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미국 테슬라가 한국에서 고급형에 이어 보급형 모델까지 내놓으면서 시장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테슬라의 옵션 중 하나인 뛰어난 완전자율주행기능(FSD, Full self driving)도 부각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하려면 길게는 10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한국시장을 고려할 때 시기상조로 판단한 셈이다.
25일 테슬라코리아에 따르면 테슬라는 한국에서 판매 중인 '모델S', '모델X', '모델3' 등에 오토파일럿을 포함한 FSD를 옵션으로 판매하고 있다. 옵션 가격은 771만4천 원이다. 오토파일럿은 주행 중 차선의 차량과 보행자에 맞춰 차량의 조향과 속도 조절, 차량 제동 등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완전자율주행은 아니고 운전자의 제어가 필요한 기능이다.
완전자율주행기능은 FSD라 불리는데 여기에 현재 적용된 것은 자동차선변경(고속도로 주행 시 자동 차선 변경), 오토파크(평행과 직각 주차 공간 감지), 서몬(차고에서 주차된 차량 호출) 등이다. 더불어 테슬라코리아는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교차로와 저속 주행 차량 추월 등을 포함한 고속도로 진입로와 진출 차선 자동 주행), 교통 신호등과 정치 표지판 인지 작동, 시내 자동 주행 기능 등을 올해 출시해 FSD에 추가할 계획이다.
이러한 FSD 옵션을 추가해 테슬라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게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테슬라 자동차는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이 진화할 때마다 차량 무선 소프트웨어가 이를 반영해 자동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이미 FSD 옵션을 추가한 차량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은 추가 요금 없이 자동 업그레이드를 받을 수 있다.
반면 향후 2년 안에 완전자율주행기능을 모두 갖춘 자동차를 내놓을 것이라고 한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목표가 실현되지 않을 경우 불확실한 미래를 보고 높은 가격을 지불한 셈이 될지도 모른다.
자율주행기능 활용 측면에서 보면 기대보다 우려가 큰 것이 현실이다. 현재 적용돼 있는 기능도 도로 사정 때문에 한국에서는 미국에서보다 완전하게 활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도로 사정은 미국과 다르다"며 "미국보다 열악한 부분이 굉장히 많다"고 했다. 예를 들어, 도로 도색이 흐리거나 도로 표기나 안전표지판 등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자율주행 센서가 이를 인식하지 못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자율주행 센서가 도로 사정뿐 아니라 주변 환경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도로 사정 때문은 아니었지만 비슷하게 자율주행 센서의 인식 오류로 2016년 테슬라 '모델S'가 사망사고를 낸 적이 있다. 테슬라 자율주행 센서가 앞선 흰색 대형 트레일러를 밝은 하늘로 오인해 브레이크를 잡지 않고 충돌한 것이다.
도로 사정이 좋아진다 해도 관련 규정이나 법규가 준비되지 않아 자율주행기능을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에서 제공하는 일부 무인자동자율주행시스템도 졸음운전방지장치라는 이름으로 등록해 사용하는데 핸들에서 손을 떼는 순간 경고등이 들어온다"면서 "또 국내에서는 특별히 허가받은 케이스에만 차가 자율적으로 운행하도록 돼 있고, 사고 시 책임도 모두 운전자가 지도록 돼 있어 시기상조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도로교통법상 전방주시를 해야 한다, 핸들을 잡고 있어야 한다 등의 항목은 문제가 생기면 운전자 본인의 책임이라는 뜻이다"며 "자동차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보험도 나와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현재 자율주행모드로 테슬라 차량을 몰다 사고가 난 경우 운전자와 테슬라 시스템 가운데 어디에 책임이 있는지를 두고 논쟁이 한창이다. 최근 미국 상원에서 테슬라의 자율주행기능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의 자율주행차 상용화도 늦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이 세계적으로 뛰어난 것은 맞지만 완전자율주행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테슬라의 현재 자율주행 레벨이 2.5단계라 서다. 김 교수는 "미국이 자율주행기능의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 한국보다 4년 정도 앞서 있고, 테슬라 기능이 좋은 것도 맞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테슬라 자율주행 레벨이 2.5단계인데 손을 놓고 운전을 하는 레벨 4단계까지 가려면 6~7년 정도는 더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정부가 제도를 정비할 시간도 필요하다. 이 교수는 "정부가 2027년 완전자율주행을 목표로 잡았는데 실제 피부에 와 닿고 제도적으로 인프라나 법규 등을 모두 완비하려면 8~10년은 더 걸린다"고 전망했다.
이에 FSD 옵션을 현재 탑재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이 교수는 "지금 당장 쓰지 못하는 일부 기능들에 대해 미래 가치만 보고 투자한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 사는 사람들은 얼리어답터(신제품을 남보다 빨리 구입해 사용해보는 사람들)인데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할 때까지 10~15년 정도 탈 수 있을지 의문이다"면서 "차량 교환 주기를 기준으로 봤을 때 3~5년 타다 할부가 끝나든지 중고로 판매하고 최신 기술이 적용된 자율주행전기차를 구매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능에 비해 비싼 부분도 있다"며 "유사한 기능을 현대차 '넥쏘'가 갖고 있는데 옵션이 400만 원 정도 하는데 테슬라는 연간 생산 대수가 훨씬 많은데 그거에 비하면 조금 과도한 가격 책정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자율주행기능이 뛰어나다고 활용하라고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자율주행기능은 운전을 보조할 뿐, 의존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운전이라는 것은 분업이 안된다"며 "의존하게 되면 의존도가 높아지고 그러다보면 휴대전화를 보는 등 딴 짓을 하다 사망사고가 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한산한 곳에서 편의성 측면에서 손을 놓고 잠시 물건을 집는다든지 병을 딴다든지 할 때만 이용해야지 의존하면 안 된다"며 "자율주행기능이 뛰어나다고 선전하는 것이 혹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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