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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매물 55% 증발"⋯태릉CC 개발은 '화중지병' [현장]


착공 시기 2030년으로 설정됐으나 전·월세 불안은 현재진행형
단기 시장안정 해법 부재 속 '3기 신도시 연계 개발' 카드 주목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태릉CC를 개발한다고 발표는 했는데 체감은 아직이죠. 시장에 전세는 없고 월세만 남았어요. 대규모 개발을 해서 물량을 공급한다지만, 착공이 최소 4년 뒤라면 그 사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잖아요."

태릉CC 사업 부지에 해당하는 태릉 골프장. [사진=김민지 기자]
태릉CC 사업 부지에 해당하는 태릉 골프장. [사진=김민지 기자]

5일 만난 노원구 거주 시민의 말이다. 서울 동북권에서는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고 전·월세 부담이 커지면서 주거 불안이 일시적 현상을 넘어 일상적인 압박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고 있는데, 태릉CC 개발이 당장 '단비'가 되기는 힘들다는 푸념으로 보인다. 정부가 태릉CC 개발을 포함한 공급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현장에서는 체감 상 기대보다는 현실적 어려움을 더 크게 느낀다는 얘기기도 하다.

특히 노원구와 성북구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은 최근 전세 문의가 급감한 대신 월세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노원구 공릉동의 공인중개사 A씨는 "전용 84㎡ 기준으로 전세 매물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결혼이나 출산을 앞둔 수요자들이 평수를 늘려 이사 가려고 해도 선택지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성북, 중랑, 강북, 도봉, 노원구 등 동북권역은 신축 입주 물량 감소 등으로 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노원구의 전세 매물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2년 전 대비 약 55.1% 줄어들었다. 서울 주요 지역 중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동북권 지역 내 월세 매물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60%를 웃돈다.

이에 따라 동북권 아파트 전셋값은 오름세가 확연하다. 2월 첫째주 들어 서울에서는 △성동구(0.45%) △노원구(0.24%) △성북구(0.21%) 등의 순으로 상승세가 가파르게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태릉CC 개발을 포함한 수도권 6만 가구 추가 공급 대책을 내놓으며 집값 안정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다주택자의 불로소득을 질타하는 취지와 궤를 같이 한다. 정부 메시지는 명확하지만, 현장에서는 정책 체감효과 측면에서 시선이 엇갈린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노원구 공릉동 태릉CC에는 약 6800가구 규모의 중저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청년·신혼부부를 겨냥한 맞춤형 주거가 설정돼 있는데, 착공 목표 시점이 2030년으로 설정돼 있다. 실제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우선 목소리가 나온다.

노원구 상계동에서 중학생 자녀를 키우는 윤모씨는 "공급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착공이 2030년이라는 말을 들으면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며 "그때까지 집값과 전셋값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서 불안이 사그라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변화를 체감할 시점이 4년, 또는 입주시점인 6~7년 후라면 그 사이 어떤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사실 태릉CC 개발을 위해선 절차적 변수가 적지 않다. 문화재위원회 심의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거쳐야 한다. 과거 추진됐던 1만 가구 공급 계획이 교통·환경 문제로 무산된 전례마저 학습효과로 주민들 기억에 남아 있다. '계획과 현실 사이의 시간차'가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대목이다.

태릉CC 사업 부지에 해당하는 태릉 골프장. [사진=김민지 기자]
서울 노원구 신축 중흥s클래스 시공현장과 맞물린 노후주택들과 구축 동신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

정부의 개발방안 발표 이후 강북권 집값의 반응은 정부의 의도와 사뭇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대책 발표 직전인 1월 넷째 주 기준 노원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41% 올라 직전 조사(0.23%)보다 상승 폭이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중계동 '건영3차' 전용 84.9㎡는 지난달 1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2월 같은 면적이 11억원 안팎에 팔렸던 점을 감안하면 1년 새 5000만원 가량 올랐다.

매매가 상승세가 가파른 성북구 내에서도 '래미안길음1차' 전용 59㎡는 11억원, '보문파크뷰자이' 전용 45㎡는 10억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그동안 강남·마포·용산에 집중됐던 상승세가 노원·성북 등 동북권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매매 시장이 들썩이면서 전·월세 등 임대차 시장의 강세는 더 확산되고 있다. 노원·성북 일대에서는 전용 84㎡ 기준 월세가 150만~250만원대를 기록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성북구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 전용 84㎡는 지난해 5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30만원이었지만, 같은 해 11월에는 월세가 250만원으로 뛰었다.

공인중개사들은 "정부 대책이 나올수록 오히려 매도자들이 관망에 들어가 매물이 줄어들고 값이 올라가는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성북구 공인중개사 B씨는 "지금 시장을 움직이는 건 실제 입주 물량이 아니라 '기대감'이라고 볼 수 있다"며 "특히 동북권에서는 체감 가능한 공급이 이뤄지기 전까지 전·월세 불안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릉CC 개발이 주택시장을 안정시킬 대안으로 충분히 체감받지 못하는 데엔 착공과 입주 등의 시점이 멀다는 점 외에, 환경·문화재 보존을 둘러싼 반대 목소리가 여전하다는 부분도 작용한다. 시민단체 '초록 태릉을 지키는 시민들’은 2020년부터 태릉CC 개발에 반대해 왔다. 이들은 과거 정부 시절 개발이 언급된 초창기 부터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태릉·강릉과 맞닿은 지역에 아파트를 짓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법정보호종이 서식하는 생태계 훼손 우려도 크다"는 주장을 고수해왔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의 반대 입장도 넘어서야 할 대목이다. 오 시장은 지난 1일 "세계유산영향평가 등 넘어야 할 절차가 산적한 부지를 포함한 결정은 시민들에게 헛된 희망을 줄 수 있다"며 "실현 가능성보다 발표 효과에 집착한 물량 밀어내기식 공급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운지구 재개발 사례를 지속적으로 언급하며 "종묘는 안 되고 태릉은 되느냐"고 반문하며 "문화재 보존 기준을 둘러싼 정부의 이중적 잣대"라고 주장했다. 광역지자체장의 반대라는 변수는 6월 지방선거로 판가름난다.

태릉CC 사업 부지에 해당하는 태릉 골프장. [사진=김민지 기자]
2020년 태릉 그린벨트 해제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모임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서울환경운동연합]

전문가들은 태릉CC 개발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속도와 범위가 관건이라고 진단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공급대책발표 다음날인 지난 30일 YTN과 인터뷰에서 "태릉CC 개발은 강북권 주거 환경 개선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6800가구만으로는 단기적인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3기 신도시'를 단기 공급 안정의 핵심 변수로 꼽았다. 그는 "태릉CC와 같은 도심 개발은 복잡한 절차와 주민 갈등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면, 3기 신도시는 이미 발표된 지 5년이 지나 사업 단계가 상당 부분 진척됐다"며 "앞으로 5년 내 실제 입주가 가능한 물량이라는 점에서 시장에 주는 신호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3기 신도시는 고양 창릉·남양주 왕숙·인천 계양 등 서울 인접 지역에 조성되는 대규모 공공택지다. 박 교수는 "현재 200% 안팎인 용적률을 1기 신도시 정비 수준인 300~350%로 조정하면 같은 땅에서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며 "과도한 공원·녹지 비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경우 3기 신도시에서만 약 20만 가구 추가 공급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의지와 메시지는 분명하다. 다만 착공과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당장 심각한 전·월세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를 두고 현장의 평가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태릉CC를 비롯한 강북권 공급 계획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보유세 강화 등의 세제 정책과 어우러져 불안한 동북권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지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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