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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위뉴타운 '빨대효과'⋯인근 노후상권은 '찬바람' [현장]


신축 쏠림현상에 상권·주거 격차⋯13구역 원도심 폐업률 상승
'성수·을지로'식 완충 모델은 가능할까⋯"지역 연계 발전 필요"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이 근방에 6000가구 새로 들어온다고 잔치 분위기라는데, 우린 당장 오늘 점심 장사가 걱정입니다. 교통도 불편한데 개발도 늦어지고, 역에서 멀어질 수록 상권이 죽어요." (장위13구역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B씨)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서 신축 아파트와 노후 주거지 간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대단지 입주와 함께 수요와 상권이 단지 내부로 빠르게 흡수되는 동안, 주변 지역은 이를 따라갈 시간 없이 공실과 침체에 노출되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을지로·성수동처럼 기존 공간을 활용한 상권 재생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장위동은 개발 구역과 비정비 구역이 육교와 대로로 단절돼 있어 이 같은 '완충 구간'이 작동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위뉴타운 개발이 예정된 장위13구역 인근 노후 빌라촌에 위치한 여러 상가들에 임대 포스터들이 붙어있다. 2026.04.06. [사진=김민지 기자]
장위뉴타운 개발이 예정된 장위13구역 인근 노후 빌라촌에 위치한 여러 상가들에 임대 포스터들이 붙어있다. 2026.04.06. [사진=김민지 기자]

장위뉴타운은 해제됐던 구역들이 공공 재개발(8·9구역)과 신속통합기획(13구역)으로 속속 부활, 15개 구역 2만4000여 가구 규모에서 최종적으로 약 3만3000여 가구의 주택이 들어서는 서울 동북권 최대 규모의 완성형 뉴타운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다만 주거여건 개선과 상권 재편이라는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도, 수요가 특정 단지로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주변 지역이 이를 따라갈 '완충 장치' 없이 빠르게 밀려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위동의 단절이 가파른 이유로 '완충 지대(Buffer Zone)'의 부재를 꼽는다. 유사한 정비 사업이 진행된 성동구 성수동의 경우, 지식산업센터와 신축 아파트 사이사이에 저층 붉은 벽돌 건물을 활용한 리모델링 상권이 형성되며 신·구 조화를 이뤄냈다. 기존 골목의 정취를 살리면서도 새로운 소비층을 유인할 '중간 단계'가 존재했던 셈이다.

한국부동산원과 성동구청의 2026년 1분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성수동 소규모 상가의 임대료는 최근 5년간 연평균 6.8% 상승하며 완만하지만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 등으로 임대료 급등을 억제하면서도, 신축 단지의 유동인구가 골목의 노후 상권으로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가는 '연결'이 일어난 결과다.

중구 을지로 역시 대형 오피스 빌딩들 사이사이에 위치한 공구 거리와 인쇄 골목의 노후 건물을 카페나 전시 공간으로 활용한 '힙지로' 열풍을 통해 상권의 생명력을 연장했다. 서울시 우리마을상권 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을지로3가 일대 상권의 3년 생존율은 62.5%(2025년 기준)로 서울시 평균을 웃돈다. 현대화된 빌딩 숲이 기존 골목 상권의 수요를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내며 상권의 유효 반경을 넓힌 셈이다.

이와 달리 장위뉴타운은 육교와 6차선 도로라는 물리적 장벽을 사이에 두고 2000가구급 아파트 단지와 노후 빌라촌이 극명하게 나뉜다. 신축 단지가 인프라를 내부로 독점하는 동안, 해제 구역은 이를 흡수하거나 변화에 적응할 시간적·공간적 여유 없이 침체에 노출됐다.

이 같은 단절은 상권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서울시 우리마을상권 분석서비스의 2026년 1분기 지표에 따르면, 장위뉴타운 배후 상권(장위 1·2·5·7구역 등 이미 입주가 완료된 대단지 아파트의 단지 내 상가와 그 아파트 정문·후문에서 나오자마자 이어지는 대로변 상점가)의 유동인구는 대단지 입주 이후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이에 발맞춰 뉴타운 내부에는 스타벅스·올리브영 등 집객력이 검증된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뉴타운 입구 상가를 선점, 단지 전면부 상가의 임대료는 인근 골목 상권 대비 3배 이상 높은 수준을 형성한다.

입주민 수요를 겨냥한 식당가·입시 학원 등이 잇따라 들어서며 상권은 신축 단지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현장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예견된 흐름'이었다는 반응을 보인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A씨는 "장위뉴타운은 약 3만 가구 규모로 서울 뉴타운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대단지인 데다, 평지 중심 입지와 교통 개선 기대까지 맞물리면서 결국 수요가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사람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상권과 인프라도 그 안으로 따라 붙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위뉴타운 개발이 예정된 장위13구역 인근 노후 빌라촌에 위치한 여러 상가들에 임대 포스터들이 붙어있다. 2026.04.06. [사진=김민지 기자]
스타벅스, 각종 편의점 등이 있는 상가 바로 앞에 위치한 장위뉴타운 내 장위1구역에 입주한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 단지 모습. 2026.04.06. [사진=김민지 기자]

장위동 일대는 동북선 경전철(2027년 예정), 광운대역세권 개발 등 교통·개발 호재가 이어지며 중장기적인 생활 인프라 확충 기대가 반영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기대감이 뉴타운 외부로 확산되기보다는, 신축 단지 내부로 집중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체감 격차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가까운 곳이면서도 건너편 골목 상권은 정반대 흐름을 보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시스템(2026년 3월 말 기준) 분석 결과, 장위동 재개발 추진이 취소(구역 지정 해제)된 일대 골목(장위13·15구역 일대 노후 골목) 상권의 폐업률은 서울 평균보다 4.2%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특히 3년 생존율은 34.2%에 그쳐 서울 평균(54.1%)을 크게 밑돌았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슈퍼를 운영해온 한 상인은 "아파트 상가에 편의점과 마트가 들어오면서 단골이 끊겼다"며 "동네 전체가 좋아질 줄 알았는데 손님은 다 건너편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특히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이 인근 최근 1년간 폐업 신고를 한 점포 중 상당수가 10년 이상 영업을 이어온 '장기 업력 점포'로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업종 교체를 넘어 지역 생활 기반 자체가 약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뉴타운 내부 상가가 집객력을 독점, 기존 상권의 소비를 흡수하는 '빨대 효과'가 나타난 결과라는 풀이도 나온다.

장위뉴타운 개발이 예정된 장위13구역 인근 노후 빌라촌에 위치한 여러 상가들에 임대 포스터들이 붙어있다. 2026.04.06. [사진=김민지 기자]
장위13구역 인근 상가에 임대 포스터가 붙어있다. 2026.04.06. [사진=김민지 기자]

전문가들은 이를 개별 상권 문제가 아닌 구조적 변화로 본다. 개발 효과가 주변으로 확산되기보다, 수요와 인프라를 단지 내부로 끌어들이는 '흡수형 성장'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인접 지역 간에도 생활권과 경제권이 분리되는 '도시 내 단절'이 심화되는 양상이라는 것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뉴타운 개발이 주변 지역까지 집값과 상권을 끌어올리는 '낙수효과'를 기대했지만, 최근에는 신축 단지 내부에 커뮤니티와 상업시설이 집중되면서 외부와 단절된 채 수요를 흡수하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출 규제와 신축 선호가 맞물리며 자본과 인프라가 특정 구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2026년 4월 기준)에 따르면, 장위뉴타운의 대장주로 꼽히는 '래미안 장위 포레카운티' 전용 59㎡ 전세가는 지난달 7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인근의 신축 대단지인 '장위 자이 레디언트' 역시 동일 면적 전세가 7억4000만원 선에 계약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도보 5분 거리의 장위13구역 내 노후 다세대 주택(전용 45㎡ 내외)은 3월과 동일한 2억2000만원 선에 전세 매물이 멈춰 두 주거 형태 간 전세가 격차는 5억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생활권은 공유하지만, 주거 환경 선호도와 자산 가치 기대감이 신축 단지로만 쏠리면서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세 양극화'가 구조적으로 고착화한 셈이다.

장위뉴타운 개발이 예정된 장위13구역 인근 노후 빌라촌에 위치한 여러 상가들에 임대 포스터들이 붙어있다. 2026.04.06. [사진=김민지 기자]
장위뉴타운 구역별 개발 진행 상황. [사진=KB부동산 Liiv ON]

매물 지표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성북구 다세대·연립 전세 매물은 전년 동기 대비 24.5% 증가한 반면 아파트 전세 매물은 12% 감소했다.

이는 세입자들이 상대적으로 주거 환경이 안정적인 신축 아파트로 이동하면서, 구축 주택에는 수요가 붙지 않고 매물만 누적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그 결과 노후 주거지는 공실이 늘고, 보증금을 낮춰도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역전세' 부담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수요 쏠림의 배경에는 금융 규제도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10.15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실수요자 선택지가 상대적으로 신축 아파트로 좁혀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성북구 아파트값은 3.30% 상승하며 서울 자치구 상위권을 기록했고, 거래 역시 신축 단지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장기적으로 노후 주택가의 경쟁력을 더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장위13구역 역시 정비사업 완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사이 노후 주거지의 공실 확대와 상권 위축 심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위13구역은 최근 재개발 재추진의 신호탄을 쐈지만, 사업 속도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7일 성북구청에 따르면 해당 구역은 지난달 신속통합기획 주민설명회를 시작으로 정비계획 수립 절차에 들어갔으며, 약 6000가구 규모의 주택공급이 추진될 예정이다. 장위재정비촉진지구 내 마지막 정비사업 구역으로 꼽히며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사업이 실제 착공과 입주까지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구역 해제 이후 재추진 과정에서 주민 간 이견으로 사업이 지연된 전례가 있는 데다, 정비계획 수립과 인허가, 조합 설립 등 절차가 단계적으로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개발 기대감은 반영되고 있지만, 체감 가능한 변화까지는 시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장위뉴타운 개발이 예정된 장위13구역 인근 노후 빌라촌에 위치한 여러 상가들에 임대 포스터들이 붙어있다. 2026.04.06. [사진=김민지 기자]
장위뉴타운 장위7구역에 입주한 '꿈의숲아이파크' 단지와 단지 놀이터, 그 옆에 위치한 교회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6.04.06. [사진=김민지 기자]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정비사업은 단지 내부 혹은 그 주변 인근 중심으로만 설계돼 주변 노후 지역과의 연결성이 부족할 수 있다"며 "보행 체계 개선과 상권 연계 등 외부 지역과의 접점을 함께 설계하는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개발이 이어질수록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완성형 뉴타운으로 가는 과정에서, 단지 밖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해법 없이 ‘속도’만 앞설 경우 도시 내 단절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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