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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박정호 SKT 사장의 승부수, 왜 콘텐츠일까


현 콘텐츠 위기, 옛 반도체와 닮은꼴 …"지상파와 합세, 글로벌 공략"자신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SK하이닉스를) 다운사이클에 투자해 업사이클에서 돈을 벌고, 우리나라 먹거리 산업으로 되는 것을 직접 실천한 경험이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3일 지상파 3사와 동영상 플랫폼(OTT) 공동사업 양해각서 체결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현재 위기 상황에 놓인 국내 콘텐츠 산업을 OTT연합을 통해 성장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박정호 사장은 과거 만성 적자로 어려움을 겪던 옛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했던 인물. 당시 반도체 산업 위기론이 한창일 때여서 안팎의 우려가 많았지만 결국 이때 승부수를 던진 반도체 사업은 SK그룹의 캐시카우가 됐다. 이후 도시바메모리 인수까지 박 사장이 '승부사'로 통하는 이유다.

박정호 사장은 이번 지상파와 토종 연합OTT 플랫폼 결성에도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여간 접점을 찾지 못하던 연합 플랫폼 구축에 SK텔레콤이 가세하면서 말 그대로 '한국판 넷플릭스' 탄생을 알린 셈이다.

국내 플랫폼과 콘텐츠는 구글, 넷플릭스 등 공세로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는 상황. 박정호 사장이 여기서 산업의 미래를 보고 또다시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박 사장은 "우리나라는 반도체만이 아니라 흥이 있는 국민이라 콘텐츠 역량도 강하다"면서도 "콘텐츠가 중요 역량에 속하지만 제대로 산업화하느냐는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통신사로서 OTT가, 방송사들이 만든 '푹'이 더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걸 봤다"며 "합세해서 성장을 만들고 글로벌로 나가자는 것"이라며 이번 연합의 배경과 중요성을 설명했다.

◆위기의 미디어산업, 반도체 성공 DNA 이식

박 사장의 도전은 옛 하이닉스 인수 추진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11년 하이닉스는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었고, 반도체 산업 특성상 조 단위의 투자가 선행돼야해 인수전에 뛰어든 SK텔레콤으로서는 큰 모험이었다. 더군다나 통신과 반도체라는 이질적인 두 조합에 대한 시너지 효과도 불분명했다.

당시 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장이었던 박 사장은 최태원 SK 회장을 보좌하며 하이닉스 인수에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내부적인 반대 입장을 설득하는데도 지대한 공을 세웠다는 후문이다.

결과적으로 SK텔레콤은 2012년 순손실을 기록하던 하이닉스를 인수, 1년만에 흑자기업으로 바꿔놨다. 지난해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는 매출 11조4천168억, 영업이익 6조4천724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역대 최대 수준인 56.7%를 기록했다.

현재 국내 콘텐츠 산업 역시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에 주도권을 내주며 위기를 맞고 있다. 구글 유튜브는 국내 동영상 시장에서 80% 가까운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케이블TV뿐만 아니라 LG유플러스의 IPTV와 제휴하면서 국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박 사장은 "영국의 경우 준비 없이 넷플릭스에 시장을 열었다가 1년만에 방송 플랫폼이 다 죽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번 지상파와 연합 플랫폼 결성도 이 같은 위기의식 속 우리가 보유한 콘텐츠 역량을 키워야 넷플릭스와의 경쟁은 물론 글로벌 진출 등 성장모멘텀을 가져갈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번 MOU로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로부터 옥수수 사업조직을 분사해 지상파의 콘텐츠연합플랫폼과 통합법인을 설립하게 된다. 법인명과 브랜드, 전용 요금제 등도 준비중이다. 초기 투자금은 약 2천500억원대 수준. 운영은 지상파와 SK텔레콤이 공동으로 맡게 된다.

이번 연합이 폐쇄형이 아닌 개방형 모델을 지향하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 OTT 서비스를 제공 중인 CJ ENM이나 종편, KT, LG유플러스뿐만 아니라 기획사나 배급사 등에도 문을 열어놨다.

박 사장은 "K콘텐츠를 위해 정말로 잘 혁신될 생태계가 필요하다"며 재차 강조했다.

또 "방송사의 콘텐츠 제작 능력, 우리의 자본, 디지털기술 강점을 융합해 성장을 만들고 글로벌로 나가야 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정부도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콘텐츠 플랫폼 경쟁력이 강화되면 글로벌화 될 수 있다"며, "콘텐츠에 투자할 국내외 대규모 자본을 유치할 수 있고, 우리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글로벌 기업 공세에도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전망했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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