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의 벼랑 끝 전술이 적중했다. 중흥건설은 당초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본입찰에서 2조3천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돌연 해당 가격으로는 인수할 수 없다고 선언하면서 재입찰이 진행됐다. 결국 중흥은 2천억원 낮은 2조1천억원대에 대우건설을 인수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대우건설 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KDBI)가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KDBI는 이같은 지적에 "법적 문제가 없다"며 "당초 입찰안내서에도 예비인수자들이 수정요청을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중흥의 거래참여를 위해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흥정에 성공한 정창선, 대우건설 2.1조에 인수한다
KDBI는 5일 오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중흥 컨소시엄을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중흥건설은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을 제치고 대우건설을 품을 가능성이 커졌다.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예비 대상자로 지정됐다.
인수가격은 2조1천억원으로 알려졌다. 앞서 KDBI는 지난달 25일 본입찰을 마감했다. 중흥은 2조3천억원대, DS네트웍스 컨소시엄 측은 1조8천억원을 써냈다. 업계에서는 이들 업체간 인수가격 차이가 크다보니 향후 중흥건설이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까지 나서서 본입찰 가격으로 인수할 수 없다며 '벼랑 끝 전술'을 펼쳤다. 중흥건설은 인수가격과 비가격 조건에 대한 일부 수정을 KDBI에 요청했다. KDBI는 DS네트웍스 컨소시엄 측에 중흥의 수정요청 사실을 전하고 원할 경우 수정안을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본입찰이 끝났는데도 인수조건 수정을 요청해 재입찰하는 경우는 굉장히 이례적이다. KDBI가 중흥을 밀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중흥은 본입찰 당시 제출했던 KDBI의 대우건설 지분 50.75%에 대한 인수대금 2조3천억원에서 2조1천억원으로 2천억원 아낄 수 있게 됐다.
KDBI는 법적 문제가 없다며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이대현 KDBI 사장은 이날 "중흥의 재조정 요구를 수용한 근거는 제안자에게 수정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한 입찰안내서"라며 "호반건설 사례처럼 매각 무산 대신 거래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KDBI, 중흥 엑시트 막기 위해 최고가 입찰포기
당초 중흥건설이 KDBI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에 대해 고평가한 배경은 호반건설 인수설 때문으로 풀이된다. 본입찰 직전에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검토한다는 기사와 전망이 쏟아졌다. 이에 중흥건설은 호반건설의 참전에 대비해 3천억원을 추가 반영해 본입찰에 참여한 것이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정작 참전하지 않았다. 더욱이 인수 경쟁자였던 DS네트웍스가 제시한 가격(1조8천억원)과 격차가 컸다. KDBI는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부실을 이유로 인수를 철회한 호반건설의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며 중흥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 사장은 "KDBI는 대우건설 매각 원칙으로 첫째, 법을 준수하고 둘째, 매도자의 요청을 최대한 듣기로 했다"며 "매수자의 입장을 초기단계에 최대한 들어야 딜을 완주하는데 도움이 된다. 처음에 그대로 진행했다가 나중에 돌연 예상치 못한 사유로 딜이 무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일 KDBI가 이번 대우건설 지분 매각을 성공하지 못할 경우 막대한 정치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유찰을 막기 위해 중흥의 재입찰 요구까지 수용하며 최고가 입찰 원칙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KDBI가 시작부터 중흥건설에 협상력이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DS네트웍스 측이 재입찰 결정에 반발하면서 소송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대우건설 노조 한 관계자는 "KDBI가 유찰이 두려워 인수의향자의 눈치를 보고 원칙을 어긴 것"이라며 "이날 간담회 자리는 졸속매각의 주범 이대현 사장이 본인 변명을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비난했다.
/이영웅 기자(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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