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지난 22일 경기도 양평 모처. 사무실 안에는 자못 긴장감이 감돌았다. 둘러앉은 사람들은 방송통신위원회 평가위원들과 SK텔레콤 및 KT 네트워크 실무자들. 방통위 측의 질의가 나오면 SK텔레콤과 KT의 답변이 이어진다.
2006년6월,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모바일와이맥스가 '와이브로'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 상용화 된 이후 5년이 지나 와이브로 주파수 재할당 심사에 돌입한 방통위가 양평에서 두 사업자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에서는 SK텔레콤과 KT가 와이브로에 대해 그동안 투자이행을 제대로 했는지,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한 질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KT의 경우 전국 84개 시에 와이브로망을 구축하고 가입자 77만여 명을 확보했다. SK텔레콤은 최근 82개시 거점 지역에 와이브로 망을 구축하고 5만여 가입자를 두고 있다. 현재로선 단독 서비스로서의 상품 가치도 높은 편이 아니다.
◆스마트시대, 와이브로 중요성 'UP'
지난 2006년6월 우리나라는 2.3㎓ 대역에서 와이브로를 최초로 상용화했다. 와이브로는 국제 통신기술 표준 중 약 20~30%의 특허를 우리 기술로 구현한 통신방식으로, 그동안 외국 업체에 지불하던 막대한 로열티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기대를 모았다. 특히 2007년 3G 표준이면서 동시에 4G 주파수로도 선정돼 미래가 밝은 통신 기술로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장미빛 미래는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2010년 가입자가 800만에 달할 것이라던 전망은 10분의1 수준에 머물러 있다.
KT는 와이브로를 3G 기술인 HSDPA의 보완재로 삼으면서 동영상이나 개인미디어 등 멀티미디어 데이터 전용 서비스로 확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차세대 주력망으로 HSPA+, LTE까지 계획을 세웠던 SK텔레콤은 와이브로 투자에 의욕적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아틀라스는 보고서를 통해 "당시 SK텔레콤은 와이브로 사업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았다"면서 "기본적으로 HSPA 비동기식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망진화 전략을 세워놓고 있었기 때문에 KT가 이통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견제하고 무선 브로드밴드 사업에 발을 담그는 '보험'을 드는 측면에서 와이브로 사업 자격을 취득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분석했다.
두 회사의 다른 전략은 지난 5년간의 투자, 서비스, 사업성과 및 가입자 현황에서도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KT는 와이브로를 국제표준 대역인 10㎒ 채널로 업그레이드 했다. SK텔레콤은 상용화 당시 구축했던 8.75㎒ 채널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8.75㎒ 채널을 10㎒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그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지금 고객에게 더 저렴하고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설명에 대해 방통위는 "그렇다면 와이브로 사업의지가 없다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한다.
방통위 고위관계자는 "KT는 10㎒로 전환하면서 HTC의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삼성전자-인텔 등과 손잡고 노트북 등을 출시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펼칠 수 있었지만 SK텔레콤은 상용화 당시와 비교해 기술이 진보한 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가입자 규모를 비교하면 KT가 SK텔레콤의 13배에 달한다. 2012년 2월 현재 KT의 와이브로 서비스는 77만여명 수준, SK텔레콤은 6만여명으로 집계된다.
SK텔레콤의 경우 와이브로 단독 상품이 많지 않다. 가격 경쟁력과 제휴상품 등에서도 KT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12월 와이브로 요금인하에도 소비자 인식을 크게 바꾸지 못하고 있다.
다만, SK텔레콤은 KT에 비해 유선망이 부족한 현실을 와이브로를 활용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전국 T와이파이존의 3분의1이 와이브로망을 백홀로 이용해 구축된 것이고 수도권은 절반가량이 와이브로를 기반으로 구축된 와이파이존"이라면서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회사의 큰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했는데 와이브로가 없었다면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와이브로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가 5년간 추진해 온 와이브로 사업 성적표는 이처럼 성과가 엇갈리지만, 스마트 시대 활용도는 다르지 않다.
와이브로 주파수 재할당을 앞둔 방통위가 두 사업자에게 어떤 사업방향을 제시할 지 기대되는 이유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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