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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약물의 쓴맛, 단맛이 억제한다?


한국뇌연구원 연구팀, 신경세포 전기장 억제 작동원리 규명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커피와 약물의 쓴맛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드러났다. 신경세포의 전기장 억제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단맛을 느끼는 신경세포가 쓴맛을 느끼는 신경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작동원리가 규명됐다.

한국뇌연구원은 신경·혈관단위체 연구그룹의 강경진 박사 연구팀이 미각 신경세포들의 상호작용에서 ‘전기연접 억제(ephaptic inhibition)’ 현상을 이용한 분자적 작동원리를 처음으로 발견했다.

전기연접 억제(ephaptic inhibition)란 신경세포의 활성에 따라 발생된 전기장이 시냅스와 상관없이 인접한 신경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현상을 말한다.

커피. [사진=픽사베이]

뇌의 신경망은 신경세포 간의 소통을 통해 기억, 학습, 감각 같은 정보를 저장하거나 처리한다. 신경망의 작동에는 시냅스를 이용한 화학전기적 소통 방식이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시냅스를 이용한 원리와 상관없이 신경세포 활성으로 생성된 미세한 전기장이 인접한 신경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전기연접 전달 방식도 뇌내 정보처리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전기연접 전달 방식에 대한 분자적 작동원리는 잘 밝혀져 있지 않다.

강경진 박사 연구팀은 초파리의 미각 신경세포를 대상으로 전기생리학, 광유전학과 행동유전학적 연구를 진행한 결과 미각 신경세포 간 소통에 전기연접 억제 현상이 작용하고 있음을 처음으로 알아냈다.

연구팀은 초파리 미각 신경세포 간의 전기연접 억제 현상을 알아본 결과 단맛을 느끼는 신경세포가 쓴맛을 느끼는 신경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일방향성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단맛과 쓴맛 미각신경세포가 양방향으로 전기연접 억제를 한다면 서로의 활성을 방해해 단맛과 쓴맛 신호 모두 감소하는데 단맛 신경세포가 우세한 일방향으로 작용하면 쓴맛 신호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강경진 박사는 “단맛이 커피나 약물의 쓴맛을 줄이거나 과일주스를 마실 때 불쾌할 수 있는 신맛을 덜 느끼게 하는 등 사람에서도 확인되는 단맛과 다른 미각 간 조절 현상을 이런 원리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러한 일방향성을 위해 단맛 세포에 존재하는 채널인 ‘과분극 활성화 고리형 뉴클레오티드 개폐통로(HCN 채널, 심장과 뇌 신경세포에 분포하는 이온통로)’가 쓴맛 세포에서 보내는 억제신호를 차단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연구에 사용한 초파리 미각기관에서 감각모 전위 같은 미세환경 없이 신경세포 사이에서도 전기적 억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초파리 미각기관을 보편적 전기연접 억제 모델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에 제시했다.

한국뇌연구원 이민혁 박사후 연수연구원, 강경진 책임연구원(왼쪽부터). [사진=뇌연구원]

강경진 박사는 “이번 연구는 전기연접 억제의 분자적 기전을 규명함으로써 신경세포 간 정보처리의 새로운 방식과 이를 활용한 뇌의 복합적 정보처리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초파리를 통해 앞으로 뇌 정보처리의 한 축을 담당할 신경연접 전달 기전을 더 상세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뇌연구원 이민혁 박사후연수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논문명: An evolutionarily conserved cation channel tunes the sensitivity of gustatory neurons to ephaptic inhibition in Drosophila)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 (PNAS)’ 최신호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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