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정부가 그간 해외 수입에 의존해온 의료용 대마 성분 칸나비디올(CBD) 원료의약품 국산화에 본격 착수했다. 단순한 연구 과제를 넘어 국가필수의약품 원료 공급망을 국내에 구축하려는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태국 파툼타니주의 대마 추출·생산 공장에서 한 제약 과학자가 태국 전통의약 제조에 쓰이는 칸나비디올(CBD) 오일과 CBD 분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2.09.08 [사진=EPA/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10c46cfa05732a.jpg)
25일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IPET)을 통해 ‘농생명자원기반 국가필수의약품 원료공급망 대응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국가필수의약품 원료의 안정적 확보를 목표로, 농생명자원을 활용한 원료 생산 기술 개발에 무게를 두고 있다. 관련 과제 공모와 RFP 공개도 올해 진행됐다.
핵심은 CBD 원료의약품(API) 국산화다. CBD는 대마 유래 성분이지만 환각성을 유발하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과는 구별되는 비환각성 물질로 분류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고순도 CBD 원료의약품을 사실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해외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경우 원료 확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사업 역시 이런 구조를 바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과제 범위도 단순한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는다.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재배 단계의 원료 표준화부터 고순도 추출·정제, 품질관리 체계 구축, CMC(화학·제조·품질관리), 적응증 발굴, IND(임상시험계획 승인 신청) 준비까지 전 과정을 포괄한다. 국내에서 재배한 원료를 의약품급 CBD로 만들고, 허가에 필요한 데이터까지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최근 선정된 컨소시엄은 네오켄바이오를 주관기관으로 HLB생명과학R&D, 에이팩, 토포랩, 동국대학교, 국립경국대학교,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등이 참여한다. 이들은 재배 기술, 제조 공정, 비임상 평가, 허가 준비 등 역할을 분담해 CBD 원료 국산화 전 과정을 수행하게 된다.
총 사업비는 약 57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HLB생명과학R&D는 약 17억원을 투입해 햄프 유래 CBD 기반 비임상 적응증 발굴과 CMC 구축, IND 준비 등 허가 전 단계의 핵심 연구를 맡을 예정이다.
HLB생명과학R&D의 강점은 기존 신약 연구 기반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회사 HLB생명과학은 이 회사가 연구개발 축에서 항암제와 CBD 등 대마 유래 성분 발굴을 맡고 있다고 설명해 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CBD 원료 국산화 사업이 완전히 새로운 시도라기보다, 민간 기업들이 그간 축적해 온 관련 연구 기반이 국가사업으로 확장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사업 선정과 관련해 “HLB생명과학R&D 등 컨소시엄 참여 기업의 기술 성숙도와 단계적 목표, 기대 효과 등을 내부 절차에 따라 종합 평가해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업계 모두 이번 사업을 단순한 원료 대체가 아니라, 국가필수의약품 공급망 자립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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