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배달앱 플랫폼 기업들의 고민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2번의 마라톤 회의 끝에 마련된 수수료 상생안 적용을 앞둔 상황인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법제화해 달라는, 사실상 상생안을 백지로 되돌리잔 취지의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서다. 배달앱 기업들은 상생안 적용을 상정하고 세운 올해 사업계획까지 다 어그러지는 것 아니냐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배달앱 생태계와 수수료 민간 자율에만 맡겨도 되나'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이정문·김현정·민병덕·이인영·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프랜차이즈학회, 한국프랜차이즈협회가 공동 주관했다. 곧 적용될 배달 수수료 상생안의 미흡한 점을 지적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앞서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지난해 11월 110여 일, 12차례 회의 끝에 최종 상생안을 내놨다. 상생협의체는 10% 수준까지 올라간 배달 수수료로 갈등을 겪고 있는 배달앱과 입점업체 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아래 지난해 7월 정부 주도로 출범한 자율 협의체다. 주요 배달앱 4사(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땡겨요)와 입점 업체 대표 단체(소상공인연합회·한국외식산업협회·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국상인협의회), 업계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로 구성된 공익위원·특별위원 등이 참여했다.
수차례 평행선을 달린 끝에 극적으로 도출된 최종 방안은 거래액 기준 상위 35% 입점업체에는 중개수수료 7.8%·배달비 2400~3400원을, 상위 35~80%에 대해서는 중개수수료 6.8%·배달비 2100~3100원을 차등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나머지 80~100%에 대해서는 중개수수료 2.0%·배달비 1900~2900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프랜차이즈 업계는 배달 비중이 큰 업체들에 돌아가는 혜택은 거의 없는 '생색내기 상생안'이라며 수수료율 상한 5% 요구를 고수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상생안과 배달앱들을 성토하는 전문가 의견이 쏟아졌다. 특히 현재 배달 시장을 '실패'로 규정하고, 법 제정을 통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민간 자율 규제에 기반을 둔 상생안을 사실상 무효로 하자는 주장이다. 성백순 장안대학교 프랜차이즈경영과 교수는 "자율 규제만으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법제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상공인들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위기를 타개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플랫폼 규제 도입이 시급하다. 범위, 대상, 방식 등 명확한 지정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 상생안 적용을 준비 중인 배달앱들은 돌아가는 상황을 우려섞인 시선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상생안을 주도한 정부가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혼란에 빠진 상태에서, 야당과 프랜차이즈 업계가 규제 입법 마련에 나서며 판 자체가 엎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아서다. 이 경우 배달앱들은 상생안 적용을 염두에 두고 수립한 올해 경영 계획까지 갈아엎어야 한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오늘부터 상생안 적용합니다'하고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산 방법과 정책 등 시스템을 다 바꿔야 한다. 각 배달앱들은 연말연초 야근까지 불사하며 상생안 적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며 "몇 달간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 마련한 상생안인데, 이렇게 손바닥 뒤집 듯 엎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런 선례가 만들어진다면 앞으로 어떤 기업이 사회적 합의에 선뜻 참여하겠나"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상생안 취지를 고려해 우선 적용을 한 뒤, 다시 사회적 합의에 나서자는 의견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수수료 절감 효과가 클 비(非)프랜차이즈 영세 입점업체 등과 전통시장 상인들의 절박함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생안 합의 당시에도 단체 특성상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등 배달 비중이 큰 자영업자들을 대변하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한국외식산업협회는 끝까지 불복했지만, 영세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전하는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는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매출과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과 이름도 없이 오직 자신의 상품성을 바탕으로 맨몸으로 장사에 나서는 영세 소상공인들의 입장이 같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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