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쇠고기 소비량이 돼지고기보다 적은데 탄소 배출은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육 1kg 기준 국내산 쇠고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58.15kg CO₂-eq(이산화탄소 환산량)로 나타났다. 이는 돼지고기 13.36kg CO₂-eq보다 약 4.4배, 닭고기 5.36kg CO₂-eq보다 약 10.8배 높은 수준이다.
쇠고기의 배출량이 높은 이유는 긴 사육 기간, 많은 사료 투입, 반추동물의 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 등과 관련이 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가열화 영향이 수십배에 이르는 큰 온실가스이다. 소와 같은 반추동물 사육에서 중요한 배출원으로 꼽힌다.
![한우. [사진=농촌진흥청]](https://image.inews24.com/v1/54c764c4dc9023.jpg)
기후솔루션이 한국인이 먹는 주요 육류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소비자 관점에서 분석한 보고서 ‘고기, 농장에서 매장까지; 육류 소비의 전과정 탄소발자국 분석’을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국내 주요 육류 3종인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소비자 구매 단위인 정육 1kg 기준으로 산정했다. 이를 국민 1인당 연간 소비량과 국내 전체 육류 소비 배출량까지 연결해 분석했다.
기후솔루션이 확인한 공개자료 기준, 국내 주요 육류 3종과 주요 수입산 쇠고기를 동일한 소비자 관점의 제품 단위로 통합 비교하고 이를 1인당·국가 단위 소비 배출량까지 확장한 첫 분석이다.
현재 국내 소비자는 육류를 구매할 때 가격, 원산지, 등급, 부위 등 기본 정보는 확인할 수 있다. 제품 단위의 탄소배출 정보는 확인하기 어렵다. 보고서는 이 같은 정보 공백이 소비자가 자신의 식생활과 기후위기의 관계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은 이번 보고서에서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 방법론을 적용했다. 분석 범위는 가축 사육 단계뿐 아니라 도축, 가공, 유통을 포함하는 ‘요람에서 유통까지(Cradle-to-Retail)’로 설정했다.
이는 소비자가 마트나 정육점에서 구매하는 고기 1kg이 매장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전 과정을 포괄하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국내산 육류뿐 아니라 국내 쇠고기 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입산 쇠고기의 해외 생산과 국내 유통 과정도 분석 대상에 포함했다.
보고서는 한국인 1명이 1년 동안 육류를 소비하며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1115kg CO₂-eq로 추정했다. 이는 김포-제주 구간 편도 항공편을 약 21회 이용할 때 발생하는 배출량과 유사한 수준이다.
보고서는 이 비교를 통해 육류 소비가 일상적 식생활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개인의 기후발자국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한국의 육류 소비 구조에서도 쇠고기의 기후 영향은 두드러졌다. 2024년 기준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61.4kg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쇠고기는 15kg, 돼지고기는 30.9kg, 닭고기는 15.5kg이었다.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쇠고기는 1인당 육류 소비 배출량의 55.5%를 차지했다. 소비량 비중은 전체의 24.4%에 불과한데 배출량 비중은 절반을 넘는 것이다.
![한우. [사진=농촌진흥청]](https://image.inews24.com/v1/7b3b2332318d3b.jpg)
국가 전체 소비량으로 보면 규모는 더 커진다. 2024년 국내 전체 육류 소비량은 약 308.1만 톤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육류별 탄소발자국 계수를 적용한 결과 국내 육류 소비에 따른 총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5694만 톤 CO₂-eq으로 추정됐다.
이는 국내 전체 석탄발전소 연간 배출량의 약 34% 수준이며, 국내 최대 석탄발전소인 태안발전본부 배출량의 약 2.6배에 달한다.
쇠고기 소비가 전체 육류 배출량 증가를 주도했다. 2024년 기준 쇠고기 소비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195만 톤 CO₂-eq으로, 전체 육류 소비 배출량의 약 56%를 차지했다.
한·중·일 3개국 비교에서도 한국의 쇠고기 소비는 두드러졌다. 2024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15kg으로, 일본 5.9kg의 약 2.5배, 중국 3.9kg의 약 3.8배 수준이다. 보고서는 한국이 동아시아 주요 국가 중에서도 쇠고기 소비가 활발한 국가이며, 이 같은 소비 구조가 육류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쇠고기 소비의 약 60%가 수입산에 의존한다는 점도 주요 분석 대상이다. 보고서는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호주·뉴질랜드산 쇠고기를 대상으로 해외 현지 사육, 도축·가공, 국제 해상 운송, 국내 유통까지 포함한 전과정 배출량을 산정했다.
분석 결과 정육 1kg 기준 수입산 쇠고기의 탄소발자국은 미국산 32.05kg CO₂-eq, 호주산 26.82kg CO₂-eq, 뉴질랜드산 20.51kg CO₂-eq로 나타났다. 2024년 수입량을 반영하면 국내에서 소비된 주요 수입 쇠고기로 인한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252만 톤 CO₂-eq에 달했다.
기후솔루션은 이번 분석 결과가 실제보다 낮게 산정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수적 최소 추정치’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는 현장에서 모든 공정을 직접 측정한 결과가 아니라, 국내외 선행연구, 공공통계, 가용 활동자료와 배출계수를 바탕으로 전과정평가 방법론을 적용해 산출한 값이다. 국내 축산 분야의 전과정목록, 즉 LCI 데이터베이스가 아직 충분히 구축되어 있지 않아 일부 항목은 해외 문헌과 차용계수를 활용했다.
보고서 저자인 기후솔루션 심현정 연구원은 “막연했던 육류의 탄소 배출량을 직관적 수치로 가시화함으로써 소비자들이 합리적이고 기후 친화적인 선택을 내릴 수 있는 실질적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 이번 분석의 핵심 목적”이라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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