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도 연기" 반도체업계, 투자보류 카드 만지작…지원법 통과 美 압박


인텔·글로벌웨이퍼스·마이크론 "인센티브 지원 시급" 촉구

[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통과가 지연되면서 반도체 업계가 투자 보류 카드로 미 의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의회는 520억 달러(약 67조원) 규모의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을 처리하지 못했다. 미국에선 8월 이전까지도 법안 통과가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월 취임할 때부터 반도체 지원법의 의회 통과를 위해 힘을 쏟았다. 미 상·하원도 이 법안을 각각 처리했지만, 법안의 세부 내용이 다르고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 이견이 있어 이른 시일 내에 통과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웨이퍼를 든 모습. [사진=AP/뉴시스]

이에 따라 미국에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던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의 재정적 지원 없이는 투자를 단행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투자를 보류하는가 하면 다른 나라에 공장을 짓겠다고 미국 의회에 강경한 메시지를 던지는 기업도 있다.

세계 3위 웨이퍼 업체인 대만 글로벌웨이퍼스는 미국 텍사스주에 50억 달러(약 6조4천300억원)를 투자해 생산 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미국이 인센티브를 지원하지 않으면 한국행을 검토하겠다며 미 의회에 조속한 법 통과를 촉구했다. 글로벌웨이퍼스는 공장 건설을 위해 반도체 지원법의 세제 혜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텔도 미국 오하이오주에 200억 달러(약 25조9천억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지만 최근 착공식을 무기한 연기했다.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대신 68억 유로(약 9조2400억원) 규모의 보조금 지급이 확정된 독일 마그데부르크 공장 건설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인텔은 "오하이오주 반도체 공장 건설은 연내 예정돼 있고 향후 10년 동안 최대 1천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면서도 "확장 범위와 속도는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보조금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직접 미국 의회에 반도체지원법이 절실하다고 호소한 CEO들도 있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지난 2월 미국 상원 상무위원회에 출석해 "현재 메모리반도체 2% 만을 미국에서 생산한다"며 "지난해 1천5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미국에 공장을 지으려면 반도체 지원법안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팀 아처 램리서치 CEO도 "반도체 공급난은 공급망 전반에 걸쳐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반도체 지원법안의 보조금, 세액 공제 등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국 행정부도 법 통과를 위해 반도체 산업은 안보와 직결된다며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CNBC방송에 출연해 "글로벌웨이퍼스의 텍사스 공장 건설은 반도체 지원법안 통과여부에 달려있다"며 "현재 미국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40%에서 10~12%까지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것은 미국의 경제뿐 아니라 안보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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