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디지털 기술에 의해 기업의 비즈니스 방식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구조 전반이 급격히 변화하는 디지털 대전환시대가 도래했다. 모든 활용이 디지털로 이뤄지며 사회 경제 활동 참여를 위해 필요한 디지털 역량 활용 수준이 고도화됨에 따라 계층간 디지털 격차가 새로운 형태로 대두됐다.
![폴바셋 삼성강남타운점 키오스크1 [사진=CJ올리브네트웍스]](https://image.inews24.com/v1/a334469fb5c792.jpg)
2020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접근 측면의 디지털 격차는 상당히 해소됐으나, 디지털 이용 역량과 활용 측면에서의 계층 간 격차는 여전했다. 디지털 접근 수준은 일반 국민의 93.7%이나 디지털 역량과 활용 수준은 일반 국민의 60.3~74.8%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같은 디지털 역차별을 막기 위한 디지털 서비스 범위는 기간통신서비스에만 국한돼 있다. 현재 취약계층 요금 감면은 기간통신서비스에 한정됐다.
취약계층에 대한 기간통신서비스 요금감면 제도의 경우 지난 2000년 시행된 이래 감면대상자, 감면내역 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기간통신사업자가 부담하는 요금감면액은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저소득층·장애인·어르신·유공자 등 698만명 대상 총 9천655억원의 통신서비스 요금을 감면함으로써, 취약계층의 통신서비스 접근 제고됐다.
이에 따라 디지털 서비스 소비 측면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등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소비 욕구가 커져가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접근권 보장은 기간통신서비스에 국한하는 제한된 디지털 복지가 아니라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생활밀착형 디지털 서비스를 실제 향유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 따른다.
제도적 설계 측면에서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적 사회복지의 마련 및 제공에 있어서는 국가와 디지털 생태계에서 중심이 되어 가고 있는 부가통신사업자의 역할을 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디지털 접근권’은 헌법 제18조 통신의 자유와 헌법 제21조에 근거한 알 권리의 실질적인 보장을 위해서도 필요한 권리다. 또한 국가는 헌법 제34조 제1항에 따라 국민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할 의무를 지는바, 결국 디지털 접근권의 보장은 국가가 부담하여야 할 책무 중 하나다.
하지만 현재 거의 대부분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필수적 서비스 제공에 소요되는 비용은 국가·지자체·공기업이 부담 중이다.
◆디지털 복지 실현…해외는 지금
주요 국가의 기간통신사업자는 요금감면 등 보편적서비스를 비롯한 정책 기금에서 특정한 분담기준 및 징수율에 따라 디지털 복지를 위한 공적 책임을 담당하고 있다.
주요 국가에서는 방송사업자들도 해당 국가별 특수성에 따라 특정한 분담기준 및 징수율에 따라 디지털 복지를 위한 공적책임을 담당하고 있다 .
최근 들어서, 미국, EU를 비롯한 다수의 국가에서 OTT 사업자에 대해서도 공적 의무를 부담시키고자 하는 정책적 논의가 진행 중이다. 영국, 프랑스 등 EU 국가를 중심으로 제도적 정비 완료됐다고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범국가 차원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사업자인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해서는 국가별 영역을 넘어서 디지털세를 부과하고자 하는 논의도 OECD 최종 합의에 따라 오는 2023년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아울러, 디지털 접근권 확대를 위한 노력에 있어 미국, 싱가포르 등 주요 다른 국가들에서는 정부의 기금 내지 예산을 통하여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32억달러의 정부예산으로 저소득층의 유‧무선 인터넷 요금, 기기 구입비를 일회성으로 지원했다. 올해는 100% 정부예산 142억달러로 기금을 조성해 저소득층 지속 지원하고 있다.
가포르는 디지털 포용 정책의 일환으로 ’14년부터 저소득층에 대한 유선 초고속인터넷 요금감면 프로그램인 홈 접속과 지난 2019년부터 저소득 어르신 전용 이동통신 요금제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인 ‘모바일 액세스 포 시니어’를 시행 중이다. 정부기금 내지 예산을 통하여 재원을 마련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온라인 플랫폼등 대형 부가통신사업자들은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설비를 통하여 구축된 디지털 생태계에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라며, “이용자를 기반으로 관련 시장을 장악하고, 비대면 확산에 편승하여 디지털 서비스 전반에서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고 있으나 사회적 책무는 외면 중이다”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은 수익, 시장 장악력, 생태계에 대한 영향력 등 측면을 고려할 때 사회적 책무 분담에 있어 기간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를 달리 취급해야 할 본질적 차이가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된다. 당위성 및 형평성 측면에서 적어도 대형 부가통신사업자 역시 수익과 영향력 등에 상응하는 수준에서 정부 및 기간통신사업자와 함께 사회적 책무를 분담하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는 것.
미국 및 EU에서는 취약계층에 대한 디지털 접근권 보장을 위하여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의무 부과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빅테크 기업에 대해 취약계층 요금 감면을 포함한 보편적 서비스 기금 부과를 논의 중이며,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7월 상원에서 FCC에게 온라인 콘텐츠‧서비스 사업자에 대한 보편적 서비스 기금 부과의 적절성을 검토하게 하는 법안(FAIR Contribution Act) 및 하원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보편적 서비스 기금을 부과시키는 법안이 발의됐다.
EU는 지난 2018년 제정한 EECC(유럽전자통신규범)에서 OTT를 전기통신서비스로 포함하고 보편적 서비스 기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ITU‧월드뱅크 등 주요 국제기구도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보편적 서비스 기금 부과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 정부·기간통신·부가통신 함께 '디지털 기금' 조성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디지털 접근권 확대를 위해 정부와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책무를 부과하기 위한 법안들이 여야 막론하고 발의돼 있다.
이용빈 의원(더불어민주당), 정희용 의원(국민의힘), 양정숙 의원(무소속)이 각각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 대체적으로 대형 부가통신사업자의 방발기금 분담 및 방발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통신복지권 도입,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보편적 역무 제공 의무 면제 규정 폐지, 정진기금 용도에 보편 손실비용 지원 추가 및 정부의 보편 손실비용 일부 지원 등을 담고 있다.
디지털 복지 실현을 위해서 무엇보다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는 주체들이 디지털 복지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디지털 대전환에 따른 디지털 복지를 구현하기 위해 ICT 생태계에 참여하는 주체인 정부와 기간통신, 부가통신, 방송사업자 간 적정 수준의 기금분담에 대한 제도적인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 기간통신사업자는 요금감면과 기금의무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회적 기여에 참여하고 있으며 2020년 기준 이통3사의 사회적 기여는 매출의 11.6%에 해당하는 2조7천억원 수준이다. 방송사업자의 경우에도 방발기금 분담의무를 통해 복지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기준 유료방송사업자는 연평균 1천억원의 기금을 납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부가통신사업자는 현행법상 비규제 산업으로 분류한다. 보편기금이나 정진기금, 방발기금 등에 대한 의무는 면제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상생을 위해 ICT 생태계 주체들이 적정 수준의 공적 부담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라며, “만약 협력이 완만하게 진행된다면 현재 이통사에 준하는 기금 확대를 통해 역차별 방지에 보다 효과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디지털 생태계 참여기업이 분담하는 디지털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라며, “취약계층의 원활한 디지털 서비스 이용을 위해, 통신 요금, 디지털 서비스 이용료, 디지털기기 구입비를 매월 디지털 바우처로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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