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링] '디지털 노동감시' 확산…근로자 개인정보 어떻게 보호하나


노동법과 개인정보 보호법 사이

[아이뉴스24 김혜경 기자] 근로 감시 목적으로 사용되는 디지털 장치가 늘면서 노동자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감시설비의 정의가 무엇인지 어디까지가 허용될 수 있는 감시인지 등 객관적 기준조차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첫 개인정보 미래포럼이 지난 1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렸다. [사진=김혜경 기]

개인정보위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지난 6월부터 4개월간 국내 기업 118곳을 대상으로 개인정보 처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기업의 88.1%가 CCTV를 설치하고 있고 61%가 출입통제를 위해 생체인식 장비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 목적으로 설치한 CCTV가 근로 감시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회사가 개인정보 처리 동의를 강제하는 등의 행위가 대표적인 사례다. 채용 면접 시 활용되는 인공지능(AI) 신뢰성 문제와 위치정보 수집‧감시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개인정보위 조사에 따르면 기업은 ▲디지털 장치 활용 시 법 기준 불명확(11.9%) ▲노동조합 반대8.5%) ▲안전성확보 조치 이행부담(8.5%) ▲신기술 도입 시 대체수단 마련 부담(5.9%) 등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지난 18일 열린 올해 첫 개인정보 미래포럼에서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소비자 개인정보 처리 방식은 대부분 기업들이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지만 임직원 개인정보 처리 방식은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라면서 "디지털 감시설비로 무엇을 감시하는지도 모른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노동관계법의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현행법상 감시설비 정의를 비롯해 구체적인 내용이 미흡한 상황"이라며 "특히 플랫폼 노동이 늘어나면서 플랫폼 알고리즘을 통한 업무 할당과 노동 과정의 통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고 전했다.

근로자참여·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따르면 노사협의회에서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 설비 설치에 대해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사간 사전 협의가 있었다면 감시설비 설치가 가능한 셈이다. 다만 위반행위에 대한 별도 처벌 조항은 없으며 사업장의 상시 근로자 수가 30명 미만인 경우에는 노사협의회 설치 의무가 부여되지 않는다.

오 대표는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정보 제공이 미흡할뿐만 아니라 감시설비 설치 전 노조와의 협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노사관계에서 동의 유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강은미 의원(정의당)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감시설비 설치와 감시설비를 통해 수집한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사항을 근로조건으로 규정했다는 점이 골자다.

이날 포럼에서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근로 감시 강도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돼야 하는 사업장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인 곳도 있다"며 "개인정보위가 대원칙을 설정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고용주와 근로자가 합의를 거쳐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소비자 개인정보 보호는 논의가 많이 이뤄졌지만 근로자 영역의 경우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정보 보호법과 노동법이 맞물리면서 부처간 업무가 중첩될 수도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이날 포럼에서 나왔다. 개인정보위가 노사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한편 개인정보위는 관계부처와 산업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근로자 개인정보 처리 개선 연구반을 구성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법령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김혜경 기자(hkmind900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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