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세계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제품 생산에 차질을 겪고 있다. 일시적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정상적인 공장 가동 지연으로 예정됐던 신제품 출시가 연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전세계 스마트폰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중국 공장 다수가 코로나19로 인한 가동 중단에 시달리며 실제 출하량도 예상보다 크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2·3위에 오른 삼성전자와 화웨이, 애플은 모두 연초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차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장 심각한 상황에 처한 업체는 화웨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화웨이의 지난 1월 스마트폰 출하량은 1천22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39%나 감소했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해도 14% 줄었다.
화웨이는 중국에 스마트폰 공장을 두고 있는 데다가,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이후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면서 그만큼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컸다. 가뜩이나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신제품에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할 수 없게 됐는데 코로나19라는 암초까지 만나면서 출하량에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결국 화웨이는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 목표를 기존 2억4천만대 규모에서 13% 줄어든 2억1천만대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화웨이의 올해 스마트폰 출하 감소폭이 2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출하량이 2억대에도 미치지 못하게 된다.
애플 역시 기기 제조를 담당하는 대만 폭스콘의 중국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며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전체 아이폰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 여파가 크다. 점차 현지 생산 인력들이 복귀하고 있기는 하지만 완전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여기에 애플의 주요 부품 협력업체들도 중국 현지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어 아이폰에 들어갈 핵심 부품 수급도 원활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애플은 공식적으로 "아이폰의 공급 부족이 일시적으로 전세계 공급에 영향을 미친다"라며 "코로나19로 1분기 매출 전망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제품 판매도 눈에 띄게 감소하는 모습이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2월 애플의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은 49만4천대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1%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전달 대비로는 78.5%나 급감했다. 애플이 중국 시장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뼈아픈 결과다.
생산 차질은 신제품 출시 일정 지연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외신에서는 당초 3월 공개 후 4월 예정이던 보급형 스마트폰인 '아이폰SE2(가칭)'와 9월 예정이던 애플의 첫 5G 스마트폰 '아이폰12(가칭)'의 출시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아이폰SE2의 경우 예정대로 출시가 되더라도 초도 물량 생산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다행히 이들만큼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받지는 않았다. 일찌감치 중국에 있던 스마트폰 공장을 폐쇄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12월 톈진 공장을 닫았고 지난해 9월에는 중국에 남은 마지막 스마트폰 생산 시설인 후이저우 공장도 청산했다. 그 대신 베트남 공장 생산을 확대하고 지난해 인도 노이다 공장을 대대적으로 증설했다. 그 결과 코로나19에도 스마트폰 생산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다만 '갤럭시S20' 등 일부 제품의 생산 공장을 소폭 이전했다. 국내향 갤럭시S20·갤럭시노트10 등을 생산하는 구미2사업장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며 간헐적인 사업장 폐쇄가 이어진 탓이다. 결국 지난 6일 구미2사업장에서만 4번째 확진자가 나오자 생산 물량 일부를 베트남 공장으로 옮기기로 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베트남에서 월 20만대의 갤럭시S20이 추가 생산된다.
지난 9일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엔지니어·협력업체 직원 등 700여명을 대상으로 베트남 정부에 입국제한을 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플렉서블 OLED 모듈 생산라인 개조를 위해 출국 예정이었지만 베트남이 지난달 말부터 한국에서 온 입국자에 대해 14일 격리 조치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주로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한다. 이 때문에 갤럭시S20의 베트남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단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이번 출장 지연은 갤럭시S20과는 관련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도 결국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중저가 제품용 메탈 케이스, LCD(액정표시장치) 모듈은 대부분 중국 업체들로부터 공급받으며 배터리 팩과 모듈 역시 중국에서 생산이 이뤄진다"며 "스마트폰에 공급되는 일부 부품들은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도 당초 예상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이 연구원은 전망했다.
이들 외 샤오미·오포·비보 등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0위 안에 들어가는 다수의 중국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생산량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중국 내 대규모 생산공장을 갖춘 업체들의 생산 차질이 크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중국 공업신식화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 내 2월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56% 감소한 640만대에 머물렀다. 이미 1월에 전년 동기 대비 38.9% 감소했는데 2월 들어 더욱 큰 감소세를 나타낸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스마트폰 생산의 55%를 중국(홍콩 포함)이 도맡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생산공장이 가동 중단될 경우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 SA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올해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기존 예상보다 10%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1분기 예상 출하량 감소폭은 연초 전망치 대비 26.6%에 달할 것으로 짚었다. SA는 "2분기까지 코로나19 여파로 스마트폰 판매가 원활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A 외에도 여러 시장조사업체들이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스마트폰 생산에서부터 유통, 판매 등 전 과정에 걸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5G 스마트폰 본격 상용화 등으로 시장 반등을 기대했지만, 현재로서는 오히려 추가적인 하락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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