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우리나라가 우주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며 ‘찬란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고체연료 발사체 개발, 민간 발사장 구축계획을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에 추가하고,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구축을 본격화한다. 여기에 '초소형위성개발 로드맵'과 6G 위성통신 기술 발전전략도 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임혜숙)는 9일 제19회 국가우주위원회를 개최하고 2018년 2월 수립된 '제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을 수정했다. 한미정상회담과 미사일지침 종료 등 최근의 우주개발 환경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이뤄진 ‘미사일지침 종료’, ‘한-미 위성항법 협력’, ‘아르테미스 약정 참여’는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량을 한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 공공 중심의 우주개발이 민간으로 확산되고, 발사체·위성 등 전통적인 우주기술이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신기술과 융합되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혁신이 이뤄지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우주위는 미사일지침 종료에 따라 '고체 소형발사체 개발', '고체 킥모터 개발', '소형발사체 발사장 구축' 등을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추가했다. 또 한미 위성항법협력에 따른 KPS 구축 계획을 구체화했다. 고체연료 발사체는 이미 지난해 7월 미사일지침 개정시 제한이 해제됐지만, 미사일지침이 전면 종료된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이어가기 위한 조치로 이번 우주위에서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우주위는 또한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에 단기간·저비용 개발로 주목받는 ‘초소형위성 개발 로드맵’과 6G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위성통신 기술 발전전략’도 함께 심의했다.
◆‘찬란한 로드맵’…우리가 다 할 수 있을까
정부는 2024년까지 고체연료 기반의 소형발사체 개발·발사를 추진한다. 고체연료 발사체는 우리나라가 그동안 축적한 고체 추진제 기술을 활용해 민간 우주 산업체 주도로 개발할 계획이다. 고체연료 발사체는 액체연료 발사체와 비교해 구조와 발사장 설비가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단순 점화로 발사할 수 있다. 민간 산업체의 저비용·단기 발사체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초소형위성 시장 확대에 따라 증가하는 저궤도 소형위성 반복 발사 수요 대응에도 고체연료 발사체가 유리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정부는 다양한 민간 기업들이 발사체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민간 발사 인프라(발사장 등)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발사장은 발사·통제 시설의 효율적 연계를 위해 우리나라의 유일한 우주발사장인 나로우주센터 내에 설치한다.
발사장은 단기발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고체연료 발사체 기반으로 우선 구축한다. 이후 액체연료를 포함한 다양한 발사체에 활용될 수 있는 범용 발사장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발사체 상단에 설치돼 발사체의 우주탐사선 투입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고체추진단 킥모터(Kick-Motor) 개발도 검토한다. 발사체에 킥모터를 적용하면 탑재되는 우주탐사선의 무게를 증가시킬 수 있다. 달·소행성 등 우주를 탐사할 때 임무 확장성을 가질 수 있다. 킥모터 개발은 앞으로 우주탐사 수요에 따라 검토할 예정이다.
우주위는 또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한미 위성항법 협력 공동성명 관련 사항을 반영해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구축 계획을 구체화했다. 미국 GPS와 공존성, 상호운용성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KPS와 GPS를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돼 보다 향상된 위성항법서비스가 가능하다고 과기정통부 측은 강조했다.
KPS는 6월중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KPS의 최종 완성은 2035년이 목표다.
이날 국가우주위원회에서는 ‘초소형위성 개발 로드맵’과 6G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위성통신 기술 발전전략’도 함께 심의했다. 초소형위성은 여러 대를 군집으로 운용해 동일 지점을 더 자주, 또는 동일 시간에 더 넓게 관측할 수 있는 장점과 단기간·저비용 개발이 가능한 장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초소형 위성개발 로드맵’을 통해 공공수요 확대를 통한 초소형위성 시장조성, 설계부터 발사·운용까지 민간 기업의 위성개발 전 조기 지원, 전문인력 양성 등을 추진해 초소형위성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6G 시대의 위성통신 기술 강국 도약을 목표로 수립한 ‘위성통신 기술 발전전략’은 6G 지상-위성 통합망 구축을 위한 기술개발, 저궤도 위성통신 역량 확보, 정지궤도 위성통신 경쟁력 강화 등을 주요 전략으로 한다. 2031년까지 총 14기의 저궤도 통신위성 발사를 통해 저궤도 군집위성 시범망 구축 지원과 국내 위성통신 기술경쟁력 확보의 기반을 조성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한편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 등과 함께 우주위 개최 전 날인 7일 기자들에게 이같은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은 “한미 정상회담의 우주 분야 성과는 민간 주도형 우주산업 육성 정책과 뉴스페이스라는 시대적 흐름에 더해 국내 우주 산업체의 추가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카이스트(KAIST) 등 주요 대학, 연구기관과 협력하고 있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기 위해 ‘New Space 테스크포스’의 설치·운영을 통해 국내를 넘어 해외로 항공우주 시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2030년까지 아시아를 대표하는 항공우주 체계종합업체가 되겠다”고 말했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통해 우주기술의 민간 이전이 활성화되고 벤처 등 민간 기업의 참여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며 “한화는 이에 대비, 올해 인수한 위성 전문기업 쎄트렉아이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 등이 참여하는 우주사업전담 조직 ‘스페이스 허브’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신 사장은 “단기적으로는 우주 발사체와 위성개발에 집중하고 중장기적으로 통신·항법 위성, 우주 에너지, 우주 자원 채굴, 우주 쓰레기 수거, 우주탐사 참여 등을 구상 중”이라며 “이를 통해 세계 우주산업을 선도하는 K-스페이스 시대 대표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전 세계적으로 공공영역이었던 우주개발을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선진국 대비 40년 늦게 시작했음에도 세계적 수준의 지상관측 위성, 미세먼지를 관측할 수 있는 정지궤도 위성, 세계 7번째 규모의 우주 발사체 독자 엔진 등 발전을 이어나가고 있는 우리의 우주개발 역량을 민간 산업체와 잘 조화시킨다면 New Space 시대에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만의 차별성 있는 우주개발 계획 있어야”
최근 이같은 ‘찬란한 우주개발 로드맵’에 대해 차분히 현실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십 년 동안 위성을 개발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뉴스페이스라는 전 세계적인 새로운 우주개발 트렌드에 우리나라도 잘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제한 뒤 “다만 남들이 장에 간다고 우리도 거름지고 장에 가는 꼴이 되지 않으려면 뭔가 우리만의 차별성 있는 우주개발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10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만의 우주전략 마련이 필요할 때”라고 주문했다.
이어 “개별부처 단위로 제기되는 소요에 따라 따로 노는 형식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통합 조정되면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방안 마련을 위한 통합조정 기능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 기업이, 특히 대기업이 우주개발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려는 것은 우주산업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며 “1990년대 중반 최초 국가우주개발중장기계획이 수립될 당시 다수의 대기업이 참여한 이래, KAI를 제외하고는 거의 참여가 중단된 상황이었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무엇보다 그는 오는 10월 발사 예정인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한 가지 걱정되는 상황은 너무나 많은 우주개발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과연 우리나라의 역량으로 모든 것을 제대로 소화해 낼 수 있을지 걱정도 앞선다”며 “엄청나게 많은 수의 위성 발사, 발사체 시험발사가 진행될 예정인데 혹시라도 한 번의 실패가 어렵사리 마련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을 초래하지는 않을지 걱정”이라고 피력했다.
우리나라는 오는 10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를 발사한다. 누리호 발사의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그동안의 우주개발 과정을 살펴보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왜, 어떤 시스템으로 갈 것인지 차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관련 동영상 보기(https://youtu.be/Ljk_de7Sqvo)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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