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D램 업황이 내년 상반기 최저점에 다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장기적으로는 5G·AI·VR 등이 융성하면서 D램 수요도 증가하겠지만, 일시적인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21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반도체산업협회 주최로 열린 '시스템-반도체포럼 조찬세미나'에서 "내년 상반기에 D램 가격이 저점을 찍을 전망"이라며 "다만 하반기에는 가격이 안정화되고 2020년부터는 다시 가격이 상승 추세로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같은 예상의 근거로 김 연구원은 일시적으로 위축되는 D램 신규 수요를 들었다. 당초 알리바바, 텐센트, 페이스북 등 주요 글로벌 서버 업체들의 설비투자가 기대됐지만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큰 투자가 없을 것으로 파악된다는 점, 신흥국의 경기 불안으로 인한 환율 문제로 신흥 시장에서의 스마트폰 수요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D램 수요처들의 동향 변화가 D램 공급업체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이를 근거로 김 연구원은 반도체 시장이 '셀러스 마켓'에서 '바이어스 마켓'으로 바뀌고 있다고 짚었다. 즉 제품을 판매하는 쪽보다는 사들이는 쪽에 의해 시장 분위기가 결정된다는 얘기다.
그는 "반도체 공급이 늘어나는 시점에서 정작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며 "특히 서버업체들의 경우 메모리 서버를 증설할 만한 업체들이 생각보다 적다. 이들 업체들이 실질적인 시장의 주도권을 가지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예상은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 설비투자를 올해보다 보수적으로 집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 연구원은 "만일 공급사들이 설비투자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는다면 결국 공급부족이 재현될 것"이라며 "현재는 일시적인 공급 과잉이지만 하반기가 되면 양상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5G 통신망이 보편화되고, 이를 토대로 4K·8K 영상콘텐츠 및 VR(가상현실) 콘텐츠 등이 늘어날 전망인 만큼 결국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전반적으로 고해상도화되고 이에 따라 용량이 커지는 만큼,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려는 필요성도 따라서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AWS의 최대 고객은 넷플릭스고, 구글 클라우드의 최대 고객이 유튜브라는 점은 그만큼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에게도 빠른 데이터 처리가 중요하다는 의미"라며 "5G 확대와 함께 4K·8K 콘텐츠도 오는 2021년부터 급증할 가능성이 높고 VR·AR 콘텐츠도 고화질로 갈 텐데, 해상도가 높아지면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양 자체가 달라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이 당장의 미래는 아니라고 김 연구원은 전망했다. 가장 큰 이유는 5G가 태동하고 있지만, 아직 보편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는 "내년은 4G의 마지막 단계이지 5G의 시작, 원년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당장 한국만 해도 내년에 막 5G 서비스가 시작되는 정도이고, 3.5GHz와 28GHz 5G 주파수를 모두 포괄하려면 적어도 2021년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인 메모리 수요는 뚜렷하기 때문에 반도체 시장의 전망은 밝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 김 연구원은 D램 시장에서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및 차세대 반도체에 대한 연구개발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버 D램의 HBM2 모듈화 판매를 확대하고, DDR5를 조기 도입하면서 향후 D램의 부가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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