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가 여러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올해 상반기 동안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견조한 반도체 수요가 실적을 떠받치며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연결기준으로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94% 늘어난 77조원을 기록했다고 7일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11.38% 증가한 14조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역대 두 번째, 영업이익은 2분기 기준 네 번째 기록으로, 반도체 슈퍼 호황 때와 맞먹는다. 다만 전기 대비로는 매출이 1%, 영업이익이 0.85% 줄었다.
이번 2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소폭 하회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추정치는 매출이 21% 늘어난 77조2천275억원, 영업이익이 18% 증가한 14조7천983억원이다. 실적 전망치는 글로벌 경기 악화 영향으로 한 달 전에 비해선 낮아진 수치다. 지난 5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매출 추정치는 78조6천748억원, 영업이익은 15조2천932억원이었다.
2분기 매출액은 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냈던 지난 1분기 77조7천800억원을 하회했고, 영업이익 역시 지난 분기 14조1천200억원에 못미쳤다. 지난해 3분기(73조9천800억원)부터 3개 분기 연속으로 달성한 분기 최대 매출 기록은 종료됐으나, 4개 분기 연속 매출 70조원 돌파 행진은 이어갔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견고한 실적을 기록한 덕분에 올해 상반기 매출(154조7천800억원)은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전 최고 기록이였던 지난해 상반기 매출(129조7천800억원)을 크게 상회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도 반도체 슈퍼호황기였던 2018년(30조5천1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총 28조1천20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상반기(21조9천496억원)과 비교하면 28.56% 증가한 수치다.
이에 삼성전자는 오는 8일 메모리사업부를 비롯해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MX(모바일경험)사업부, TV 사업을 담당하는 VD(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등에 최대 한도인 기본급 100%의 성과급을 지급키로 했다. 다만 생활가전사업부는 62.5%만 지급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잠정 실적은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IFRS)에 의거해 추정한 결과"라며 "아직 결산이 종료되지 않은 가운데 투자자들의 편의를 돕는 차원에서 제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자들과의 소통 강화 및 이해 제고 차원에서 경영 현황 등에 대한 문의사항을 사전에 접수해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주주들의 관심도가 높은 사안에 대해 답변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7일부터 문의사항 접수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실적 효자 '반도체'…전체 영업익 70% 견인
이번 잠정실적에선 사업 부문별 구체적인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시장에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이 성장세를 이어가며 2분기 동안 호실적을 이끌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반도체는 지난해 연말부터 메모리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다운사이클로 전환됐지만 고환율 수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가격 인상 효과 등으로 영업이익이 1분기(8조4천500억원)보다 증가한 9조~10조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체 영업이익의 70% 수준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PC 등 IT 기기 수요 부진과 이에 따른 재고 증가로 메모리반도체 출하량이 시장 기대치보다 낮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트 수요 둔화의 영향으로 메모리반도체 출하량은 시장 예상을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비메모리반도체는 파운드리 가격 인상의 효과가 나타나며 1분기보다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3분기 이후 실적에 대해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완제품 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면서 반도체 재고 확보에도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D램 가격은 전분기 대비 최대 10% 하락할 전망이다. 당초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 가격이 2분기보다 3~8%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전망치를 더 낮춘 셈이다.
트렌드포스는 "하반기 수요가 불확실한 상항에서 일부 D램 공급업체들이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격 인하 의사를 보이기 시작했다"며 "업체들의 가격 전쟁이 촉발되면 가격 하락률은 10%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4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각각 8%, 11% 내려갈 것으로 본다"며 "현재 4주 수준인 반도체 업체들의 자체 재고가 연말에 6주 수준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부문(삼성디스플레이)은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아이폰' 효과로 2분기에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달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철수하면서 LCD 가격 폭락 영향도 거의 받지 않았다. 영업이익은 지난 1분기에 달성했던 1조원에 미치지 못했으나, 8천억~9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관측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엔 지난 몇 년간 발생했던 최대 고객(애플)의 보상금 지급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스마트폰 중 유일하게 판매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아이폰향 출하에 따라 양호한 실적이 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 하반기에는 삼성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4'와 '플립4', 애플의 '아이폰14' 출시가 예고된 만큼 실적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디스플레이는 중소형의 경우 폴더블 제품이 확대되고 IT·게임·자동차 등 신규 응용처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진입이 가속화됨에 따라 판매가 증가할 것"이라며 "대형의 경우 QD 디스플레이를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매김하는 한편, 수익성 개선에도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비 위축·원가 부담에 먹구름 낀 'DX'…하반기가 더 문제
삼성전자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은 2분기부터 실적 타격을 입은 모습이다. 스마트폰, 가전 등 완성품 판매가 소비 심리 위축과 원자재 가격, 물류비 상승 등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X(모바일 경험) 부문은 소비 경기 둔화 여파를 그대로 흡수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인플레이션 등의 여파로 스마트폰 수요가 최근 급감하고 있어서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5월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이 9천600만 대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했다. 전월 대비 4%,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한 수준이다.
최근 10년간 스마트폰 판매량이 1억 대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20년 5월에 이어 두 번째다.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월 대비 2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낮은 수요는 재고 축적으로 이어져 스마트폰 제조사의 출하량 감소와 주문 감소가 예상된다"며 "이로 인해 올해 2분기 판매량은 2022년 하반기 상황이 개선되기 전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이에 삼성전자의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도 6천100만~6천300만 대 수준에 그친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1분기 대비 1천만 대가량 줄어든 수치다.
현대차증권은 "갤럭시S22 판매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 양호했으나, 소비경기 둔화 여파로 중저가폰 수요가 예상보다 더 급감하면서 휴대폰 판매량이 전분기 보다 16% 감소한 6천200만 대, 태블릿은 700만 대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분위기 탓에 증권가에선 MX사업부와 네트워크 사업부가 매출 20조원 후반대, 영업이익 2조원 중후반대를 거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년보다 매출은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떨어진 것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MX·네트워크 사업부 영업이익은 스마트폰 출하 감소로 인해 1분기 대비 30.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른 가동률 하락으로 고정 비용 비중 상승으로 수익성이 1분기 대비 악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가전과 TV를 담당하는 소비자가전(CE) 부문 2분기 매출은 수요 위축 여파에도 전년보다 소폭 오른 14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 인상 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져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인 5천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전은 2분기가 전통적인 성수기이지만, 원자재 및 부품 가격 상승과 물류비 증가 등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펜트업(pent up·보복소비) 효과로 인해 가전과 TV 시장이 뜻밖의 호황을 누렸지만, 올 들어 수요가 둔화되면서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TV 출하량 전망치가 낮춰지고 있는 데다 재고 부담도 커지고 있어 2분기보다 올해 하반기 실적이 더 문제"라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TV 출하량 전망치는 낮춰지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전 세계 TV 출하량이 2억879만4천 대로, 전년 대비 474만3천 대가량 감소할 것으로 봤다.
앞서 옴디아는 지난 3월 연간 TV 출하량이 2억1천163만9천 대로,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자 전망치를 더욱 낮춘 것이다.
재고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삼성전자의 2분기 재고회전일수가 평균 94일로, 예년보다 약 2주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했다. 재고회전일수란 가전 재고가 매출로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길어질수록 부담이 크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재고자산도 1분기보다 더 확대됐을 것으로 관측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삼성전자의 1분기 재고자산은 47조5천90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5.4% 늘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MX와 VD·가전 부문에서 원달러 상승과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이익률이 전 분기 대비 감소할 전망"이라며 "하반기에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 세트 부문의 출하량 감소, 원가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에선 이번 실적을 두고 '환율'이 강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부문은 달러로, 스마트폰·TV·가전 등 세트 부문은 현지화로 결제한다.
업계 관계자는 "달러 강세가 반도체 사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고, TV·가전 부문에는 부정적 요인이 됐다"며 "2분기 환율 영향으로 삼성전자가 8천억원가량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봤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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