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석권한 중소형 플렉시블 OLED 시장에 중국이 도전장을 내민다. 특히 6세대 플랙시블 OLED 양산 경험이 있는 BOE가 예상과 달리 빠른 속도로 신규 설비증설 투자에 나서면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애플에 공급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디스플레이 수요 및 장비 추적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AMOLED 생산량은 올해 1천130만㎡에서 오는 2020년 5천19만㎡로 약 322% 증가할 전망이다. 이 수치는 스마트폰과 모바일 디바이스, 가상현실 및 자동차에 사용되는 RGB OLED뿐만 아니라, TV에서 주로 사용되는 대형 WOLED도 포함됐다.
대형쪽에서는 아직까지 RGB OLED의 본격적 양산이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지칭되는 RGB OLED 패널은 중소형에 해당된다. RGB OLED 패널 부분만을 따로 떼어놓고 보더라도 올해 890만㎡에서 2022년 3천190만㎡로 생산능력이 크게 증가한다.
이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IHS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RGB OLED 생산능력의 87%를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하고 있다. OLED 패널을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경우 대부분이 삼성디스플레이 제품이나 진배 없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770만㎡에서 2022년 1천660만㎡까지 생산능력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충남 아산 A4는 내년 양산을 앞두고 있으며, A5 신설을 위한 투자가 진행 중이다.
데이비드 시에 IHS마킷 전무는 "삼성디스플레이는 대규모 OLED팹을 구축해 고객의 대규모 구매 주문에 대해서도 안정적이고 충분한 공급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 라인업뿐만 아니라 업계 선도적인 아이폰의 공급사"라며 "안정적 수율 달성 및 대규모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어 경쟁업체에 비해 탁월한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당장은 큰 위협이 아닐 수 있으나 향후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추격이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IHS마킷은 오는 2022년 중국이 글로벌 RGB OLED 생산능력의 약 34%를 책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서 중소형 OLED 양산 경험이 있는 업체로는 BOE와 티안마, 비전옥스, 에버디스플레이가 꼽힌다. 이 중 BOE가 유일하게 6세대 플렉시블 OLED 패널 양산 경험이 있는 업체다. 최근 발 빠른 설비투자가 이뤄지면서 중소형 시장에서 급성장 중인 곳이다. 글로벌 3위인 JDI를 바짝 뒤쫓고 있다.
BOE는 지난 10월부터 6세대 플렉시블 OLED 팹인 중국 청두 B7 팹에서 양산을 시작했다. 1단계로 월 1만6천장을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향후 증설을 통해 월4만8천장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초 내년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시일이 좀 더 당겨졌다.
B7 팹의 양산이 일정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향후 계획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중국 면양에 신설중인 6세대 플렉시블OLED 팹인 B11에는 지난 8월 장비 발주가 이뤄졌다. 오는 2019년 2분기부터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BOE는 추가적으로 B12팹 신설을 검토 중이다. 월 3만장에서 4만5천장의 생산능력을 보유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수율 안정성 및 신뢰도, 고객 수요가 변수다. BOE가 플렉시블 OLED 패널을 양산하기는 했으나 아직 초기 단계다. 중소형 OLED 시장에서 10년간 노하우를 쌓은 삼성디스플레이를 단기간 내 따라잡기는 어렵다. 점진적 수율 개선 및 품질 검증이 동반돼야 한다.
플렉서블 OLED 시장의 경우 고객사의 수요가 핵심이다. 특히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 때문에 초기 중국 내수시장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화웨이와 샤오미, 비보, 오포, 메이주, 레노버, ZTE 등이 대표적인 고객사들이다. 다만, 프리미엄 제품에만 제한적 소규모로 적용하고 있어 규모 확장이 단기간 내 이뤄지기 쉽지 않다.
이 마저도 중국 내 타 플렉시블 OLED 업체들과 경쟁해야 한다. 티안마와 에버디스플레이는 6세대 플렉시블 OLED 팹을 건설 중으로 내년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비전옥스 또한 중국 정부의 지원 등으로 중국 구안 카운티에서 6세대 플렉시블 OLED 팹을 건설 중이다. 차이나스타 또한 T4 이후 또 다른 팹 건설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 따르면 BOE가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애플에 손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건설 중인 B11과 향후 신설할 B12팹을 애플의 플렉시블 OLED 패널에 맞춰 양산하겠다는 복안이다. 애플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검증 과정이 이어지겠으나, BOE의 이러한 적극적 움직임은 디스플레이 업계의 긴장도를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BOE의 전략대로 애플의 플렉시블 OLED 공급사로 결정된다면, 삼성디스플레이보다 LG디스플레이에게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애플은 부품 수급을 위한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해 멀티벤더 전략을 추구한다. 삼성디스플레이 이외에 타 업체를 찾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전까지만 해도 애플의 든든한 파트너였다. BOE에게 밀린다면, 그에 따른 타격이 상당하다.
한편, IHS마킷에 따르면 오는 2022년까지 RGB OLED 생산능력에 투자할 가능성이 크게 높은 업체 기준으로 삼성디스플레이가 글로벌 시장의 52%를 차지할 전망이다. 2위는 BOE가 480만㎡로 15%, 3위 LG디스플레이가 340만㎡로 11%, 티안마는 190만㎡로 6%, 차이나스타는 150만㎡로 5%, 비전옥스는 140만㎡로 4%, 에버디스플레이는 120만㎡로 4%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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