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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셈법 대신 국민 편의 우선해야


서울의 한 병원 [사진=뉴시스]
서울의 한 병원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허재영 기자] "다른 걸 다 떠나서 가입자 입장에서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되면 나빠질 게 하나도 없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와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이슈와 관련해 대화를 나누던 중 돌아온 답이다.

실손보험 청구를 간소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두고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참여연대를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와 금융당국도 가세했다.

실손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 또는 통원치료 시 의료비로 실제 부담한 금액을 보장해 주는 상품이다. 전체 국민의 75%에 이르는 약 3천9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도 불린다.

국민의 생활과 매우 밀접한 상품이지만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한다. 가입자들은 보험금 청구 시 의료기관에 방문해 보험금 청구를 위한 증빙 서류를 발급받은 뒤 우편·팩스·이메일·스마트폰 앱 등으로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반복해왔다.

이에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도 개선을 권고했지만 올해로 12년째 변한 것은 없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보험금 청구 과정을 전산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폐기됐고, 이번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5건이나 발의됐지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의료계의 반대로 인해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의료계가 반발하자 국회에서도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보험금 청구와 관련된 정보를 보험사에 제공할 경우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이 있고, 향후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또한 실손보험은 민간 간의 계약이기에 의료기관에 청구를 대행하게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도 의료계와 뜻을 같이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민감정보인 환자의 건강정보 일체를 보험사에 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악법이며,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보험사가 개인정보를 독단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면서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반대는 늘 있기 마련이지만 의료계의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고 억측에 지나지 않는다고 봤다.

금융당국도 보험업계에 힘을 실어줬다. 최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토론회에서 금융위 관계자는 의료계의 주장이 보험업법 통과를 무산시키기 위한 시도가 아닌지 의문스럽다며 가입자들이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이해관계자들의 한 치의 양보 없는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국민의 편의는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지금도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청구 과정에서의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이 각자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셈법보다는 국민의 불편에 귀를 기울이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아무쪼록 대승적인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허재영 기자(hurop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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