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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억 탈모 시장 잡아라"…종근당·대웅 '주사형 탈모제'로 판 바꾸나


탈모인 1천만 시대…20~30대 탈모 환자 44%로 증가세

대웅제약 연구소 연구원들 모습 [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 연구소 연구원들 모습 [사진=대웅제약]

[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탈모 인구' 1천만 시대가 도래하는 등 탈모를 호소하는 이들이 지속 증가하며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약업계는 탈모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먹는 경구용 탈모 치료제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에서 '주사형 탈모 치료제'로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는 복안이다.

9일 의약품 시장조사업체 유비스트에 따르면 국내 탈모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1천255억원으로 전년 대비 16.6%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탈모 완화 샴푸, 탈모 치료제, 탈모 방지 의료기기, 가발 시장으로 분류되는 탈모 관련 제품 시장으로 확대하는 시장 규모는 4조원까지 커진다.

이처럼 시장이 커지는 건 탈모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국민관심질병통계를 보면 탈모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6년 21만2천916명에서 지난해 23만4천780명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병원을 가지 않고 경구제와 바르는 탈모제를 사용하는 잠재적 탈모인을 포함하면 업계에서는 탈모인이 1천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연령대도 다양해졌다. 과거 탈모는 중년 이후의 남성에게만 일어나는 일로, 젊은 남성 및 여성과는 상관없는 문제로 치부됐지만 병원을 찾는 20~30대 탈모인은 꾸준히 늘고 있다. 심평원에 따르면 탈모 환자의 44%가 20대와 30대로 전체 탈모 환자 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20대의 비율만 하더라도 약 20%에 달한다.

현재 탈모인구 증가에 대한 뚜렷한 원인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인의 탈모는 노화나 유전적인 요인 뿐만 아니라, 각종 환경오염, 스트레스, 식생활 변화에 따른 호르몬 분비 이상 등의 후천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 종근당·대웅제약 장기지속형 탈모 주사제 개발 '사활'

그간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은 20여년 이상 다국적 제약사들이 점령했다. 2000년 국내에 출시된 MSD의 '프로페시아'(성분명 피나스테리드)는 약 9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GSK의 '아보다트'(두타스테리드, 200억원 대)가 따르고 있다.

이같은 경구용 의약품은 모두 3개월 이상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복용을 중단하면 탈모가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엄밀히 따지면 탈모 치료제라기보다는 탈모 억제제에 가깝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제약업계가 이같은 단점을 파고들 주사형 탈모 치료제 개발에 적극나서고 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약효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주사를 1~3개월에 한 번만 맞아도 된다. 또 경구제에 비해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병원을 방문해야만 투약할 수 있어 오·남용 위험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종근당은 두타스테리드 성분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후보물질 'CKD-843'의 임상 1상을 승인받았으며 현재 CKD-843 투여 후 약동·약력학적 특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무작위배정, 공개, 평행설계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종근당은 아직 1상 단계인 만큼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해당 주사제가 사업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종근당은 현재 두타스테리드 성분 오리지널 경구제 '아보다트연질캡슐'의 복제약인 '두테스몰연질캡슐'을 시판 중이다.

대웅제약은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인벤티지랩·위더스제약과 '탈모치료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개발·생산·판매를 위한 3자 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웅제약은 임상 3상·허가·판매를 담당하고 인벤티지랩은 전임상·임상 1상·제품생산 지원 업무를 맡는다. 위더스제약은 제품생산을 전담할 예정이다.

대웅제약의 후보물질은 1개월 지속형 'IVL3001'과 3개월 지속형 'IVL3002' 두 가지가 있으며 이들 후보물질엔 인벤티지랩의 약물전달시스템(DDS) 플랫폼 기술이 적용됐다. 오는 7월부터 호주에서 1상이 시작될 예정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현재 임상에 쓰일 약물 생산을 모두 마친 상태"라며 "IVL3001는 오는 2023년, IVL3002는 2024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근당 본사 전경 [사진=종근당]
종근당 본사 전경 [사진=종근당]

◆ 주사형 탈모 치료제 치료 효과 더 높다…'부작용 우려'는 해묵은 숙제

주사형 치료제의 시장 탈환이 기대되는 건 먹는 약보다 효과가 빠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어서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와 나정태 연구교수는 2019년 '인벤티지랩'에서 개발 중인 피나스테라이드를 이용한 탈모치료주사제의 남성형 탈모 치료 효과를 입증해 국제학술지에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경구제형 섭취군에서 모발 성장률은 86.7%인 반면에 주사제형 실험군의 모발 성장률은 93.3%로 더 높았다. 모낭에 작용하는 남성호르몬(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 DHT)의 혈중 농도는 6주 후에 32% 감소해 한 번의 주입으로 10주까지 경구제형 섭취군과 비슷한 '5α-reductase'의 억제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파악됐다.

나아가 연구팀은 먹는 약보다 주사제가 적은 양으로도 흡수율이 높아 용량을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여도 남성형 탈모 치료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탈모치료제의 성 기능 저하 부작용 우려를 해소하는 것은 여전한 숙제다. 특히 프로페시아의 원료인 피나스테리드를 복용할 경우 극단적 선택 및 우울증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유럽과 캐나다에서는 피나스테리드를 이용한 탈모치료제에 이에 대한 경고 문구를 삽입하도록 의무화되기도 했다.

이같은 부작용은 왜 생기는 것일까.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모두 모두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로 탈모 약 뿐 아니라 전립선 약으로도 사용된다.

탈모는 테스토테론이 다이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로 바뀌면서 모낭을 공격해 탈모를 유발한다.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는 남성 호르몬 중에 테스토스테론을 다이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로 바꾸는 것을 막아 약의 효과를 일으킨다.

여기서 탈모치료제는 DHT 변환을 막을 뿐 남성 호르몬 변화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다만 탈모치료제가 DHT를 최대 90%까지 감소시키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성기능 저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마저도 장기 복용할수록 정상 수치에 가깝게 회복할 수 있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지만 소비자의 우려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주사형 탈모 치료제도 해당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탈피해야 '게임 챌린저'로 시장을 전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 중인 주사형 탈모 치료제가 사용하려는 성분도 기존 경구형 치료제와 같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탈모 제품 시장이 2027년 15조원 규모로 확대된 만큼 앞으로 국내 시장도 폭팔적 성장이 예상된다"며 "주사형 탈모 치료제의 경우 의사들의 임상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는 만큼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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