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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NOW] 소유에서 이용으로…제조업 비즈니스 모델이 바뀐다


PaaS 모델, 미래의 변화상 담아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조명을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로 제공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조명 기업 Signify(舊 필립스 라이팅)는 여전히 조명 기기를 판매하지만, 동시에 조명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Light as a Service’ 모델도 운영하고 있다.

고객은 조명 기기를 직접 구매·관리하는 대신, 월 이용료를 내고 조명 설계·설치·운영·유지관리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기기의 소유권은 기업에 남아 있고, 설치·유지보수·교체·회수까지 기업이 관리한다.

고객은 초기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기업은 제품을 회수해 부품을 재사용하거나 소재를 재활용할 수 있다. 이른바 제품의 서비스화, 즉 PaaS(Product-as-a-Service) 모델이다.

임병락 법무법인 화우 ESG센터 전문위원. [사진=법무법인 화우]
임병락 법무법인 화우 ESG센터 전문위원. [사진=법무법인 화우]

이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는 순환경제의 핵심 과제를 비즈니스 구조 안에서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생산-판매-폐기 구조에서는 제품이 소비자에게 넘어간 순간 제조사의 관여가 사실상 끝난다.

제품이 얼마나 오래 쓰이는지, 어떻게 수리되는지, 사용 후 어떻게 버려지는지는 대부분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러나 PaaS 모델에서는 소유권 또는 관리 책임이 제조사에 남아 있기 때문에, 제조사가 제품의 내구성을 높이고, 수리를 쉽게 설계하고, 사용 후 회수·재활용까지 고려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이 된다. 오래 쓰고, 잘 고쳐 쓰게 만들수록 제조사에도 경제적 유인이 생기는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조명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쉐린은 기존 타이어 판매와 병행해 일부 상용차 고객을 대상으로 타이어 리스와 유지보수를 결합한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은 운행거리당 요금과 월별 서비스 요금을 지급하고, 미쉐린은 타이어 상태 점검, 유지보수, 교체 등을 관리한다.

캐터필러는 건설 장비의 재제조(Remanufacturing)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된 부품을 회수·분해·재가공한 뒤, 새 제품과 유사한 성능과 품질의 재제조 부품으로 다시 공급한다. 이케아도 일부 시장에서 가구 구독·리스 모델을 시험하고, 중고 가구 회수·재판매·리퍼비시 등 순환형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해 왔다.

이 흐름은 EU의 규제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EU 에코디자인 규정(ESPR)은 제품군별로 내구성, 수리가능성, 재사용성, 재활용 가능성 등 에코디자인 요건을 설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제품의 전 생애주기 정보를 담는 디지털 제품 여권(DPP)도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또한 미판매 소비재의 폐기 관련 정보공개 의무와 일부 품목에 대한 폐기 금지 규율도 도입되고 있다. 이러한 규제 흐름은 ‘만들고 버리는’ 선형경제에서 ‘만들고 쓰고 돌려주는’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가리킨다.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몇 가지 전략적 과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PaaS 모델은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제품 판매의 일회성 매출을 구독형 반복 매출로 전환하면 수익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도 강화될 수 있다.

둘째, EU 수출 기업이라면 ESPR이 요구하는 내구성, 수리가능성, 재사용성, 재활용 가능성 요건에 대응하기 위한 유력한 사업모델 중 하나로 PaaS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제품을 회수하거나 장기간 관리해야 하는 기업은 처음부터 오래 쓰고, 쉽게 수리하고, 다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품을 설계할 유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셋째, PaaS 모델은 ESG 데이터 확보에도 유리하다. 제품의 사용 기간, 수리 이력, 회수·재활용 비율 등을 기업이 직접 추적할 수 있으므로, 순환경제 성과를 정량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기반이 자연스럽게 갖춰진다. ESG 공시와 공급망 정보 요구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측정 가능한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셈이다.

순환경제 규제가 강화되는 시장에서는 ‘팔고 끝’인 비즈니스 모델만으로는 한계가 커지고 있다. 소유에서 이용으로, 폐기에서 순환으로. 이 전환을 제품 설계와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으로 먼저 실현하는 기업이 순환경제 시대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임병락 전문위원(법무법인 화우 ESG센터) bllim@hwawoo.com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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