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박지은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시작된 9일 노조별 투표 참여율에 큰 온도차가 나타났다.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초기업노조)는 이날 오후 6시 기준 전체 선거인 6만6337명 가운데 3만1887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 48.0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대 규모인 제1노조에서 첫날 50%에 육박하는 투표율을 기록한 셈이다.
반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동행 노조의 투표율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전삼노는 같은 날 선거인단 2만1274명 가운데 5141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율은 24.17%로 집계됐다. 동행 노조의 경우 첫날 투표율이 10% 미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노조는 초기업노조, 전삼노, 동행 노조 등 복수 노조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공동교섭단 기준 전체 조합원 규모는 약 9만명 수준이다.
세 노조의 투표율이 극명하게 갈린 이유는 삼성전자 구성원 사이에서도 이번 성과급 협상에 대한 관심도가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 디바이스경험(DX) 부문으로 나뉘며 각 부문 아래 주요 사업부와 센터 등 조직이 배치된 구조다.
DS 부문은 반도체 사업을, DX 부문은 스마트폰·TV·의료기기 등 완제품 사업을 맡고 있다.
DS 부문 메모리사업부는 업황에 따라 높은 실적과 성과급을 기대할 수 있지만 DX 부문은 완제품 사업 특성상 반도체처럼 업황에 따라 폭발적인 실적을 내기 어려운 구조여서 성과급 협상에 대한 체감도가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초기업노조와 전삼노보다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았던 동행 노조의 조합원 대부분은 DX 부문 소속으로 알려졌다.
DS 부문 소속 한 40대 직원은 "DS 부문은 '다 같이 투표하자'는 분위기가 확실히 있고 DX 부문은 딱히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며 "초기업노조의 투표율이 48%나 나온 것은 DS 부문 구성원이 많이 가입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직원 수도 DS 부문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6월말 기준 DX부문 직원은 5만881명, DS 부문은 7만8643명이다. DS부문이 약 54.6%(2만7762명)더 많다.
DX부문 소속 한 30대 직원은 "노조에서 주장하는 50% 상한 폐지에 크게 공감되지는 않는다"며 "다들 한다고 하니 '초가완'(초기업노조 가입 완료)이긴 하지만 소외된 '네 글자' 사업부 직원들은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네글자 사업부란 삼성전자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성과급을 받는 생활가전·의료기기·네트워크·파운드리사업부를 부르는 '은어'다.
DS 부문 중에서도 메모리사업부는 올해 고대역폭메모리(HBM) 호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성과급 협상과 파업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DS부문 소속 20대 직원은 "대학 동기들이 SK하이닉스에 다니는 경우가 많아 박탈감을 느끼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며 "DX 사람들은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DS는 파업을 해서라도 성과급 제도가 달라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도 구성원 간 온도차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회사는 지난 5일 사내 공지를 통해 "성과급 요구안이 가장 큰 쟁점이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회사는 DX 부문과 DS 부문 모두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재차 밝혔다.
삼성전자는 앞서 공동교섭단과 중앙노동위원회 2차 조정회의에서 △OPI 재원 영업이익 10% 또는 경제적부가가치(EVA) 20% 중 선택권 부여 △임금 인상률 총 6.2% △샐러리캡 인상 △주거 안정 지원(최대 5억원) △자사주 20주 및 패밀리넷 100만 포인트 등을 제시했다.
회사 측은 "DS 부문과 DX 부문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안건을 제시했지만 공동교섭단은 상한 폐지에 대해서만 반복적으로 요구하고 회사가 제안한 다른 안건에 대해서는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OPI 재원을 영업이익의 10%로 변경할 경우 올해 DX 부문 여러 사업부의 경영 전망을 고려할 때 DX 부문 직원들에게 상당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지만 공동교섭단이 수용을 거부한 점이 매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해 임금 협상 갈등 속에 창사 이후 처음으로 총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한편 삼성전자 노조는 이날부터 오는 18일 오후 2시까지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쟁의행위를 위해서는 노조 재적 조합원 과반인 약 4만5000표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쟁의권 확보 후 첫 집회는 다음 달 23일 평택 사업장에서 열린다. 이후 5월21일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같은 날부터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노조 측이 밝힌 파업 기간은 5월21일부터 6월7일까지 약 18일이다.
한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회사 제시안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공동교섭단 기준 전체 조합원은 약 9만명으로 과반인 4만5000명 이상이 참여하면 의미 있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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