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한국판 실리콘밸리' 판교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네·카) 노사가 올해 임금 교섭을 진행 중인데 결과를 예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IT 기업 노조가 부쩍 강성화되면서 판교가 파업으로 또 다시 몸살을 앓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네·카가 조직 혁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오히려 강경해지는 노조를 경영진도, 주주도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에서 열린 집회에 직원들이 참석해 있다. [사진=네이버 노동조합]](https://image.inews24.com/v1/5a76ed2adb1217.jpg)
네·카 노사, 살얼음판 임금 교섭
28일 업계에 따르면 네·카 노사는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 임금 교섭을 이어가고 있다. 연봉 인상률을 중심으로 임직원 보상에 무게를 두고 사측을 압박하는 노조와, 기업의 지속 성장에 방점을 찍고 노조의 협조를 요구하는 사측의 시각이 맞서는 분위기다.
카카오 노조 관계자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집중적으로 교섭을 진행하려고 한다"며 말을 아꼈다. 네이버 노조 관계자는 "교섭이 진행되고 있다. 체결 시기는 매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지난해의 경우 노조는 자신들의 입장을 상당 부분 관철시켰다. 2025년 네이버 노사가 잠정 합의한 임금 인상률은 5.2%로 알려졌다. 카카오의 임금 인상률은 6.7%로 추정된다.
올해도 노조는 지난해 실적을 토대로 상당한 수준의 임금 인상과 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네이버는 매출 12조1022억원, 영업이익 2조2019억원을, 카카오는 매출 8조991억원, 영업이익 7320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 그에 합당한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이뤄진다"면서도 "다만 경영진은 지속 성장을 위한 재원 확보를 고려하는 반면, 노조는 더 많이 챙겨 가려고 하면서 임금 협상이 난항을 겪는다"고 꼬집었다.
네·카 임단협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노조의 강도 높은 단체 행동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6월 카카오 노조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임단협 교섭 결렬로 노조 설립 7년 만에 첫 파업을 단행한 바 있다. 네이버 노조 역시 지난해 10월 계열법인(손자회사) 6곳의 임단협 교섭 결렬을 이유로 하루 파업을 예고했다가 교섭이 재개하면서 일단락되기도 했다.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에서 열린 집회에 직원들이 참석해 있다. [사진=네이버 노동조합]](https://image.inews24.com/v1/b92241ca98465d.jpg)
'초기업' 공동 대응⋯고연봉, 파격 복지에도 독해진 노조
한때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렸던 판교는 자유로운 기업 문화와 기술 혁신의 심장부였다. 하지만 네·카를 중심으로 노조가 강성화되면서 갈등의 진원지로 바뀌고 있다.
네이버 노조는 회사 창립 19년 만인 2018년에 만들어졌다. 카카오 노조도 같은 해 창립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IT 기업 노조가 단체 행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때로는 '초기업' 연대로 공동 대응하면서 노사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가 강경해지는 것과 달리, 네·카 직원들의 임금 수준이나 복지 혜택은 다른 기업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2025년 기준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네이버가 1억4300만원, 카카오는 1억900만원으로 두 기업 모두 1억원을 훌쩍 넘었다.
복리후생도 마찬가지다. 장기 근속자에 대한 혜택의 경우, 재계 순위 상위권 기업들이 대체로 5년 또는 10년 장기 근속자에 보상형 휴가를 지급하는 반면 네·카는 2년 또는 3년부터 혜택을 받는다. 네이버는 2년 근속 시 연차 외에 15일의 유급 휴가를 추가로 준다. 카카오는 3년 재직 시 1개월 유급 휴가가 나오며 휴가비 200만원을 별도 지급한다. 이밖에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은 전사 휴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등 대기업과 견줘봐도 네·카의 복리는 상위권"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취업 선호도에서도 나타난다. 인크루트의 '2025 대학생이 일하고 싶은 기업'에서 네이버는 4위, 카카오는 6위를 유지했다. 만족스러운 급여와 보상, 유연한 근무 환경,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네·카의 임금 수준이나 직원 복지에 비춰 노조의 강경한 목소리를 우려하는 시각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노조의 강성화가 기업 평판이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개인의 이익과 연관된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그것이 실제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지는 분위기"라며 "그러나 당장의 이익 추구가 나중에는 회사를 어려워지게 만드는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노조를 비롯한 이해 관계자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에서 열린 집회에 직원들이 참석해 있다. [사진=네이버 노동조합]](https://image.inews24.com/v1/5116984470f54b.jpg)
사사건건 발목⋯그 피해는 주주들에게
노조의 강경한 태도가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는 것을 넘어 주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인식도 있다. 네이버 주가는 20만원 초중반 수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카카오 주가도 5만원 수준이다. 코스피가 호황이지만 이들 기업의 주가는 소외된 모습이다.
일부 투자자는 기업 가치 상승을 위해 네·카가 고강도의 체질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네이버증권 내 네이버 종목 토론방의 한 투자자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가 전체 인력의 10% 수준인 8000명을 감원하기로 발표했다는 내용의 외신을 인용하며 "빅테크도 허리띠 졸라 매는데 네이버 뭐 느끼는 거 없나"라는 글을 게재했다. 카카오 투자자는 "단기적으로 (주가가) 턴할 유일한 방법은 구조조정"이라며 "돈 안 되는 사업은 철수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이들 투자자의 말처럼 고강도의 체질 개선이나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것은 노조의 반발 때문이다. 네이버 노조는 본사와 계열사 간 임금·복지 차별 개선 등을 강력하고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그룹 구조 재편 과정에서 매각 또는 분사 반대, 고용 안정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주가 부양의 책임을 진 경영진의 판단에 노조가 매번 반대를 하면 주가 부양은 어려워지고 결국 주주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지적했다.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에서 열린 집회에 직원들이 참석해 있다. [사진=네이버 노동조합]](https://image.inews24.com/v1/d61bafeb2afa8a.jpg)
격동의 AI 시대⋯"노사, 건설적인 논의 필요한 때"
노사 상생은 생존을 위해 인공지능(AI)으로 전환해야 하는 네·카의 운명과도 떼려야 뗄 수 없다. 네·카는 AI를 중심으로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5년 매출의 18.5%를 연구개발에 투입한 네이버는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카카오도 지난해 연구개발에 투입한 비용은 1조3000억원 수준이었다. 전체 매출의 16% 비중이다.
네·카는 포털이나 사회관계망(SNS) 등 기존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AI 모델 고도화, 서비스 이식에 집중하는 'AI 올인' 전략으로 선회했다. 네이버는 검색부터 쇼핑까지 해결하는 '완결형 AI'를,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AI 실행 플랫폼으로 재정의하는 '카나나'와 '에이전틱 AI(자율형 AI)'를 통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AI 서비스가 실질적인 실적으로 연결되지 못할 경우 기업이 도태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네·카 경영진 사이에 존재한다"면서 "절박함이 없다면 네이버와 카카오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사가 불필요한 갈등 국면으로 불확실성을 키우기보다 상생을 도모하고 화합의 자세로 돌파구를 함께 찾아야 하는 것이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라며 "현재의 주가나 배당 규모에 만족하지 못하는 일반 주주들에게는 소위 '잘 나간다'는 기업(직원)에서 좋은 것만 취하려 한다고 비칠 수 있다"고 짚었다.
최 교수는 "AI 확산, 이에 대응하는 기업의 체질 개선 과정에서 어쩌면 지금보다 더 격렬한 충돌이 나타날 수 있다"며 "결국 노사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적정한 분배란 무엇인지,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으로 이런 대화도 최대한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유림 기자(2yclever@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