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한달새 국내 주요그룹 총수를 연이어 만나는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회동을 이어갈 다음순서에 관심이 쏠린다.
22일 정 부회장은 현대 LG화학 오창공장을 방문해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만났다. 그간 현대차와 LG화학의 '배터리 동맹'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는데 이를 직접 불식시킨 셈이다.
현대차와 LG화학의 '균열설'은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1차 물량을 SK이노베이션이 수주하면서 시작됐다.
그동안은 현대차는 LG화학, 기아차는 SK이노베이션에서 주로 배터리를 공급받았는데, 현대기아차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SK이노베이션이 단독으로 공급하게 된 것이다. 당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소송도 진행 중이었다.
지난달 정의선 부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면서 현대기아차와 LG화학 균열설은 더욱 확대됐다. 삼성SDI도 현대기아차에 공급을 시작하면 LG화학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이날 LG화학 공장을 찾아가 구 회장을 직접 만나면서 갈등설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날 현대차는 2022년 양산 예정인 E-GMP의 2차 배터리 공급사로 LG화학을 선정했다고 강조했다.
E-GMP 기반의 현대기아차 전기차에 탑재될 LG화학 제품은 성능이 대폭 향상된 차세대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방문은 향후 전기차 전용 모델에 탑재될 차세대 고성능 배터리 개발 현황을 살펴보고, 미래 배터리에 대한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삼성SDI에 이어 LG화학까지 찾아간 것은 향후 본격적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고성능·고효율 배터리 확보가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관련 업계는 전기차 시장 확대가 빨라지면서 당초 2024년으로 예상됐던 배터리 물량 부족 사태가 2022년으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 부회장은 국내 배터리3사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해 '배터리 대란'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한달새 국내 4대그룹 총수 가운데 2명을 연이어 만났다. 다음순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도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해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만큼 협력을 보다 확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현대차를 중심으로 국내 4대그룹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정 부회장은 최근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과도 만났다. 두 사람은 충청남도 태안에 건립될 '한국타이어 태안 주행시험장'에 '현대자동차그룹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HMG)'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현대차와 한국타이어는 드라이빙 센터 공유를 계기로 과거 소원해졌던 관계가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밖에도 현대차그룹은 최근 한화큐셀, GS칼텍스와도 연이어 협력 관계를 구축한 바 있는 만큼 앞으로도 국내 주요 그룹 총수와의 만남이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수석부회장님의 구체적인 일정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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