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진성 기자] 내란죄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재집행이 임박하면서 윤 대통령 측이 경찰을 도발하고 나섰다. "정치 경찰", "기저귀 찬 공수처의 주구"라는 수위를 넘는 말로 비판하면서 "빨치산을 소탕한 경찰 호국영령들께서 통탄할 일"이라며 경찰을 비판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14일 "대통령 경호처의 권한 행사는 정당하다"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안전하고 평화적인 체포영장 집행' 협조 요청에 대통령 경호처가 "매뉴얼대로 하겠다"며 거절한 때와 비슷한 시점이다.
입장문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영장이 불법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는 한편, 불법 영장을 집행하는 경찰을 오히려 경호처가 정당하게 체포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입장문에는 이와 함께 경찰을 도발하는 내용이 다수 담겼다. 변호인단은 "경찰에게 기저귀를 준비하라는 보도를 보면서 눈과 귀를 의심하고 있다"면서 "불법영장의 집행을 위해 경찰에게 기저귀를 채우는 자, 과연 누구인가"라고 했다. 경찰 수뇌부를 겨냥한 말이다. 경찰이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지만 '보도'를 앞세워 사실인 듯 언급했다.
변호인단은 그러면서 "영장쇼핑으로 불법영장을 청구한 공수처가 형사소송법의 효력을 배제하는 위헌영장을 발부받아 장기전에 대비한다며 집행을 지휘하니, 경찰은 기저귀를 차고 공수처의 주구(走狗)가 되어 헌정사에서 가장 치욕스런 역사를 쓰고 있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6.25 전쟁'까지 언급하며 "경찰은 북한, 중국 공산주의에 맞서 싸운 최정예의 영웅들이었다"며 "그런 자랑스러운 역사의 경찰이 정부를 마비시키고 헌법질서를 무너뜨리는 거대 야당 민주당과 내통해 불법적 지휘를 받는 '정치경찰'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1950년 장진호 전투의 영웅으로 대한민국을 구한 경찰부대가, 기소권과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법적 근거 없는 지휘를 받아 불법영장을 집행한다며 기저귀를 차고 있으니 경찰 호국영령들께서 통탄할 일이 아닌가"라고 했다.
경찰과 공수처, 야당도 나서 경호처를 상대로 강온 양면의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 공수처는 전날 "경호처 직원의 경우 영장 집행을 막으라는 위법한 명령에 따르지 않더라도 직무유기죄 성립 등 명령 불이행에 따른 피해는 없을 것임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을 담은 협조 공문을 경호처로 발송했다.
지난 12일에는 국방부에 "체포·수색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경호처에 파견된 33군사경찰대와 55경비단 등 국군 장병이 영장 집행 장소에 동원되거나 소속 부대 차량 등 장비를 이용해 집행을 방해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제보를 받았다며 "(윤 대통령이) '나를 체포하려고 접근하는 경찰들에게 총은 안되더라도 칼이라도 휴대해 무조건 막으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경호처는 사실 무근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이르면 오는 15일 새벽 5시 체포영장 2차 집행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이 나온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및 서울·경기남부·경기북부·인천청 형사기동대장 등 광역수사단 지휘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모여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한 3차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요새화 된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진입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논의하는 한편, 집행 저지를 시도하는 경호처 직원에 대한 진압, 관저 수색 및 윤 대통령 체포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진성 기자(js421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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