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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前 검찰총장 "국회가 법정 들어 옮겨 재판하고 있다"


국정조사 증인출석 前 "사법시스템 파괴" 작심 비판
"수년 걸친 법원 판단을 며칠만에 송두리째 뒤집어"
"이거야 말로 수사로 따진다면 보복·표적·강압수사"
"앞으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재판'은 없을 것"

이원석 전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이원석 전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국회가 법원의 법정을 들어옮겨 사실상 사법부 역할을 맡아 재판을 하고 있다"며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이 전 총장은 12일 입장문을 내고 먼저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하여 폐지되는 현실에 이른 점에 대해 전직 검찰총장으로서 국민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치주의와 사법시스템이 무너지는 작금의 현실 앞에서 더는 침묵할 수 없다"고 했다.

"심지어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사건까지 국정조사"

이 전 총장은 "판결이 선고되거나 재판 중인 사건, 심지어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불법대북송금 사건, 그와 직접 관련된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는 삼권분립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국정조사가 어떤 목적을 갖고 진행되는지에 대해 집권여당과 소속 국회의원들께서 여러차례 밝힌 바 있어 '국회의 감사나 조사는 재판관과 수사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는 국정조사법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이 전 총장은 이번 국정조사가 "수년간 수십, 수백회에 걸쳐 법원의 증거조사와 판단이 이루어진 사실관계와 법리를 단 며칠만에 송두리째 뒤집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헌법은 사법부를 두고 적법절차, 증거능력과 증명력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해야만 유죄판결이 선고되고 3심제를 거쳐 확정되도록 하는 까다로운 사법시스템을 마련해뒀고, 검찰의 일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와 오류가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사법부를 통해 검찰의 기소에 정밀한 검증을 거치도록 엄격한 사법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유죄 증거와 그 반대증거가 같이 혼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면서 "사법절차의 틀 안에서 증거능력, 증명력의 허들을 통과한 수많은 증거들을 평가해 유무죄가 결론지어지는 것, 그것이 헌법과 법률에서 예정하여 마련한 사법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유죄 피고인들 번복 주장·편향 증거만 전면에 내세워"

이 전 총장은 "그러나 국회는 법원에서 인정된 수많은 유죄의 물적 증거와 증인들은 아예 국정조사에서 배제하고,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들의 번복된 일방적 주장과 편향된 일부 반대증거만을 전면에 내세워, 국회가 단정적으로 '조작기소이자 무죄'라고 판결까지 내리고 있다"고 개탄했다.

아울러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형사재판에서는 유무죄 증거의 비율이 90:10이라도 유죄판결이 용이하지 않은데 국회는 그 좁은 길을 뚫고 유죄판결이 선고되거나 확정된 사건에서 90의 유죄증거는 내버리고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대증거만 부각해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총장은 특히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서 '검사가 회유해 진술했다'고 주장하는 조서는 정작 법정에서 아예 증거로 쓰인 적이 없다는 것이 단적인 예"라고 했다. 그는 "대장동 일당에 대한 법원 판결에서는 '기자, 변호사, 회계사로 사회적·법률적 소양과 자제력을 갖췄을 것'이라며 '개발 이익을 얻으려고 소임과 품격을 지키지 못한 채 스스럼없이 중대 범죄로 나아갔다'고 판시하고 있고, 검찰 압박으로 진술했다며 증언을 뒤집은 피고인에게 '법정에서 선서하고 증언한 내용까지 바꿔가며 부인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고 질책하기까지 했다"고 법원의 판결을 상기시켰다.

이 전 총장은 "정치권에 대한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현직 검사 40여명을 증인으로 불러 죄인처럼 추궁하는 것은 수사와 재판에 외압을 가해 사법시스템을 크게 위축시키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국정조사가 진행된다면 앞으로 정치권과 권력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맡아 수행할 검사와 판사는 단연코 없을 것이다. 우리 법에 앞으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없다"고 했다.

"내 편 수사했다는 이유로 국회·법무·특검 총동원"

이 전 총장은 이번 국정조사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반 국민이 일방적 주장만을 근거로 소위 '조작'이라고 문제를 제기해도 국회가 그때마다 국정조사를 열어주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내 편에 대한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국회와 법무부, 검찰, 공수처, 특검 등이 총동원돼 국정조사, 고발, 감찰, 징계, 수사, 출국금지를 착착 진행하고 공공연히 공표하고 있는 이것이야말로, 수사로 따진다면 '보복, 표적, 기획, 편파, 강압수사'"라고 직격했다.

이 전 총장은 "수사 일선에서 실체적 진실을 찾기 위해 애써온 검사 수십명을 불러내어 외압을 가하는, 더 나아가 진행 중인 법원의 재판과 판사에까지 외압을 가하는 국정조사는 법치주의와 사법시스템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며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검찰의 지휘 감독을 맡았던 저에게 책임을 묻기 바란다"고 했다.

이 전 총장은 "다음 번에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들이 또다시 자신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을 번복하면 '조작기소를 조작'했다고 재국정조사를 열고 재수사를 '조작수사'로 재재수사할 것이냐"며 "보복이 보복을 낳는 악순환을 끊어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Nemo iudex in causa sua)'는 법언에서 알 수 있듯이, 사법부의 재판권과 행정부의 수사권을 침해하고 삼권분립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국정조사는 법치주의를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책임 물을 일 있다면 지휘했던 나한테 물어라"

이 전 총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내란 당시에도 검찰은 헌법과 법률을 위배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2016년 국정농단, 2024년 비상계엄과 같은 헌정사의 불행한 사건들도 모두 헌법과 법률이 미리 정해둔 형사재판과 헌법재판의 틀 안에서 진행되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법치주의가 작동되고 살아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헌법과 법률이 마련해둔 사법시스템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 위에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민주공화국은 무너진다'는 것을 우리는 뼈저리게 절감했다"며 "비록 더디더라도 헌법과 법률이 미리 정해둔 법치주의와 사법시스템을 믿고 지켜봐달라"고 재차 간곡히 호소했다.

이 전 총장은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이다.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국정조사 특위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는 이재명 전 대통령(당시 민주당 대표)과 여당 관련 사건 수사를 총괄지휘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원칙적인 수사를 일관되게 강조하면서 윤석열 정부와 각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이 전 총장은 국조특위 증인으로 채택돼 오는 16일 출석할 예정이다.

국조특위는 지난 8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수사에서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자백을 하도록 이화영 전 경기평화부지사를 회유·압박했다며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당시 수원지검 수사팀)를 고발했다. 박 검사는 현재 권창영 특별검사팀에 의해 피의자로 입건돼 출국이 금지된 상태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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