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의 신경전이 이어지며 업계 경색이 뚜렷해지고 있다. 생명보험업계는 즉시연금 미지급금 논란이,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발목을 잡았다.
소비자와 맞닿은 문제가 연이어 터지며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시급한 현안이 쌓여 인식 개선을 꿈꾸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돈 안 주는 도둑놈' 평가에도 이미지 개선은 배부른 소리"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협회는 이달 말 일부 보험사의 이미지 개선을 추진하다 무산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협회가 생명보험사의 이미지 개선사업을 고려하다가 즉시연금 미지급금 등 뚜렷한 현안을 먼저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생보업계 관계자는 "협회가 하는 일에 생명보험사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업무도 포함된 만큼 관련 논의가 있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협회 차원에서 전 업권의 이미지 전환이나 '헬스케어' 등 산업 계보를 홍보한 일은 잦아도 특정 생보사의 이미지 개선 사업을 추진한 전적은 대외적으로는 없다. 그만큼 보험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이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보험 소비자들도 부정적인 시선을 숨기지 않는다. 직장인 A씨는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지만 보험금을 수령하면 보험료가 올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지간한 병이면 청구하지 않는다"며 "보험을 잘 몰라 손해를 보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딱딱하고 어렵다'는 인상이 보험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부추긴다"고 답했다.
또 다른 직장인 B씨는 "보험금과 관련된 뉴스를 볼 때마다 보험사가 '줄 돈을 안 줬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이 중구에 있는데 보험금 미지급을 주장하는 1인 시위를 하루에 한 명꼴로는 본다"며 "보험료가 내려갈 때는 체감이 안되다가도 보험료가 오르면 '왜 이렇게 자주 오르나'하는 불만이 생긴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차보험료 인상이나 즉시연금 미지급금 등은 보험사와 당국, 소비자간 의견 차이가 뚜렷한 주제로 보험사의 이미지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관련 뉴스마다, 관련 간담회 마다 보험사는 '돈 안 주는 도둑놈'이라는 소리를 듣지만 보험사의 사업비 항목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라기도 난감해 손을 대지 못한다"고 전했다.
◆'순익 하락·보험료 인상' 쌓인 과제 속 당국과도 '긴장'
쌓인 현안에 발목이 잡힌 보험업계는 좌불안석이다. 하반기에는 보험업계가 더 따가운 시선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상반기 생보업계와 손보업계의 실적은 나란히 내리막길을 탔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보험금 손해율 상승 등이 순익을 끌어내렸다. 생보업계의 상반기 보험영업손실은 13.1% 확대된 11조3천585억원을 기록했다. 삼성화재(-14.6%), 현대해상(-9.7%), DB손해보험(9.8%), KB손해보험(-27%)의 당기순이익이 모두 줄어들며 손보업계의 상반기 실적도 우울했다.
생명보험업계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논란은 길게는 수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 생보사, 4천300억원, 16만명이 걸린 문제로 금융당국과의 주도권 싸움으로 확대돼 부담이 더해졌다.
금융그룹 통합감독도 또 다른 숙제다. 생명보험사가 대체로 그룹 내 대표 금융사로 지목되며 계열사 위험도 전이를 관리감독 해야 하는 책임이 붙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본질은 금융그룹 내 계열사 부정거래 등을 검사하는 것이지만, 궤가 다르더라도 감독당국과 대치 중인 생명보험사의 입장에서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손해보험업계는 소비자 반발이 가장 높은 보험료 인상 문제가 남았다. 하반기 차보험료와 실손의료보험료를 한꺼번에 올려야 한다. 모두 치솟은 손해율 탓이 크다. 올해 여름 폭염과 지난 겨울 한파 등 혹독한 기후가 반복되면서 차보험 손해율이 올랐다. 실손보험 역시 손해율이 오르면서 5년 갱신형 상품의 보험료를 두 배 이상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험료 인상을 두고 보험사와 금융당국의 시각차도 뚜렷하다. 보험업계는 전반적인 손해 요인을 감안해 7~8%의 인상률을 원하지만 현실적인 수치를 감안해 4%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반대로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 금융당국은 차보험료에 인하 요인도 존재한다고 못을 박았다.
한편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24일 태풍 '솔릭'으로 업계와 금융당국의 만남이 무산된 점을 아쉬워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의 만남이 차라리 성사됐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보험사 대표라도 윤 원장을 마주한 자리에서는 꼼짝 못할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지만 그래도 현안을 터놓고 이야기할 자리가 태풍으로 무산돼 적절한 시기를 놓쳤다"고 답했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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