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태현 기자] 지난해 KB자산운용이 상장지수펀드(ETF) 폐지를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 채널 카인드(KIND)에 따르면 지난해 KB자산운용이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시한 ETF는 총 17개다. 업계 전체 53개 중 3분의 1에 달한다. 중공업, 철강 소재, 에너지화학, 건설, K-뉴딜 관련 ETF가 상장 폐지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 11개, 한화자산운용 8개, 키움투자자산운용 6개, 미래에셋자산운용 3개 등으로 집계됐다.
전체 상품 중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한 ETF 비중도 KB운용이 가장 컸다. 2023년 말 기준 전체 116개에서 15%(17개)를 차지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는 ETF를 설정하고 1년 뒤부터 순자산이 1개월 넘게 50억원 미만인 ETF를 상장 폐지할 수 있다. 시장 관심이 떨어진 상품은 정리하고, 새로운 상품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KB운용이 의무가 아닌데도 상폐하기로 한 건, 지난해 중순 ETF 브랜드를 'KBSTAR'에서 'RISE'로 바꾼 영향이 컸다. KB운용은 리브랜딩하면서 거래량이 적은 ETF는 솎아내고, 새로운 상품 운용에 집중하고 있다.
KB운용 관계자는 "상장 폐지한 대다수 상품이 2016~2017년 상장한 상품으로 투자자의 관심에서 멀어졌거나, 대체할 상품이 있는 경우였다"며 "리브랜딩과 효율적인 매매 품질 관리를 위해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근본적으로 상장 폐지 개수가 많다는 건, 그만큼 운용사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단기적으로 투자가 과열된 업종 중심으로 상장했거나, 구성 종목·운용 보수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은 것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상장 폐지 요건에 달하는 ETF가 많아졌다는 건, 시장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라며 "KB운용 내부적으로도 이를 고려해 변화를 많이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운용은 올해 한국투자운용에 순자산 기준 3위 자리를 내줬다. 리브랜딩을 주도한 김찬영 ETF사업본부장도 지난달 사의를 표명했다.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ETF는 상장 폐지되더라도 투자자에게 손실을 주지 않는다. 운용사는 상장 폐지일을 기준으로 ETF 순자산가치에서 운용보수 등을 뺀 금액을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거래정지나 정리매매와 같은 절차도 없어 상장 폐지 직전까지 거래도 가능하다.
/정태현 기자(jt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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