 통해 평소 습관이나 취약점을 집중 분석할 수 있었고, 이는 곧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현대차그룹과 양궁협회는 3D 스캐너 및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선수의 손에 꼭 맞는 맞춤형 그립을 제작해 선수들에게 제공했다. 선수들이 이미 손에 맞도록 손질한 그립을 미세한 흠집까지 3D 스캐너로 스캔해 그 모습 그대로 3D 프린터로 재현했다.
◇ 정몽구·정의선으로 이어진 현대차그룹의 37년 양궁 사랑
현대차그룹은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한 현대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부터 올해 양궁협회장에 재선임된 정의선 회장까지 37년간 한국 양궁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198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이었던 정몽구 명예회장은 LA대회 양궁여자 개인전에서 양궁선수들의 금빛 드라마를 지켜본 뒤 양궁 육성을 결심하고,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현대정공에 여자 양궁단을 창단하고 이어 현대제철에 남자 양궁단을 창단했다.
양궁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보여준 정몽구 명예회장은 체육단체에서는 최초로 스포츠 과학화를 추진, 스포츠 과학기자재 도입 및 연구개발을 통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높이는 등 세계화를 향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기틀을 마련했다.
또한 양궁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 장비에 대한 품질을 직접 점검하고 개발하도록 독려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장비를 갖추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양궁인들이 한국산 장비를 가장 선호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미국 출장 중 심장박동수 측정기, 시력테스트기 등을 직접 구입해 양궁협회에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 과학적인 훈련을 위해서는 장비를 먼저 과학화해야 한다고 생각해 출장 때 따로 시간을 내 장만했다. 선수들의 연습량, 성적 등을 전산화해 분석하는 프로그램도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시로 개발됐다.
◇ 정의선, 도쿄에 직접 날아가 선수단 컨디션까지 지원
정의선 회장은 대한양궁협회장으로서 도쿄 올림픽에 참석해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주 미국 출장을 마치자마자 양궁 응원을 위해 급하게 일본을 찾았으며, 여자 단체전은 물론 남자 단체전까지 금메달 획득의 순간을 함께 하며 주요 경기마다 열띤 응원을 펼치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적인 상황 속에서도 양궁 훈련장 등 인프라부터 선수들 심리적 안정까지 세심하게 지원했다.
정 회장은 지난 2019년에도 도쿄 올림픽 양궁 테스트 이벤트 대회 현장을 찾은 바 있다. 대표선수들을 응원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도쿄대회 양궁 경기장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과 선수촌 시설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양궁협회 관계자들과 시설을 꼼꼼하게 살핀 정 회장은 한국으로 돌아와 진천선수촌에 도쿄 올림픽 양궁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건설하고, 도쿄 올림픽에서 예상되는 음향, 방송 환경 등을 적용한 모의 대회를 개최하도록 했다.
지난해 1월에는 대표선수들이 도쿄와 동일한 기후 조건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7월말의 도쿄와 유사한 기후인 미얀마 양곤에서 기후 적응을 위한 전지훈련도 실시했다.
지난달 말에는 선수들에게 전동마사지건과 책 '두려움 속으로'를 선물하며, 긴장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최선의 경기를 펼쳐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전폭적 지원 속에서 한국 양궁 선수단은 현재까지 열린 모든 경기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주 금요일·토요일에 열리는 남녀 개인전에서의 추가 메달도 기대되고 있다.
/강길홍 기자(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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