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글로벌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 경쟁의 승부처는 상당히 많은 기술이 복합적으로 개발돼야 하는 '레벨3~4' 단계보다 '레벨2'의 고도화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허건수 한양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스타트업 브랜치에서 열린 '제16회 자산어보' 행사에서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 현황과 도전'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자율주행 '레벨2' 고도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현재 완성차 제조사(OEM)들은 자율주행 '레벨2'를 실질적으로 상용화해 판매하고 있다"며 "레벨2까지는 주행 중 사고가 나면 운전자 책임이지만, 레벨3부터는 OEM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상용화의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서 분류한 바에 따르면 자율주행 차는 양산형과 서비스용으로 나뉜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양산형 자율주행은 현대차와 테슬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OEM이 이미 상용화해 판매하고 있다. 서비스용은 구글의 웨이모 등 기술·스타트업이 중심이 돼 로보택시를 이용해 '레벨4'부터 진출하고 있다. 아직 시범운행 수준으로, 상용화됐다고 보긴 어렵다.
허 교수는 "자율주행 상용화의 난제는 레벨3부터 아주 복잡하고 다양한 기술이 동시에 적용돼야 한다는 점인데, 이 많은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OEM은 없다"며 "레벨4 로보택시도 가정된 시나리오 안에서만 돌아다니며 시험운행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레벨3 이상이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빨리 기술이 개발되느냐에 있는데, 자율주행차가 인간이 판단하는 수준으로 올라오기는 너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다. OEM들이 실제로 자율주행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현 단계인 '레벨2'의 고도화가 승부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허 교수는 "현재 OEM들은 '레벨2+', '레벨2++'라는 이름으로 레벨2 단계를 고도화해 판매하고 있는데, 토요타와 제너럴모터스(GM)가 레벨2 상용화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다"며 "반면 현대차와 테슬라는 거의 최하 평가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초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가 차량 제조사 9곳의 자동차에 적용된 14종의 주행보조 기술을 평가한 '주행 보조 시스템 안전성 평가'에서 테슬라 모델3와 현대차 제네시스 G90 등이 종합 평가에서 '나쁨(poor)' 등급을 받았다. 토요타 산하 브랜드인 렉서스의 '렉서스 LS'는 '양호(acceptable)' 등급을 획득했고, 닛산 아리야와 GMC 시에라가 바로 아래 '보통(marginal)' 등급을 받았다.
허 교수는 "현대차와 기아가 2020년부터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동안 주요 OEM들은 레벨2 고도화에 집중하며 핸즈프리, 드라이버 모니터링, 센싱 360도 등의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해 이미 상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2040년까지도 레벨2가 지배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며 "레벨4 기술을 개발해서 레벨2+에 넣어 상용화해서 향후 10년간 시장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며 "레벨2를 고도화해 잘 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승식 한국자동차연구원 원장은 "자율주행은 미래 교통 환경과 일상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안전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기술·정책·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 구성원 간 교류와 협력을 통해 혁신적이고 안전한 기술의 개발과 함께 효과적인 정책과 제도 수립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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