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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선방한 카드사들 골병 들었다...가맹점 수수료 적자 '깊은 내상'


영업지점 67개·모집인 840여명 줄여 겨우 맞췄지만 한계상황 직면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와 다르게, 올 3분기 카드사들은 결과만 보면 비교적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업계에선 '가맹점 수수료 인하'라는 깊은 내상을 비용 절감 등으로 힘겹게 가려낸 것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비용절감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원을 빨리 찾아내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부터는 전체적으로 적자를 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2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비씨카드를 제외한 국내 신용카드사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2천8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03%에 늘었다.

개별사로 보면 ▲신한카드가 전년 동기보다 3.9% 증가한 4천111억원 ▲삼성카드가 2.8% 증가한 2천827억원 ▲KB국민카드가 2.2% 증가한 2천510억원 ▲우리카드가 7% 증가한 948억원 ▲현대카드가 18.7% 늘어난 1천518억 ▲롯데카드가 40.7% 감소한 410억원을 기록했다.

◆비용절감·수익 다각화, 실적 선방한 카드사들

늘어난 금액이 4억원에 불과하나 이는 롯데카드의 회사 매각에 따른 임직원 위로금 지급, 롯데멤버스 해외 법인 주식 처분에 따른 손실 등 일회성 요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 측에 따르면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전해진다.

전체적으로 비용 절감이 양호한 실적을 이끌어 낸 주효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카드사들은 모집인들의 본부역할을 맡고 있는 '영업지점'을 67개, 카드 모집인을 841명 감축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대신 개인별 맞춤 마케팅 등 비대면 채널을 활성화 하는 등 업무 효율화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신한카드는 최근 고객의 시간·장소·상황을 정확히 예측하는 알고리즘과 플랫폼을 기반으로 최적의 맞춤 혜택을 제공하는 '초개인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카드도 이용 가능성이 높은 고객에게 가맹점 혜택을 지원하는 마케팅 지원 서비스 'LINK 비즈파트너'를 꾸준히 활성화시키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 4월부터 효율적인 고객 상담을 위해 자사 고객센터에 상담 건 중 최대 30%까지 응대가 가능한 '인공지능 자동응답시스템(AI-ARS)'을 도입했다.

이밖에도 기타 비효율 적인 업무프로세스를 대폭 개선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마디로 짤 만큼 짜냈다는 셈이다.

한편 비용절감 노력 외에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자동차 할부 금융과 해외 영업점포, 우리카드는 자체 카드브랜드 '카드의 정석' 흥행이 실적 선방에 기여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선방' 그 이면엔 수수료 '내상'…안정적 수익모델 만들어야

카드사들이 올 3분기에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그 내면엔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깊은 내상이 자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가맹점 수수료를 깎아주는 우대가맹점의 범위를 연 매출 5억원에서 30억원 이하의 사업자로 늘리는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당국의 수수료 개편으로 연 매출액 5~10억원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2.05%에서 1.4%, 10~30억원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2.21%에서 1.6%로 인하됐다.

업계에 따르면 각 카드사 수익구조에서 신용판매 비중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게는 50%에서 많게는 70%까지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급결제가 주 업무인 카드사에게 있어 가맹점 수수료 조정은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대형가맹점과의 협상도 삐걱대는 등 수수료 역진성 해소에도 난관을 겪고 있다.

이미 이곳저곳에서 내상의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상반기 중 신용·체크카드 이용액은 426조1천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5.1%나 늘었지만, 주 수익원인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외려 0.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업계 순익 1위인 신한카드의 3분기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400억원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의 상반기 실적, 3분기 실적을 보면 카드사들은 본연 업무인 지급결제에서 계속해서 적자를 봤다"라며 "다들 선방했다고 평가하지만, 지급결제에서 적자를 본 것을 다른 수익원으로 상쇄시킨 것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제가 늘어나면 수익도 오르지만 그와 비례해 결제 비용도 늘어난다"라며 "결론적으로 수수료율 인하 여파에다 결제비용도 늘어나면서 수수료 수익에서 적자를 보게 됐다"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0년 금융산업전망'에 따르면 신용카드사들이 올 한해 결제부문에서 볼 적자가 1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비용 절감도 어느 정도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4분기 1만2천607명에 달했던 카드 모집인 숫자는 올 1분기 1만1천986명, 2분기 1만1천766명으로 점점 감소 폭이 줄어들다가 3분기엔 전기에 비해 6명이 줄어든 1만1천760명으로 나타났다. 영업점포 수는 오히려 전기보다 1개 늘었다.

결국 활로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뿐이다. 실제 다른 수익원으로 가맹점 수수료 여파를 상쇄시키지 못한 하나카드는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37.8% 감소했다.

향후 하나카드는 디지털 페이먼트, 해외 결제 프로세싱 사업 등 수익 다각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카드사들은 신용평가 사업, 중금리 대출 등 여러 분야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큰 회사들은 할부나 리스금융, 비용절감 등으로 수수료 수익에서 본 적자를 상쇄할 수 있지만, 중소형 회사들은 아직 포트폴리오가 미약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라며 "비용절감도 어느 정도 한계에 봉착한 만큼, 안정적인 수익원을 찾지 못하면 내년 상반기부터는 전체적으로 적자가 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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