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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아시아나항공, 31년 만에 금호 떠나 HDC 품으로


주식매매계약 체결 완료…8개월 만에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 마무리

[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창립 31년 만에 금호그룹을 떠나 HDC그룹 품에 안겼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지난 4월 최종 결정된 이후 8개월 여 만에 협상이 마무리됐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먼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구조를 안정화하고 HDC그룹의 다양한 사업 분야와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 후, 글로벌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27일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과 각각 주식매매계약(SPA)과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며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이 연내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총 2조5천 억 원을 투자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6천868만8천63주를 총 3천228억 원에 인수하고, 2천1천772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인수 대상은 아시아나항공과 더불어 계열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금호리조트 등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내년 4월까지 국내·외 기업결합신고 등 모든 인수절차를 차질 없이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이날 "즉시 인수작업에 착수하여 아시아나항공을 조속히 안정화시키고, 안전을 최우선하는 항공사로 거듭나도록 할 것이다"며 "HDC그룹과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도 빨리 모색할 것이다"고 전했다.

◆부채비율 폭등한 아시아나항공…지난 4월 매각 결정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지난 4월 최종 결정됐다. 앞서 지난 3월 아시아나항공은 회계법인으로부터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 결과 한정의견을 받으면서 시장의 신뢰가 떨어지고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에 채권단인 산업은행 등이 아시아나항공 측에 자구안을 요구하자 당시 박삼구 금호아시아그룹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대주주인 금호산업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박 전 회장의 경영 능력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채권단의 판단이 자리한다. 1988년 취항 이래 고속 성장해 대한항공과 함께 국내 양대 대형항공사(FSC)로 우뚝 선 아시아나항공은 2018년 부채비율이 649%까지 폭등했다. 안정적 부채비율은 통상 200%다.

2002년 취임한 박 전 회장은 2009년 12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게 했는데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 등 박 전 회장의 무리한 인수 결정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결국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둔화로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고, 대우건설 지분을 재매각해야 했는데 매각이 지지부진해 위기가 계열사로 번졌다. 이후 금호그룹은 2010년 대우건설과 금호렌터가, 2011년 대한통운, 2012년 금호고속을 차례로 매각해 2014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을 각각 졸업했다. 이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은 부채비율이 2006년 300%에서 2015년 1000%에 육박하게 됐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은 2015년 금호산업을 되찾아 오는 과정에서 또 무리한 결정으로 조달자금의 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이 그룹 핵심 계열사이자 그룹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에게 돌아가게 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사진=아시아나항공]

◆지난 7월 매각 입찰공고…자금력 앞세운 HDC 승리

아시아나항공 매각 입찰공고는 지난 7월 25일 발표됐다. 당시 박 전 회장의 장남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아시아나항공에 가장 도움이 되는 회사가 매수자가 됐으면 한다"며 "어떤 회사가 아시아나에 제일 도움이 될 것이냐가 예비입찰 시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GS·CJ·롯데·한화그룹 등 대기업들이 잠재적 인수 후보군으로 오르내렸지만 지난 9월 3일 마감한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에는 애경그룹,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 사모펀드 스톤브릿지캐피탈,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등이 참여를 확정했다. 이후에도 대기업 참여 여부는 꾸준한 관심사였다.

하지만 변수는 없었고 지난 9월 11일 금호산업 측이 발표한 아시아나항공 적격인수후보로 4곳이 좁혀졌다. 애경그룹,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홍콩계 사모펀드 뱅커스트릿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KCGI, 스톤브릿지캐피탈 등이다. 이어 선정된 적격인수후보들은 아시아나항공 실사에 참여했다.

지난 11월 7일 본입찰에서는 애경그룹이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뱅커스트릿·KCGI 컨소시엄 등 3곳이 참여를 확정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을 사는 측의 구주 매입가와 신주 발생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당시 자회사들을 포함한 아시아나항공 매각가는 1조5천 억 원에서 2조 원 안팎으로 추산됐다. 구주 인수대금 약 4천 억 원, 신주 발행액 8천 억 원, 경영권 프리미엄과 자회사 가치 등을 반영한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은 지난 11월 12일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매입 가격으로 약 2조5천 억 원으로 써내 경쟁자들을 앞섰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2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SPA를 체결할 예정이었지만 양측 입장 차로 기한을 넘겼다. 협상 초반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가격을 놓고 이견을 보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요구대로 3천200억 원대로 정리됐다. 또 막판 쟁점으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관련 과징금 등 우발채무 손해배상한도도 문제로 떠올랐는데 결국 이 또한 HDC현대산업개발 측 요구에 가까운 9.9%(317억 원)에 맞춰졌다.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사진=HDC현대산업개발]

◆HDC,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개선 이후 시너지 효과 기대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금액 2조5천 억 원 가운데 2조 원을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개선 등 기업 정상화에 쏟을 계획이다.

정 회장은 지난 11월 12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날 기자회견을 통해 "2조 원대의 신주 발행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항공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도록 할 것"이라며 "2조 이상을 투입하게 되면 부채비율이 300% 미만으로 내려갈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인수 이후 신형 항공기와 서비스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초우량 항공사로서의 경쟁력과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89.1% 감소한 72억 원을 기록했고, 2분기와 3분기에는 각각 영업손실 1천241억 원과 57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적자전환했다.

향후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현재 대한항공에 비해 상용 수요가 약한 아시아나항공이 범현대가와 손잡으면서 상용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항공 물류가 필요한 현대자동차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의 지원을 기대하는 것이다.

또 그동안 대한항공에 비해 부실했던 리조트나 호텔, 레저, 면세점 등 항공운송업의 부대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HDC현대산업개발의 계열사를 통해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HDC그룹은 현재 계열사로 호텔HDC(파크하얏트호텔·파크로쉬리조트·아이파크콘도), HDC신라면세점(호텔신라와 함께 운영), HDC아이파크몰(쇼핑몰 등 복합시설), HDC리조트(오크밸리) 등을 두고 있다.

정 회장도 지난 11월 기자회견에서 "항공사들이 기내 면세사업을 하고 있는데 면세사업에 있어 물류나 구매에 시너지가 생길 거라 생각된다"고 답한 바 있다.

또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미래에셋이 내년 1분기를 목표로 항공기 리스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를 통해 아시아나항공뿐 아니라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이 리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 [황금빛 기자]
정몽규 HDC그룹 회장. [황금빛 기자]

◆계열사 추가 매각 가능성…HDC, "글로벌 모빌리티그룹 도약 의지"

이제 아시아나항공의 명칭과 기존 기업이미지(CI) 변경 등의 작업이 어떻게 이뤄질지가 관심사다. 또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 등 임원들의 거취와 조직 개편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내부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 가능성 등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앞서 HDC그룹은 지난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준비단을 출범하고 인수준비단장으로 이형기 전무를 선임했다. 인수준비단은 SPA 체결 이후 인수 작업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한 사전 준비에 착수해 예정된 일정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 모든 인수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추가 매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제 HDC는 지주사, 아시아나항공은 손자회사, 에어부산·에어서울 등은 증손회사가 되는데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거나 2년 이내 처분해야 한다. 그런데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에어부산의 지분을 44%만 갖고 있다.

향후 HDC그룹은 글로벌 모빌리티 그룹 비전 실현을 위한 행보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 회장은 지난 11월 기자회견에서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HDC그룹은 항공 산업뿐만 아니라 나아가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한편 HDC그룹은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지난해 기준 계열사 총 자산 10조600억 원 규모에서 약 20조 원 규모로 커지면서, 재계 순위 기존 33위에서 17위로 올라서게 된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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