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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때보다 악화" 치솟는 환율에 건설업계 '비명'


16년만에 원·달러 환율 최고치⋯시멘트·철강 등 원가 추가상승 직면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환율이 갈수록 급상승하며 건설업계와 건자재업계 모두 동반 초비상이 걸렸다. 철근 등 수입 자재 가격이 오르고 시멘트 가격도 영향을 받으며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2025.04.09 [사진=연합뉴스]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2025.04.09 [사진=연합뉴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주간거래 종가(1473.2원) 대비 10.9원 오른 1484.1원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약 16년만에 최고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현지 시각으로 9일 오전 0시 1분(한국시각 9일 오후 1시 1분)부터 국가별 상호관세 조치를 예고하고 중국과 미국 사이 갈등이 커지면서 시장에 불확실성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에 이달 초까지 1400원대 초반 선을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도 1500원 선을 넘볼 정도로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건설업계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건설시장 침체 장기화에 더해 환율 상승으로 인한 철근 등 건자재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진 탓이다.

지난 1월 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건설동향브리핑 990호에 따르면 건설산업에서 철근과 봉강은 2020년 기준 전체 철강재 거래액 6조400억원 중 약 9000억원을 수입했다. 또한 건설용 석제품은 총 거래액 1조7700억원 중 5500억원을 수입에 의존했다. 그 외에도 합판과 건설용 비내화요업제품의 수입액이 각각 5300억원으로 나타났다.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2025.04.09 [사진=연합뉴스]
건설산업에서 수입 비중이 큰 10대 품목. [사진=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일반적으로 건설사는 1년 또는 반년 단위로 건자재 수입 계약을 체결해 단기간 가격 변동은 적을 전망이다. 다만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기존보다 더 비싸게 자재를 수입해야 해 공사비 인상의 요일이 될 수 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발표한 '환율급등에 따른 건설공사비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건설산업은 목재와 석제품 등을 제외하면 완제품의 수입 비중은 크지 않으나 건설자재 원재료는 수입 비중이 커 환율상승은 직간접적인 비용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더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시멘트 업체가 환율 상승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점도 건설사 부담을 늘리는 요인이다. 유연탄 가격이 오르면서 함께 올랐던 시멘트 가격이 유연탄 가격 하락에도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연탄은 ㎏당 6000㎉ 가까이 열량을 낼 수 있어 고온으로 가열해야 하는 시멘트 생산에 필수 재료다. 이에 시멘트 업계 실적은 유연탄 가격에 따라 적지않은 영향을 받는다.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2025.04.09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강 인근에서 바라본 서초구 아파트의 모습. 2025.4.6. [사진=연합뉴스]

유연탄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에 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러시아 등 동북아시아 유연탄(CFR 동북아 5750㎉/㎏ NAR) 가격은 지난달 31일 기준 톤(t)당 94.10달러로 전년 평균 대비 17.02달러(14.74%) 하락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급등한 환율을 고려하면 유연탄 가격 하락 효과는 없다고 토로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유연탄 가격 하락에도 환율이 오르면서 업계 부담은 여전하다"면서 "오히려 이전보다 더 수입 비용이 늘어난 업체도 늘어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약세인 유연탄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광해공업공단 또한 지난달 발표한 '전략광종 인사이트 3월호'에서 "중국 양회에서 발표되는 경기 부양책 등의 영향으로 3월부터 유연탄 가격 반등이 예상된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동시에 유연탄 가격까지 반등할 경우 시멘트 업계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시멘트 업계 부담은 이들로부터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건설사에도 부담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현대건설과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대형 건설사의 레미콘 가격은 ㎥당 9만3700원을 기록했다. 2022년 7만7200원~8만300원이던 레미콘 가격은 2년 만에 17~21% 상승했다.

고환율에 건자재 가격이 오르고 시멘트 가격 인하 가능성도 낮아지면서 건설경기 전망도 부정적 의견이 우세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0.7p 상승한 68.1을 기록했다. CBSI는 100을 밑돌면 건설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지난달 CBSI는 전월 대비 반등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 규모별로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큰 중소건설사를 중심으로 경기 전망이 나빴다. 대기업은 83.3을 기록한 반면 중견기업은 64.5, 중소기업은 56.4에 그쳤다. 지역별로도 서울이 82.3, 지방이 55.9로 차이가 켰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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