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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후위기] 기후변화 '젠가'…지구 탑, 와르르~


홀로세 이후 인류세, 기후위기 해법 찾을까

홀로세는 지구 기후환경이 매우 안정적이었다. 1950년대 이후 이 같은 지구 시스템이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인류세가 되면서 인류가 이 같은 기후위기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정종오 기자]
홀로세는 지구 기후환경이 매우 안정적이었다. 1950년대 이후 이 같은 지구 시스템이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인류세가 되면서 인류가 이 같은 기후위기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정종오 기자]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육면체를 잔뜩 쌓아올려 블록을 하나씩 빼내는 게임, 젠가(Jenga)라고 한다. 하나씩 빼낼 때마다 안정적으로 쌓여있던 육면체는 언제 ‘와르르’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에 빠진다.

1950년대 이후 지구 기후환경 시스템이 이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치솟는 온실가스, 지구촌 평균온도 상승, 높아지는 해수면, 급격히 줄고 있는 얼음 등의 불안정한 블록이 안정적 지구 시스템에서 빠져나오면서 ‘지구 탑’을 언제든 무너트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1만2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를 ‘홀로세’라 부른다. 홀로세(Holocene)는 그리스어로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의미한다. 홀로세는 인류에게는 축복의 시간이었다.

빙하기 사이에 나타나는 따뜻한 시간 중 하나이다.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은 이른바 황금기(골디락스 시대)였다. 인류는 이 시기 동안 비약적 발전을 이룬다. 농경이 시작됐고 곳곳에서 새로운 문명이 발생했다.

홀로세 기간 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은 위아래로 1도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농업과 산업혁명을 거친 인류는 곳곳에 도시를 만들고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

이 황금기를 거치는 동안 인류는 ‘개발과 성장’ ‘대량 생산과 소비’ 시스템을 구축했다. 더 나아가 특정 도시의 좁은 경제권을 넘어서 더 넓은 세계경제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달콤한 성과물에 따라오는 부작용은 물론 지구와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인류가 홀로세 동안 비약적 발전을 이루는 사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치솟았다. 지난 300만년 동안 최고 수준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만들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치솟으면 지구 평균온도는 높아지기 마련이다. 지구 평균 온도가 상승하면서 두 극지(남극과 북극)의 얼음은 점점 녹기 시작했다. 이 영향으로 지구촌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홀로세의 달콤한 성과물에만 관심이 컸던 지구는 1950년 이후 기후과학자를 중심으로 ‘홀로세 이후’를 걱정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나오기 시작한다.

‘브레이킹 바운더리스(BREAKING BOUNDARIES,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담대한 과학)’란 책을 쓴 요한 록스트룀 독일 포츠담대 교수는 “홀로세 동안 지구 환경은 신기할 정도로 안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때 지구의 안정적 기후 환경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울창한 숲 ▲지구의 두 극지에 있는 얼음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해류 등이 안정적이어서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평균 기온 상승, 얼음 손실, 해수면 상승 등 인류는 지금 급격한 기후위기 앞에 놓여 있다. [사진=NASA]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평균 기온 상승, 얼음 손실, 해수면 상승 등 인류는 지금 급격한 기후위기 앞에 놓여 있다. [사진=NASA]

이 같은 시스템이 1950년대 이후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는 게 록스트룀 교수의 지적이다. 홀로세 초기에 6조 그루에 이르렀던 나무는 산림벌채 등으로 지금 절반으로 줄었다.

홀로세를 거친 인류는 이제 어떤 지질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2000년 멕시코에서 열린 관련 학회에서 이 물음에 대한 하나의 답이 제시됐다. 당시 학회에 참석했던 폴 크루첸 박사는 “홀로세에 대한 논의는 그만두는 게 낫겠다”며 “우리는 이제 인류세(Anthropocene)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폴 크루첸 박사는 1995년 오존층 파괴의 화학적 작동원리를 연구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바 있다.

인류세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인류세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구의 역사에서 인류가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준 시기를 구분한 지질시대를 말한다. 그 시작점을 산업혁명 시기(1800년대)로 할 것인지, 1950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시점으로 할지는 논란이다.

인류세는 홀로세와 완전히 다른 기후 상황을 맞고 있다. 적당한 온도를 유지했던 홀로세와 달리 인류세에서는 예측 불가능하면서고 극심한 날씨가 이어진다. 급격히 평균온도가 높아지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 300만년 동안 유지해 왔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약 170~280ppm)는 2022년 현재 420ppm에 이르고 있다.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1도나 상승했다.

남극 빙하와 북극 해빙이 녹고 있고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폭우, 폭염, 폭풍, 돌발홍수, 혹한 등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심각하고 극심한 날씨’가 휘몰아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자연적으로 일어난 게 아니라 인류가 이룩한 문명(화석연료 등)의 부산물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 심각하다.

록스트룀 교수는 “인류는 지난 2세기 동안 지구를 대상으로 젠가(Jenga) 놀이를 한 셈”이라며 “해양, 숲, 빙하 등이 젠가의 블록들을 다 빼버려 이제 지구라는 탑은 뒤뚱거리며 무너지려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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