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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의 반란?"...중소 SW업체, 대형 SI에 '반기'


 

프로젝트 주사업자인 대형 SI업체의 과다한 가격할인 요구에 중소 솔루션 공급업체들이 반발, 대형 IT 프로젝트 하나가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SI업체가 저가로 프로젝트를 따 낸후 중소 솔루션 업체에게 손실 분담을 요구하는 것이야 '뉴스거리'도 아닌 게 현실이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제품을 공급하던 중소업체들이 한달째 계약서 사인을 거부하면서 버티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사건'이다.

사건의 진원지는 대구은행. 업무프로세스개선(BPR)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대구은행은 지난 4월말 삼성SDS를 주사업자로 선정하고 계약을 했다. 애초 100억원대로 추정됐던 대구은행 BPR 프로젝트는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서 계약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솔루션 공급 및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할 솔루션 업체들은 삼성SDS의 가격할인요구에 "해도 너무한다"며 제품 공급 계약서에 사인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솔루션 업체들은 "입찰전에 보낸 견적서는 완전 무시다. 아무 상의없이 자기들 맘대로 프로젝트를 수주해놓고, 이제와서 당연하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30%나 깎아내라고 한다", "최소 7억원짜리 솔루션을 2억원에 계약하자고 한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실강이가 계속되면서 삼성SDS는 지난 4월30일 대구은행과 BPR사업 본계약을 체결해놓고도 한달째 협력업체들과 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관련 솔루션 제공업체인 A사 사장은 "SDS가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은행측에 무리하게 낮은 가격을 제시해 놓고는 그 손해를 협력업체에 모두 떠넘기고 있다. 그 전에 아무런 상의도 없었다. 과연 우리를 협력사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맞는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다른 솔루션 공급업체인 B사는 "이미 업무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절반 이상 가격인하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울며 겨자먹기'식 계약체결을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한숨을 쉬고 있다.

협력업체들은 "삼성이 요구하는 가격에 계약을 할 경우 사업을 하고도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게 뻔한 실정이지만 이미 진행된 프로젝트에서 인력을 철수하고 업무를 중단하면 손해가 더 커지기 때문에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 했다.

게다가 협력업체들은 1개월 이상 늦어진 계약으로 인해 역시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매겨진 사업의 계약 선수금 조차 받지 못해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삼성SDS의 실무 담당자는 "협력업체들이 계약이 지연되는 것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알고 있으나 가격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기업은 한 군데도 없다"고 밝혔다.

이 담당자는 "계약지연은 협력업체들이 파견하는 인력에 대한 재조정 문제로 늦어진 것"이라며 "1~2주 내에 계약을 체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은행 BPR 프로젝트의 핵심 솔루션 공급업체인 A사는 "한두번 당한 것도 아니다. 가격이전에 제대로 파트너 대우를 받은 적이 없었다. 이번에는 제값을 받지 못하면 철수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이런 상황에서 속이 타는 것은 대구은행도 마찬가지.

대구은행 관계자는 "전체 프로젝트 일정에 차질이 생기거나 하는 일은 없다. 현재 큰 문제는 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한 솔루션 업체 가운데는 "은행측의 간곡한 설득으로 최근에서야 마지못해 인력을 파견했다"며 "고객과 갈등을 빚을 일이 아니기때문에 일단 인력을 파견하긴 했지만 그것으로 일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SI산업의 먹이사슬 구조

SI업체와 중소 솔루션 업체들이 가격을 놓고 밀고 당기는 것은 비즈니스의 기본적인 협상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SW 산업은 양대축이라 할 SI와 SW업체가 상생의 모델보다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가 정착화한 상황.

SW를 개발해 판매하는 업체들은 SI업체들이 1차 고객이다. SI 업체들이 SW를 구매해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시켜주지 않을 경우 솔루션을 판매할 수 있는 판로가 없다.

이 때문에 솔루션 업체들은 SI업체의 부당한 요구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전형적인 먹이사슬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SI업체도 할 말이 많다.

삼성SDS의 한 임원은 "문제의 첫 단추는 당초 SI사업에 소요되는 기본 비용을 무시한 채 예산을 집행하는 발주자에 있다"며 "발주자가 예산을 무리하게 축소하면 SI업체와 솔루션 업체가 이를 모두 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구조가 결국 솔루션 업체와 SI업체간 먹이사슬의 구조를 형성하고 결국 IT산업이 외형적으로는 성장하지만 갈수록 수익이 악화되는 현재의 모습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SI와 SW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에서부터 무리한 예산감축을 위해 부실한 프로젝트를 감수하면서까지 저가 입찰에 연연하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를 감안하더라도 SI업체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을 과연 상생의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한 벤처업체 사장은 "SI업체와 사업을 하다보면 심지어 직원들의 음식값을 솔루션 업체에 부담지우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SI업체들이 거의 대부분 삼성이나 LG, SK 등 그룹 계열사라는 태생적 한계가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그 자체가 거대한 SW 시장이지만 모든 그룹은 자사 계열 SI업체가 독점하는 폐쇄적인 시장이다. 이 때문에 공개경쟁이 가능한 시장은 협소할 수 밖에 없고, 더구나 계열사라는 우산에 안주하면서 경쟁력을 잃어버린 대형 SI업체들이 '가격 싸움'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한 솔루션업체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모르겠지만, 외국 솔루션 업체들의 경우 절대 손해보는 장사는 안하는 사람들이다. 받은 만큼만 공을 들이고 솔루션을 제공한다. 결국 부실공사가 될 수 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결국 손해는 누가 보고, 욕은 또 누가 먹겠는가"라며 혀를 찼다.

이구순기자 cafe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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