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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자리 잃은 日 맥주, 불매운동에 작년 실적 고꾸라져


작년 실적, 아사히 적자전환·삿포로 매출 50% 급락…대형마트서 자취 감춰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 타격을 고스란히 입은 일본맥주 업체들의 실적이 고꾸라졌다. 편의점, 대형마트에선 거의 자취를 감췄고 수입량도 대폭 줄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아사히주류, 엠즈베버리지의 작년 실적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롯데아사히주류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0% 줄어든 623억 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은 182억 원 손실로 전환됐다. 이는 한 때 수입맥주 1위를 차지했던 '아사히' 맥주의 판매량이 급감한 영향이 크다.

'아사히' 맥주는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판매량이 꾸준하게 증가했지만, 한·일 무역 갈등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7월부터 판매량이 급락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아사히 맥주의 지난해 3분기 소매점 매출액은 전분기(458억 원)보다 69.3% 감소한 140억 원에 그쳤다.

롯데아사히주류 매출액은 일본 맥주의 인기에 힘입어 2014년 800억 원에서 2015년 937억 원, 2016년 956억 원, 2017년 1천360억 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올랐다. 2018년에는 1천248억 원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작년에는 이마저도 반토막이 나 2012년(680억 원) 수준과 비슷해졌다.

영업이익 역시 2017년 91억 원, 2018년 110억 원에 달했지만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도 2017년 55억 원, 2018년 66억 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182억 원 손실로 돌아섰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배당금은 전년 18억7천500만 원에서 16억4천500만 원으로 2억 원 가량만 줄었다. 롯데아사히주류는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가 50%+1주, 롯데칠성음료가 50%-1주를 갖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사진=아이뉴스24 DB]

'삿포로' 맥주를 판매하고 있는 엠즈베버리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엠즈베버리지의 지난해 매출은 2018년 419억 원 대비 52.8% 줄어든 198억 원에 그쳤고, 2018년 28억 원을 기록했던 당기순이익은 49억 원 손실로 전환됐다. 이는 엠즈베버리지가 운영된 후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엠즈베버리지는 2017년 44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후 2018년 419억 원으로 매출액이 소폭 줄었으나, 2019년에는 불매운동 타격을 받아 전년 대비 절반에도 못미쳤다.

당기순이익 역시 2016년 한 차례 32억 원의 손실을 기록한 후 2017년에 큰 폭으로 올라 18억 원을 기록했고, 2018년에는 28억 원을 기록하며 좋은 흐름을 이어갔으나 지난해 바닥을 쳤다.

여기에 2018년에는 지급하지 않았던 배당금도 지난해에는 9억 원 가량 지급됐다. 엠즈베버리지는 매일유업 지주사인 매일 홀딩스가 지분 85%를, 일본 기업 삿포로 브루어리스가 15%를 갖고 있다.

편의점 맥주 점유율에서도 일본 맥주의 하락세는 여실히 드러났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한일관계 악화로 인해 지난해 7월부터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일본 맥주는 전년 대비 매출이 90% 이상 급락했다.

이는 일본 맥주의 지난해 하반기 전년 대비 월별 실적을 보면 뚜렷하다. 지난해 7월 52.2%로 반토막 이상 떨어진 이후 8월(88.5%), 9월(92.2%), 10월(91.7%), 11월(93.1%), 12월(93.8%)까지 평균 90%이상 급감했다.

이 같은 분위기 탓에 맥주에서 늘 적자를 기록했던 대일 무역수지도 지난해 일시적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 등에 따르면 한·일 맥주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 2018년 7천604만4천 달러(약 882억 원)에 달했고, 지난해에도 8월까지는 이런 상황이 지속됐다. 그러나 9월에는 우리나라가 22만8천 달러(약 3억 원)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맥주 수입액도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작년 맥주 수입액은 2억8천88만 달러(약 3천278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3억968만 달러(약 3천614억 원)보다 9.3% 감소한 수치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맥주 수입액이 잠시 줄어들었던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수입 맥주는 2000년 이후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해 꾸준히 성장세를 보였다. 2009년에는 모든 업종이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시기여서 감소세를 보였으나, 이번 역성장은 지난해 7월 일본 불매운동 여파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2018년 일본 맥주는 7천830만 달러(약 914억 원)어치가 수입돼 2위 중국(4천91만 달러), 3위 벨기에(3천618만 달러)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중국, 벨기에 맥주는 수입액이 증가했지만 일본 맥주는 반토막이 났다. 작년 일본 맥주 수입액은 3천976만 달러로 49.2% 감소해 중국(4천346만 달러)에 1위 자리를 내줬으며, 3위 벨기에(3천862만달러)와도 격차가 크게 줄었다.

이처럼 일본 맥주의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들자 각 업체들은 일부 편의점을 통해 할인 판매에 나서 매출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지난달 27일부터 아사히와 아사히블랙, 삿포로, 기린이치방 등 일본 맥주 5종에 대해 판매가격을 평균 45% 내린 상태다. 이번 가격 인하 조치에는 아사히그룹홀딩스 소유인 필스너 우르켈, 코젤다크도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내렸다고 해도 편의점주들이 몇 달째 일본 맥주를 주문하지 않고 있어 효과는 미미하다"며 "최근에도 일본 정부가 한국을 표적으로 삼고 입국 금지 등 부당한 정책을 이어가는 모습 때문에 반감을 갖고 있는 이들이 여전히 많아 관련 업체들의 실적 회복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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