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1
지구로부터 120광년 떨어진 곳으로 가는 우주선이 있다. 우주선에는 수천명의 승객과 수백명의 승무원이 타고 있다. 이들 모두는 동면상태로 캡슐 안에 잠들어 있다. 목적지인 다른 은하계의 다른 항성계의 새로운 행성에 도착하기 4개월 전까지 잠을 잔다.
잠을 자는 동안 신체 활동은 멈추는데 근육과 뼈 등 모든 것에는 변함이 없고 정상이다. 순조롭게 비행하던 우주선이 소행성과 가벼운 충돌이 있은 뒤 동면기에서 문제가 발생, 한 승객이 일찍 깨어나는 사건이 발생한다. (영화 ‘패신저스’ 중 한 장면)
#2
먼지로 뒤덮인 지구. 옥수수조차 기를 수 없는 척박한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인류는 지구를 벗어나 정착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야 한다. 비밀리에 사막 한 가운데서 지구를 탈출해 인류가 정착할 수 있는 다른 행성을 찾고 있는 연구자들이 있다. 이들은 은밀한 작업으로 새로운 행성을 찾고 있다.
우주비행사 4명이 준비된 우주선을 타고 토성으로 향한다. 토성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웜홀(서로 다른 은하를 연결하는 통로)’이 만들어져 있다. 웜홀을 통해 다른 은하계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지구에서 토성까지는 2년. 지구에서 토성으로 향하기 전 4명의 우주비행사들은 서로 안부 인사를 전하면서 차례로 동면기에 들어간다.(영화 ‘인터스텔라’ 중 한 장면)
우주를 다루는 영화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 ‘동면’이다. 장거리 비행 동안 신체의 근육과 뼈 손실 없이 그대로 보존한 채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다시 깨어날 수 있는 최첨단 시스템이다. 긴 시간 잠에 빠졌다가 다시 제자리로 되돌려야 하는 기술이다.
미국 항공우주청(NASA)이 ‘동면 기술’을 지금의 지구 생태 시스템에서 실마리를 찾고 있다. 북극에 있는 ‘땅 다람쥐’이다. 북극 땅 다람쥐는 약 8개월 동안 겨울잠을 자면서도 근육과 뼈에 손실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켈리 드류(Kelly Drew) 미국 알래스카대 연구팀은 오랜 시간 동안 동면을 하면서도 근육과 뼈 질량에 손실이 없는 땅 다람쥐의 생체 시스템을 파악하고 있다. 이를 우주비행사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극 땅 다람쥐는 1년 중 8~9개월 동안 겨울잠을 자면서 신진대사를 느리게 해 체온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근육 손실은 물론 골밀도 손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땅 다람쥐의 이 같은 생체 시스템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면 오랫동안 우주에 머물러야 하는 우주비행사들이 극한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기내 발열, 방사선 보호 등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긴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중력 상태에서 근육과 뼈 손실을 방지하는 데도 효과적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땅 다람쥐의 동면 기간 중 신진대사를 느리게 하는 시스템은 우주비행사뿐 아니라 현재 의학적 상황에도 응용이 가능하다. 뇌졸중이나 심장 마비가 발생한 환자가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으로 이송되기 전까지 신진대사를 늦춰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구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자연계를 통해 미래 기술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이번 연구는 NASA의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는 연구 중 하나이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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