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국내 베이커리 업체들이 연초부터 공격적인 글로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1위 파리바게뜨는 새해 첫 행보로 해외 사업 조직을 개편하는 등 글로벌 확장 의지를 드러냈다. 2위 뚜레쥬르는 8년 만에 말레이시아 재진출을 선언하며 동남아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14일 베이커리 업계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올해부터 글로벌 조직에 AMEA 본부(아시아태평양·중동·아프리카 본부)를 신설해 운영하기로 했다. AMEA본부는 현재 사업을 운영 중인 동남아시아 지역에 더해 새로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중동·아프리카·오세아니아 지역까지 관할한다. 올해 초부터 본격 가동되는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제빵 공장에 발맞춰 정비에 나선 것이다. 해당 공장은 2조 달러 규모 할랄 푸드 시장 공략을 위해 관련 기준에 맞춰 건립되고 있다. 이에 더해 파리바게뜨는 국내 본사와 해외 법인 간 소통을 강화하고 빠른 의사결정 체계를 지원하기 위해 '글로벌지원실'을 신설했다.
앞서 파리바게뜨는 지난해에도 아메리카 본부 인사를 시행하며 조직을 정비한 바 있다. 아메리카 본부는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향후 진출 예정인 중남미 지역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텍사스주 벌리슨 시에 현지 생산공장 건립도 추진 중이다.
올해 첫 사업 행보로 해외 조직 개편에 나선 파리바게뜨는 향후 글로벌 공략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파리바게뜨는 현재 미국, 캐나다, 프랑스, 영국,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총 14개국에 진출해 63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해외 매장을 1만2000개 내는 것이 목표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해외 각 지역 본부의 책임과 권한을 확대해 글로벌 사업을 현지화하고, 국내 본사가 보다 효과적으로 해외 법인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번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미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몽골, 캄보디아 등에서 56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뚜레쥬르 역시 올해의 첫 굵직한 사업 행보를 해외에서 시작했다. 지난 8일 말레이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기업 '스트림 엠파이어 홀딩스'와 마스터 프랜차이즈(MF) 계약을 맺었다. 8년 만에 말레이시아 시장 재도전이다. 앞서 뚜레쥬르는 지난 2011년 말레이시아 시장에 진출해 5개 매장을 운영했지만 2017년 6년 만에 철수한 바 있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의 상징적인 경제 대국이자 국교가 이슬람교인 대표적인 할랄 시장이다. 동남아시아 시장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말레이시아 베이커리 제품 시장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말레이시아 베이커리 제품 시장의 규모는 138억2000만 링깃(약 4조4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오는 2028년까지 매년 5.19%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뚜레쥬르는 8년 전과 시장 상황이 달라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에 인접한 인도네시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경험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뚜레쥬르는 지난 2011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했으며 2019년에 인도네시아 브카시 지역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국내 베이커리 업계 최초로 인도네시아에서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인도네시아 공장을 기반으로 한 공급망을 통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2023년 인도네시아 매출은 전년 비 20%, 영업이익은 27% 상승했으며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시장은 인도네시아에 인접해 사업 운영과 물류 등 다방면에서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베이커리 업체들의 주요 전장이 점차 국내가 아닌 해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화한 국내 경기 침체와 함께, 지난해 대기업 빵집의 골목상권 진입을 막는 '제과점업 상생협약'이 연장되면서 내수 시장의 성장판이 사실상 닫혔기 때문이다. 오는 2029년 8월까지 5년 연장된 상생협약은 수도권에 한해 제한 거리를 400m로 줄여 주고 신규 출점 가능 점포 수를 5%까지 늘리는 등 규제가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유의미한 확장이 불가능한 수준이란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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